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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an 04. 2024

올라~ 울라!! 천부해중전망대

올라 : 스페인어 인사, 울라 : 울릉도 고릴라 캐릭터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동해 바다의 장점이자 단점은 내가 일어나고 싶어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해가 떠 온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해 뜨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제처럼 오랜만에 친구들과 자리를 했던 다음날은 무조건 늦게 일어나야 하는데 해가 뜨면 미적거리면서 누워있을 수도 없다.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는데, 나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 친구는 담배를 한대 피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나도 그제야 라면을 꺼내서 끓여 먹었다. 되로 록이면 짐을 줄여야 했기 때문에 아침으로 라면 몇 봉지를 꺼내어 끓여 먹었다.


우린 아침부터 방을 뺄 준비를 해야 했다. 물론 친구들이 방 예약을 마치고 내가 따라와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처음 가기로 했던 그날 예약을 하면 둘째 날 체크인하기로 했던 숙소에서 첫날부터 묶을 수 있었지만 예약을 미루다 하려고 숙소를 찾았지만 이미 우리가 입도하는 날 방이 다 나가고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는 다른 곳에 묵다가 두 번째 날부터는 원래 검색했던 곳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별로 안 좋았던 숯으로 기분이 상했던 터라 방을 옮겨 가는 것이 내심 좋았던 나는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나서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하루만 쓴다는 것도 다 알았고, 다른 숙소로 옮긴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는데, 마치 여기서 평생 살 것처럼 짐이 풀어져 있었다. 나만 그런 건지 미리 풀어진 가방엔 나왔던 것들이 다시 들어가기엔 많이 좁았다. 이상한 게 분명히 같은 가방에 싸 온 짐인데도 불구하고 다시 짐을 싸려고 하면 가방에 다 들어가지 않는 짐들이 생겨 난다.


물건이 자가증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방을 터뜨릴 것처럼 비좁게 들어앉아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기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빵빵해진 가방을 차에 옮겨 싣고 냉장고에 들어가는 짐만 따로 담았다. 체크인 역시 오후에 해야 했기 때문에 냉장고에 들어가야 하는 짐을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옮겨야 할 숙소로 냉장고 짐을 들고 갔다. 아직 아침이라 체크아웃 손님과 청소하는 분들도 시끌시끌한 건물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친절한 사장님이 짐을 맡아주셨고, 덕분에 한껏 가벼워진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울라웰컴하우스


옮길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선 다음 갈 곳으로 바로 달렸다. 사실 첫날엔 너무 준비도 없었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지만 하루 동안 울릉도를 다니면서 많이 보고, 듣고, 즐기면서 이곳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바로 울릉도에 있는 울라웰컴하우스였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검색해도 자주 등장하고, '울릉도 가봐야 할 곳' , '울릉도 맛집'을 검색하면 정보의 끝에 귀결되는 곳이 바로 이곳 울라웰컴하우스였다. 거리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바로 방문이 가능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울릉도의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꼭 방문해 봐야 하는 곳이다.


울리웰컴하루스 앞에 차를 주차하고 건물을 보면 다른 건물과는 다르게 조금 새로 지어진 듯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저동항을 기준으로 보면 울라웰컴하우스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어라 이런 곳이 있었네 하는 느낌의 외관을 보고 들어가기 꺼려질 수도 있지만 꼭 한번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들어가 보면 시원한 문명이 우리를 반긴다. 울릉도 곳곳에 에어컨 없는 곳이 없었지만 바닷가 습한 고온은 밖에서 머무르기엔 다소 무거운 느낌을 받는다. 땀도 많이 나고 소금기 머금은 바람에 다소 찜찜함이 있긴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싹 사라진다. 사실 이곳의 장점은 에어컨이나 히터가 아니다. 울릉도를 여행하면서 봐야 할 곳과 맛있는 식당, 랜드마크까지 울릉도를 샅샅이 분석해 놓았다는 게 매력이다. 이곳에선 마치 카드뉴스처럼 관광지, 식당, 특산품 등으로 세션을 나눠놓고 각각의 장소를 설명하고 있다. 울릉도 전도(지도)를 받을 수도 있고, 간단한 특산품을 살 수도 있다.


울라웰컴하우스에 들어온 김에 가보고 싶은 곳을 살펴보고 음식점 소개지도 몇 장 챙겼다. 친구는 간단한 기념품과 저녁에 마실 맥주도 이곳에서 구입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룰렛 이벤트로 나와 다른 친구는 부채를 받았지만 또 다른 친구는 맥주도 받고 재미있었다.  전망도 좋은 곳이라 윗 층으로 올라가면 바다를 보며 잠시 쉴 수 있는 공간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잠시였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했던 우리는 울릉도에 가면 꼭 여긴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천부 해중 전망대


해중 전망대가 뭐 그리 대단한 곳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울릉도를 여행하기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 해중 전망대는 꼭 다녀와야겠다고 지도에 표시까지 해 둔 곳이었다. 다른 설명도 많이 들었었고, 식당 추천도 있었지만 사실 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등대처럼 생긴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면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는 말에 완전히 꼽혀 버린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좋아한다, 구글에서 '어스'를 처음 발표 할 때도 바로 접속해서 지구를 돌려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었다.(지금은 접속불가 지역)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을 배운 이유도 물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까 직접 들어가서 보겠다는 마음으로 배운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시김과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나는 다음 목적지로 해중 전망대를 선택한 것이다.


친구들과 해안의 절경을 보며 울라 웰컴하우스에서부터 달렸다. 천부 해중 전망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니 울릉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보니 어딜 가나 쉽게 갈 수 있었다. 잠시간의 드라이브를 마치며 도착한 천부해수욕장. 그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차할 곳을 찾아보다 빈자리가 나오자마자 우리 차를 주차하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 오른쪽으로 빠져나왔다. 지인이 설명해 준 대로 등대같이 생긴 건축물이 눈앞에 보였고, 거기까지 들어가는 입구에 매표소가 있었다.


가는 길이 바다 위에 있어 서서 그런지 마치 신비한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소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에어컨이 있는 건물이기도 했지만, 건물이 높게 보다는 깊이 지어진 탓에 서늘함이 있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내가 서있는 위치가 수심 몇 미터가 되는 지점인지 알 수 있게 표시가 되어있고, 조금씩 공기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못 느꼈지만 내 친구는 수압을 잘 느끼는 터라 그 속에 조금만 있어도 머리가 아파오고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정도 까진 아니었다.


계단 끝에 바닥을 딛고 서니 일정한 간격의 유리 창문으로 비치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같이 뛰어가 창문에 연신 코를 박에 댔다. 두꺼운 유리창 밖으로는 물고기들이 편안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고, 해초들은 봄철 아스팔트 위에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연신 해류에 흐느적거렸다. 물고기는 같은 종류도 있었고, 서로 다른 종류의 고기들도 있었다. 큰 고기도 있었고 아주 작은 고기도 있었다. 거의 물속의 모습이 그대로 보일 수 있도록 인위적인 모습을 최대한 줄인 거처럼 보였다. 가끔 집어통에 고기들이 좋아하는 미끼를 넣어 둬서 고기가 밖으로 달아나지 않고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게 해 둔 게 보이기도 했다.


물고기들도 이곳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한 대가를 받고 일하고 있으니 나름의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상위 포식자는 보이지 않았고, 미끼를 좋아하는 순둥 순둥해 보이는 물고기들만 보였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고기들이 출연한다면 이곳은 뷔페식당이나 다름이 없으니, 이곳에 방문한 사람은 큰 포식자 물고기 몇 마리만 보고 갈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고기들이 좋아하는 미끼를 써서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두꺼운 유리창 너머를 연신 찍었다. 영상도 찍었다가 사진도 찍었다가 정신이 없었다. 구도를 잡고 물고기를 찍을 겨를이 없었다. 물고기가 눈앞에 보이기만 해도 셔터를 눌러야 했다. 안 그러면 물고기들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헤엄을 치고 달아나 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유리창 앞에는 집어통이 있어서 물고기다 많이 모여들었다. 나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던 그 유리창 앞에서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는데, 뒤따라 오면 어린 학생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그리고 발을 돌려 다른 유리창으로 갔다. 집어통 앞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물고기들이 제법 모여 있어서 넋을 놓고 봤다.


만약에 기술이 아주 좋아져서 물속에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어 유리로 된 돔으로 덮을 수 있는 집이 있다면 나는 당장에 그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우주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면 우주를 가고 싶긴 하지만 고요한 우주보다는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해초들이 춤을 추는 이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물고기를 보며 눈을 뜨고 감을 수 있는 바닷속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싶다.


내가 헛된 꿈을 꾸는 동안 친구는 고통에 빠져 있었다. 내가 물고기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몰랐는데, 물속으로 들어오니 답답하고 숨쉬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 말을 들고선 바로 위로 올라왔다. 혹시나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힘들까 싶어 승강기를 이용해서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온 친구는 그 재야 숨을 돌리는 듯했다. 의사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수압을 잘 느끼는 편인 듯했다. 아까 들어갔던 1층에 도착을 했다. 보이는 풍경이 조금 달라 보였다. 표를 들고 들어온 길은 그대로 있었는데, 바닷속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고 나와서 그런지 수면 위에서도 상상이 되었다. 물속에 물고기들이 어떻게 헤엄을 치고 있을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아마 그런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아쿠아리움도 가고 이렇게 수중전망대도 보러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올라온 일층에는 바다 멀리까지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었는데, 울릉도 해안에 절경을 볼 수 있게 설지 해 둔 것이었다.  물속을 보고 왔으니 멀리까지 떨어진 절벽을 바라보았다. 이 부분은 대구에서 온 티가 나는 대목이다. 정말 바다라면 지겹도록 보고 자란 사람이 있냐 하면 나처럼 이렇게 바다를 보기만 해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보는 게 좋지만 막상 무섭고 겁이 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보는 것만 해도 좋으니 그걸로 만족을 하는 소심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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