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2022년│Episode 82│2022.04.27
지난번 당일 치기 강릉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무계획인 우리들은 꽤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특별한 계획 없이도 일단 모이면 충분히 즐겁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후 반차를 내보기로 했다. 계획은 여전히 없다. 맛있는 밥을 먹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각자 오전 업무를 마치고 1시 30분에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솥밥을 먹기로 했다. 한참 핫하다는 <솔솥 연남점>에 가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 도착해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멀리서부터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이 세다. 쌀쌀했던 아침이라 두껍게 입고 왔는데 한여름 날씨다. 땀이 뻘뻘 난다. 평소보다 늦은 점심시간에 기운도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돌아다닐 자신이 없어서 꼬박 30분을 기다렸다.
나는 도미 관자 솥밥을 먹었다. 솥밥은 맛있었다. 심심하니 고소했다. 누룽지는 아쉬웠다. 솥 바닥에 누른밥 대신 별도의 누룽지를 넣어 먹었는데 (쓰면서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랬다. 따로 만들어진 누룽지를 넣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마실 차례다. 친구의 단골 카페인 <커피하우스 마이샤>로 향한다.
마이샤로 향하는 길에 요즘 망원동에서 가장 핫하다는 <루즈도어>도 드디어 봤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곳 중 하나인데 실물이 훨씬 더 귀여웠다. 안타깝게도 사장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작스럽게 하루 휴무라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루즈도어> 바로 옆 건물 1층이 <커피하우스 마이샤>다.
드립 커피를 먹을까 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카페크레미나를 먹었다. 진한 커피와 고소하고 달달한 크림이 무척 잘 어울려 금세 먹었다. 이곳의 드립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커피를 마시고 한강 산책을 위해 망원한강공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빈티지 소품샵 <망원만물>에 들려 귀여운 것들도 잔뜩 봤다. 귀여운 것이 최고다. 정말.
망원한강공원에 도착하니 오리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늘 밤에만 와서 실제로 이렇게 오리배들이 떠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우리도 오리배를 한 번 타보기로 한다.
오리배는 배 하나당 25,000원이고 성인 기준 총 3명까지 탑승이 가능했다. 그리고 30분간 탈 수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페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시동을 켜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과 방향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었다. 그리고 실내도 무척 넓었다. 오리배의 매력은 힘들게 페달을 굴리며 땀을 쏟는 것이 아니었던가. 내 기준에 너무 신식인 오리배는 너무 편안하고 쾌적했다. 그래서 어색했다. 그럼에도 분명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30분 내내 오리배는 우리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오리배를 탈 때는 전혀 몰랐는데 막상 오리배에서 내리니 멀미가 쏟아진다.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쉰다. 한참을 쉬고 쉬다 보니 겨우 다들 괜찮아진다.
다시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러 <무슈부부 커피스탠드>로 향한다.
친구의 추천을 받아 '레몬로마노'를 마셨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바닥에 깔려있는 설탕과 커피를 한 숟갈 떠서 레몬 위에 올려서 먹는다. 마지막으로 함께 나온 탄산수로 마무리한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정말 맛있다. 먹는 것에 돈을 꽤 많이 쓰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도 언제나 못 먹어보고,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훨씬 많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커피까지 마시니 벌써 8시가 다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참 웃기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십 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데 여태 다들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이 웃는다. 난 정말 재미없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내 이야기에 언제나 크게 웃어준다. 친구들 앞에선 가끔 나도 재미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소중한 반차, 친구들 덕분에 즐겁게 썼다.
[오늘 간 곳 몰아보기]
: 솔솥 연남점(@solsot_yeonnam) → 커피하우스 마이샤(@maisha_coffee) → 망원만물(@mwmm.kr) → 망원한강공원 오리배 @sunsetls435 → 무슈부부커피스탠드(@monsieurbubu.coffee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