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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뜻 Apr 21. 2022

인생에 실패가 없는 비결

누리호가 이야기해주었던 것처럼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서울 상경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도 했고, 대학도 현역으로 합격했다. 각종 대외활동도 지원만 하면 턱턱 붙고 시범 과외를 나가면 항상 과외가 성사되었다. 중간중간 일이 더디게 풀리는 시기가 있을지언정 그것이 실패로 결론 나는 법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이 고마웠다. 그리고 때때로, 불안했다.


    이렇게 모든 일이 쉽게 쉽게 풀리다 어느 순간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다시는 못 일어나지 않을까?


    크든 작든, 내가 도전하고 시도하는 일이 언젠가 실패하고 만다면 나는 그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면역이 없다는 사실은 성공에 대한 기쁨보다도 더 큰 무게를 가지곤 했다.


    취업 준비를 시작함과 동시에 느낀 불안은 아마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과정이 내 삶에 있어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실패를 안겨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무수히 많은 실패를 내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는 의문들.


    다만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아서 겨우겨우 발을 뗐던 게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리고 또다시 이 순탄한 인생을 증명하는 것처럼, 첫 서류에 합격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던 면접에도 덜컥 붙어버렸다. 그리고 꼬박 두 달이란 시간 동안 채용연계형 인턴의 신분으로 출근을 했다. 나는 그 모든 일들이 내가 지금까지 애써온 결과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불안해했다. 이렇게 모든 일이 잘 풀려도 되는 걸까? 여기까지 와서 떨어지면 내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하고.


    인턴 기간을 마치고 최종 면접을 며칠 앞둔 오늘도 그런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오후 내내 면접 준비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영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꽉 찬 뇌를 조금이라도 비우기 위해서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오랜만에 이전에 올렸던 스토리들이나 보면서 추억 여행이나 하자 싶은 마음이었다. 많은 스토리 기록 중 내 눈에 띈 것은, 지난해 있었던 누리호 발사 기사를 캡처한 사진 한 장이었다.


  [ 누리호 발사 '미완의 성공'... 우주강국 '한 발짝 더' ]


 마지막 순간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누리호에 대해, '발사 실패'가 아닌 '미완의 성공'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날의 기록을 말이다.


    그 기사를 읽으며, 문득 내가 내 인생에 실패는 없었다고 확신하는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살면서 실패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매 순간이 완벽한 성공이었던 것도 아니다.


    현역 시절, 마지막 원서가 합격이란 이름을 걸고 나오기까지 난 다섯 번의 탈락을 경험했다. 대외활동에 턱턱 붙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서 몇 번이고 탈락한 자기소개서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하나의 과외를 성사할 수 있었던 것은, 열 번이 넘는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정규직 서류를 넣기 전에는 이미 여러 번 인턴을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실패를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쏘아 올린 우주선 중 대다수는 나의 우주에 도달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 공기 중에 타버리는 순간이, 바다 한복판에 잠겨버리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실패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누리호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은 '실패'가 아닌 '미완의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부서지거나 타버린 우주선의 잔해를 살펴보면서 또 새로운 우주선을 뚝딱뚝딱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침내 쏘아 올리고 궤도에 안착시키면, 나는 결국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최종 면접에서 혹여나 탈락을 한다고 해도, 그걸 나는 실패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우주선 하나를 위해 애썼던 시간이나, 공들였던 마음이 다소 허무하기야 하겠지만, 나는 또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 잔해를 분석하며 새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나의 우주에 우주선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하겠지.


    '우주는 실패를 용인하는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신령한 영토'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나는, 나의 우주에 무언가를 보내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특권임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우주선을 발사할 것이다. 그것이 원하는 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 또한 함께 담아 올려 보낼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이고 부서지고 타오르면서, 사라지고 잠기면서, 결국은  우주에 담긴 별과 꿈을 알아내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내겐 '실패'란 없을 것이다. '미완의 성공'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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