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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Feb 17. 2016

冬夜冬朝

따뜻한 일요일 아침의 기억

날 좋은 겨울 따뜻한 대낮,


시금털털한 작은 방에 누워
보이지도 않는 별을 세다가

잠이 올래 말래 밀당을 하는 그때,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 땡땡  


낮잠 한 숨 자고 
나른한 심신을 이끌어
마당에 나가면


아직도 때 타지 않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에선 
낙숫물이 똑똑


비료 푸대 주워다가 
누가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남루한 산소 위에 올라
눈썰매를 타고


내 발자국이 남지 않은 곳을 
용납할 수 없어
눈이 쌓인 모든 곳에
내 발자욱을 남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마루에는 고기가 지글거리고


방 안에선 
소주 한 잔 나누며 
뭐가 그렇게 재밌으신지 
웃고 떠드는 어른들 옆에서


"드드득" 채널을 돌려야 하는
테레비 앞에 앉아 
만화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도 어리지만,
한참 더 어렸을 때.


지금은 눈 감고도 발을 더듬어
이게
오른쪽 신발인지 
왼쪽 신발인지 알지만


눈 뜨고도 그걸 구분 못했던 때.


내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낸
날 좋은 어느 따뜻한
겨울날 기억이다.


시금털털한 방 냄새도,
고드름 매달렸던 처마도,
소나무향 하얀 연기를 뿜어대던 
아궁이도,
이젠 없다.


누군가에게는 남루해 보일 그곳에
할머니는 쉬러  들어가셨다.


만화는 안 본 지 .. 강산이 변했고,

이젠 그 어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든다.


점심으로 새우튀김 덮밥을 
반도 못 먹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로 간다.


과일 박스를 한가득 짊어지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아저씨가 
나와 같은 층으로 간다.


아직도 단내가 흥건한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아저씨.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나는 그 안에서 내려 
문을 잡아 주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아저씨, 여기서 내려여~~?"
하는 또 다른 아저씨.


그래, 내가 양복 입고 
이런 건물에 있으니
학생 소리 들을 리 만무하겠지만.


오늘의 아저씨는 뭔가 신선하구나.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다
창 밖을 보니 날이 참 좋다.


따뜻해 보인다.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


내가 한 없이 작아지고
만사가 다 귀찮을 때도


서른을 살고
오늘을 살고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저 멀리 지직이며


들리는 듯 마는 듯

冬夜冬朝는 반복된다.



2014년 1월 27일, 내 페이스북에서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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