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백 가지 방식 중 하나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많이 사 왔어?"
장바구니에서 대롱과자만 세 봉지가 연달아 나온다. 잔뜩 의아해하며 묻자 엄마는 대답했다.
"너 지난번에 그거 맛있다고 하길래~"
와, 그래서 이걸 세 봉지나 사 왔다고? 하니, 부지런히 먹으라는 말만 되돌아온다. 나는 본의 아니게 얻은 대롱과자 세 봉지를 품에 안고서 이걸 언제 다 먹나 고민한다. 엄마도 참 엄마다. 맛있다고 한 마디 했다고 이걸 이렇게 사 오면 어떡하나. 꿍얼거리는 와중에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슬슬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엄마 말대로, 부지런히 과자를 해치웠다.
하루는 같이 차를 타고 나가서 나는 차에 있고 엄마만 마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장바구니와 함께 차에 탄 엄마는 내 품에 무언가를 툭 안겨주었다. 붕어싸만코 다섯 개였다. 이건 또 왜 이렇게 잔뜩 샀냐 물으니, '우리 딸 먹으라고.'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과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한 특급 처방이었다. 나는 또 기분이 좋아져 실실 웃는다. 우리 엄마 최고네. 입바른 소리도 빼먹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종종, 장바구니 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발견하곤 한다. 장바구니를 뒤적거리다 보면 묘한 설렘이 찾아온다. 맛있는 게 뭐가 있을까, 보다 오늘은 어떤 것에 엄마 사랑이 담겨있을까, 궁금해서.
무릇 사랑이란 것은 그 형체가 없는 대신에, 어디에도 깃들 수 있는 것이라서. 대롱과자에도, 아이스크림에도 담겨있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우유에도, 좋아하는 밑반찬 재료에도 담겨있을 수 있다. 나는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느낀다. 내가 없는 순간에도 나를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사랑의 방식을 나 또한 닮아간다. 서울에서 본가로 내려가는 길, 캐리어 안에는 내 짐 대신에 엄마 아빠를 위한 각종 빵과 떡이 가득 들어있다. 엄마는 떡순이, 아빠는 빵돌이인데 안타깝게도 본가 지역에는 떡집도, 빵집도 없다. 나는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3대 떡집을 찾아가 맛있는 떡을 사고,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빵을 한가득 사 캐리어에 꾹꾹 눌러 담는다. 무겁긴 하지만 들고 가는 길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 캐리어 가득 찬 것들을 보고 좋아할 엄마 아빠의 얼굴을 생각하면, 그 무게마저 즐거운 무거움이 된다. '사랑'이라는 짐이 된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을 백 가지로 나열한다면, 그중 한 가지는 장바구니로 표현하는 사랑일 것이다. 오늘 당신은, 장바구니 속에 어떤 사랑을 담았는가? 또 어떤 사랑을 발견했는가? 어떤 모양, 어떤 크기를 가진 사랑이든, 당신의 손길을 이끄는 사랑이길 바란다. 당신의 사랑을 닮아가는 사랑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