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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Nov 23. 2019

왜 우리만 이래

회사 밖의 삶, 회사 밖의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아직 딱히 이거다 할만한 성과는 없었지만 그 기간 동안 예전 같은 마음의 평온함을 지키며 살기는 어려웠다.

 

계속해서 틈틈이 이런저런 글들을 쓰며 도전했고 과연 내가 어떤 것들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만 이러는 걸까?"


투 대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함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김대리가 문득 이렇게 물었다.


"분명 회사밖에는 우리 같은 고민들을 하며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우리 회사 안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는것 같지?
왜 우리만 이렇게 괴로운 거야?"


예상치 못한 김대리의 질문에 바쁘게 움직였던 키보 드위 손놀림이 멈춰 섰다.

그러다 한참 후 분명 우리 회사 안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텐데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아 우리가 모를 뿐이라는 멋쩍은 대답만을 내놓았다.


김대리는 과연 그런 걸까라는 의구심을 멈추지 못하는듯 보였지만 회사라는 구조의 특성상 아무리 가까운 동료 사이라도 쌓여있는 속내까지는 드러낼 수 없을 테니 분명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약 10여 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곳에서의 회사생활 중에 나는 왜 나만 이런 거야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꽤나 있었다.


특히 입사 초기 분명 업무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를 비롯한 선배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제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었지만 나와 비슷한 연차수의 직원들은 그럴 수 없음에 이상함을 느꼈었다.


처음에는 일이 서투르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서투르니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릴 것이고 그러다 보니 일이 쌓이게 되어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다 보니 그 이유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처음부터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게임이었다.


일이 서툴지만 연차수가 높은 선배들과 똑같은 업무량을 배분받거나 아님 그들이 더 많은 양을 배분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팀의 막내라는 이유로 연차수가 젤 낮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잡일들까지 자연스럽게 떠맡았으니 이건 절대로 근무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업무의 구조였다.


그런 구조의 불공정함을 깨닫지 못했을 때는 나의 무능력함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던 불공정함이 보이자 왜 나만 그래야 하지?라는 불만들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연차수가 올라가니 위로 올라갈수록 그런 불공정함을 윗사람들은 이용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자신들만의 혜택으로 생각하고 이용하려는 윗사람들의 태도에 허탈감을 느꼈다.





"그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이곳이 편해지는데 과연 이 곳 밖에서의 삶을 고민할까?"


김대리가 다시 고민이 시작된 말투로 말을 걸었다.


"글쎄.."


"내년 초에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시는 우리 팀장님한테 요즘 뭐 준비하시는 거 있으시냐고 물어봤더니 진짜 없으시데.

그냥 국민연금도 나오고 또 한동안은 실업급여도 나쁘지 않게 나오니 아직 아무 생각을 안 하시는 눈치야."


김대리가 우리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우리 회사 사람들의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게 아무래도 이상한지 몇 번이나 나에게 확인차 물었다.


"세대가 달라서이지 않을까?

그들이 살아왔던 세대에서는 솔직히 요즘 우리 세대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잖아.

거기다가 우리 회사는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년까지는 안정적인 편이고.."


김대리에게는 세대의 차이라고 얘기했지만 솔직히 그것이 세대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안다.


노후 걱정이 없을 만큼 여유로운 금수저 월급쟁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다들 미래의 삶을 걱정하고 여유로운 현실의 삶을 갈망하면서도 그걸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자신 없고 현실의 피로함이 우선인 거겠지.


왜 우리만 그런 거냐고 읍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게 다행인 거 아니냐고 반문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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