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기 Apr 29. 2022

하루를 가득 채우는 소소한 나만의 방법(#먹스타그램)

기록하는 2022년│Episode 81│2022.04.26

어느 날 문득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오늘 뭐 했나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며칠 전 어느 날이 그랬다. 그저 출근했다 퇴근했을 뿐.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지쳐서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 퇴근하자마자 거실에 누워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보니 잘 시간이다. 오늘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들로 심란해진다. 지금 내 삶이 당장은 편안해서 만족스럽지만 그렇다고 평생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는 그런 상태. 내 삶이 바뀌려면 무엇이라도 하나 해서 바뀌어야 할 텐데 아무것도 하고 싶고 못하겠는 상태.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 요약하자면 귀찮음만으로 가득 차서 보람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보람을 조금은 느끼고 싶은 그런 상황이다. 


다시 한번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뭐 했지. 아무리 봐도 맛있는 점심과 맛있는 저녁을 먹은 것 말고는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또 가만 생각해보니 나쁘진 않은 하루다. 내가 원하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또 내가 원하는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밥에 진심인 내 기준에서 봤을 때 꽤 흡족한 하루인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다. 그날 먹은 것을 기록해봐야겠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먹을 때마다 음식 사진을 찍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진은 아무 하는 일 없이 핸드폰에 남아있다. 아주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먹은 음식들을 보며 뿌듯해할 뿐이었다. 뒤죽박죽 사진첩 속에서 무엇을 언제 먹었는지 찾기는 어려웠다. 


바로 나만을 위한 식사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그날 먹은 점심과 저녁을 기록하고, 기준 태그를 만들어 지역별로 구분해 요약했다. 이렇게 먹은 식사가 (일기를 밀리다 보니) 벌써 꽤 쌓였다. 

내 계정을 보고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웃기지만, 꽤 아름답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나 정말 먹는 것에 진심이구나. 참 알차게 매일매일 열심히도 먹었다. 이렇게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새삼 뿌듯하다. 나의 한 끼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남아 잘 정돈되어있다는 것이 괜히 기분 좋다. 아무것도 아닌 겨우 먹스타그램이지만 이 덕분에 하루를 가득 채우게 됐다. 



혹시 저의 매 끼니가 궁금하시거나 상암동 근처 맛집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 인스타그램 (상암동 밥치기 / @ddmc_dropbob)으로 놀러 와 주세요. 으캬캬캬. 대환영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