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일요일 아침의 기억
날 좋은 겨울 따뜻한 대낮,
시금털털한 작은 방에 누워
보이지도 않는 별을 세다가
잠이 올래 말래 밀당을 하는 그때,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 땡땡
낮잠 한 숨 자고
나른한 심신을 이끌어
마당에 나가면
아직도 때 타지 않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에선
낙숫물이 똑똑
비료 푸대 주워다가
누가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남루한 산소 위에 올라
눈썰매를 타고
내 발자국이 남지 않은 곳을
용납할 수 없어
눈이 쌓인 모든 곳에
내 발자욱을 남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마루에는 고기가 지글거리고
방 안에선
소주 한 잔 나누며
뭐가 그렇게 재밌으신지
웃고 떠드는 어른들 옆에서
"드드득" 채널을 돌려야 하는
테레비 앞에 앉아
만화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도 어리지만,
한참 더 어렸을 때.
지금은 눈 감고도 발을 더듬어
이게
오른쪽 신발인지
왼쪽 신발인지 알지만
눈 뜨고도 그걸 구분 못했던 때.
내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낸
날 좋은 어느 따뜻한
겨울날 기억이다.
시금털털한 방 냄새도,
고드름 매달렸던 처마도,
소나무향 하얀 연기를 뿜어대던
아궁이도,
이젠 없다.
누군가에게는 남루해 보일 그곳에
할머니는 쉬러 들어가셨다.
만화는 안 본 지 .. 강산이 변했고,
이젠 그 어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든다.
점심으로 새우튀김 덮밥을
반도 못 먹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로 간다.
과일 박스를 한가득 짊어지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아저씨가
나와 같은 층으로 간다.
아직도 단내가 흥건한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아저씨.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나는 그 안에서 내려
문을 잡아 주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아저씨, 여기서 내려여~~?"
하는 또 다른 아저씨.
그래, 내가 양복 입고
이런 건물에 있으니
학생 소리 들을 리 만무하겠지만.
오늘의 아저씨는 뭔가 신선하구나.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다
창 밖을 보니 날이 참 좋다.
따뜻해 보인다.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
내가 한 없이 작아지고
만사가 다 귀찮을 때도
서른을 살고
오늘을 살고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저 멀리 지직이며
들리는 듯 마는 듯
冬夜冬朝는 반복된다.
2014년 1월 27일, 내 페이스북에서 찾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