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2022년│Episode 14│2022.02.13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남편은 주말 출근을 했다. 나 혼자다. 약속이 있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나 혼자와의 약속밖에 없다. 이미 충분히 늦잠을 잤는데도, 늦장을 부린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아직도 전기요와 매일 밤을 함께 하고 있다. 침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오늘의 계획은 뭐였더라. 다음 주에 배송될 책상을 위해 집 정리를 하고, 잠깐 출근해서 월요일 마감을 준비해야 한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도 사야 하고, 친구의 퇴사 선물을 사러 쇼핑도 가려고 했다. 책도 읽을 거다. 가만 보자, 그걸 꼭 오늘 다 해야 하는 건가. 따끈따끈한 침대와 함께 계획들이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로부터 한 시간을 더 뭉개다가 겨우 침대 밖으로 빠져나왔다. 엄청난 의지를 갖고 겨우 나왔다. 지금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 깜빡 잠이 들 테고,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 하면 금방 저녁 8시가 될 것이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아침용 파슬리 주스를 마신다. 5일째 먹고 있는데 여전히 맛이 없어서 정신이 확 든다. 밀렸던 빨래들을 세탁기에 밀어 넣고, 로봇청소기를 돌릴 준비를 한다. 직접 청소기를 돌릴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하지만, 로봇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바닥에 깔려있는 러그와 매트를 모두 어딘가로 올려두어야 한다. 청소기와 세탁기에게 일을 시키고 씻는다. 씻고 나와 약간 쌀쌀해서 침대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집에 더 있다가는 또 잠들 것 같아서 얼른 밖으로 나온다. 날이 따뜻하다. 바로 회사로 와서 마감 준비를 한다. 회사는 집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 집과 회사가 가까운 것은 큰 장점이다. 결혼 전, 회사로부터 왕복 3시간 거리에 살았을 때는 주말 출근 한 번이면 하루가 없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잠깐 나와서 일 하기에 부담이 없다. 그래서 신혼집을 구할 때 회사 아주 코앞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대학교 1학년 뼈아픈 자취 경험을 토대로 아주 코앞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택했다.
그렇다고 회사에 있는 것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필요에 의해 편하게 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뿐, 회사에 자주 오고 싶지는 않다. 집중해서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낸다.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벌써 어둑하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얼른 근처 쇼핑몰로 가 친구의 퇴사 선물을 구매한다. 꽤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8시다. 외식을 할 수는 없어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 쿠팡이츠 목록을 훑기 시작한다. 맛있어 보이는 것이 많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배달음식 같지 않은 음식이 먹고 싶다. 주위 많은 사람들은 혼자 밥 먹을 때면 입맛을 잃는다거나, 간단하게 먹는 것을 선호한다. 남편만 해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다. 혼자 먹을 때 더 챙겨 먹는 편이다. 그것도 아주 과하게. 원래도 식비에 정말 많은 돈을 쓰는 편이지만, 혼자 먹을 때는 더 많은 돈을 쓴다. 왜인지 혼자 먹는다고 식욕이 줄지도 않을뿐더러, 혼자 먹을수록 더 잘 챙겨 먹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가 아니라면, 혼자 먹을 때면 무조건 외식을 했다. 두 명 이상이라면 도전하지도 않았을 핫한 식당들이 혼자 가면 생각보다 수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혼자일 때 더 잘 먹는다. 오늘은 평소 좋아하는 초밥집에서 사시미와 초밥을 먹기로 했다. 회를 좋아하는 남편 없이 혼자 먹는 것이 순간 '미안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바로 주문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나는 집에서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배달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잘 받았고 맛있게 먹었다. 한 끼가 소중하다. 혼자 먹는 한 끼일수록 더욱 소중하다.
그나저나 일기가 하루씩 밀린다. 평소 내 성격에 일주일 안 밀린 게 어디냐 싶지만, 그래도 매일 그날의 일기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제의 일을 오늘 쓰려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되고, 동시에 어딘가 메말라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날의 일은 그날, 그날의 생각도 그날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