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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Mar 04. 2022

삼월 삼일 목요일의 짧은 기록

기록하는 2022년│Episode 32│2022.03.03

#1. 역시 출근을 하니 하루가 전에 비해 단조로워진다. 그냥 단순해지는 것은 좋은 것 같기도 한데, 나 스스로도 단순해진다. 별생각 없이, 별 감흥 없이 하루를 보낸다. 다른 일을 계획하기는커녕 제시간에 맞춰 출근해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 집에 오면 기진맥진이다. 겨우 저녁을 먹고, 간단히 집을 치우고, 동네 산책을 다녀오는 정도로 만족하는 하루하루다. 바쁜 시기이기도 하지만 나는 출근 자체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 느낌이다. 주말을 앞두고 하루빨리 체력을 보충해야지.


#2. 남편이 중국어 배우기를 시작했다. 우선 22년을 맞아 뭔가는 하나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중국음식을 좋아하니까 해외여행을 가도 괜찮을 때가 오면, 영어 메뉴판도 없는 중국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잔뜩 주문해서 먹고 싶다고 했다. 꽤나 멋진 이유다. 여행 동반자로서 기대가 무척 된다. 주한 중국문화원의 중국어 입문반을 신청했고, 오늘이 첫 수업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스카이프로 온라인 수업을 한다. 오늘은 첫 수업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아기자기하다. 서로 소개하고, 중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컴퓨터 앞에 단정하게 앉아 "중국에 가서 중국음식을 메뉴판 없이 주문하고 싶어서 중국어를 배워보고자 합니다."라고 말하는 남편이 귀엽다.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얼른 나와서 다른 일을 한다. 5월까지 계획된 남편의 여정이 지금처럼 계속 즐겁길 바란다.


#3. 또 밀접접촉자가 됐다. 하지만 지난주와 다르다. 지난주는 재택 겸 격리를 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출근 전 자가 키트로 검사하고 음성이면 날짜와 상관없이 무조건 출근이라고 한다. 일주일 만에 두 번의 밀접 접촉이라니. 인터넷에서 본 "오미크론은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이번의 밀접 접촉은 더욱 긴장이 된다. 집에 숨어서 내 건강만 챙기면 됐었을 지난주와 달리 똑같이 출근해서 똑같이 일상을 보내야 한다. 내 건강도 챙겨야 하고, 나를 통한 혹시 모를 감염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 


#4. 삼삼데이다. 삼겹살을 먹지 못했다. 대신 샐러드를 먹었다. 살도 빼고 싶고, 남편의 중국어 수업 때문에 저녁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석이조의 샐러드다. 그런데 자꾸 마음이 헛헛하다. 배도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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