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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an 16. 2022

하늘을 보면 여행을 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야길 적어본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다.

늘 익숙한 하늘과 구름이 나의 머리 위를 유영하듯 떠다닌다. 오늘도 여전히 하늘은 하늘이고 구름은 구름이다.

다만 나의 기억 속 빛바랜 그곳 들의 하늘은 하나 같이 다른 모습으로 내 머릿속 기억에 남아 있다.

구름이 그 본 질 리 달라졌겠냐마는 어쩌다가 가만히 올려다보면 눈이 비친 하늘마다 풍경이 다 달랐다.

나에겐 길을 가다 갑자기 나타난 강도에게 가진 것을 다 빼앗길 수는 있어도 절대로 뺏길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이렇게 매일이 달라지는 하늘의 풍경이었다. 


하늘을 보면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 중 날씨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였다. 무거운 배낭 하나 메고 이동하다 보면 가끔은 뜨거운 도로 위를 걷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내리쬐는 태양에 구름 한 점 없음에 쉽게 지치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마음먹고 나선 길 위에 갑작스럽게 만나는 장대비에 원망하기도 한다. 맑으면 더워서 걷기 힘들고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여행하기 힘들었다. 계절이 바뀌어 어느 추운 겨울날, 따뜻한 카페에 앉아서 문득 밖을 보는데 내리고 있는 첫눈을 마주 할 땐 그 설렘에 한 없이 밖을 내다보고 있게 되기도 한다.


바닷가에 있을 땐, 내리쬐고 있는 태양이 너무나 고맙고, 같이 여행하던 친구들이 이미 떠나버린 날에 홀로 남은 숙소 밖에 내리는 비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외로움의 빗소리는 완벽한 친구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모든 날에 기억은 날씨와 함께 한다. 맑으면 맑은 기분으로 흐리면 그렇게 흐린 모습 그대로가 기억에 남는다.

너무 더워 걷기 힘든 날
비 오는 날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숙소 침대에 누울 때면 매일이 소풍 가기 전 날 밤 같은 기분에 잠이 든다.

'내일이 맑았으면 좋겠다.'

'내일은 아무 일도 없으니 비가 많이 와서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듣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눈을 감는다.

매번 그 소망이 다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순간 날씨의 요정은 나와 함께 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엔 날씨가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준 것 같다.


처음에는 여행을 이렇게 길게 갈 생각이 아니었다. 가볍게 생각한 여행이 3년이 되었다. 짧게 갈 여행이라 주변을 정리하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적금을 넣어 두었던 돈을 여행용 통장으로 옮기고, 새롭게 입출금 카드를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여권을 펴서 남은 종이의 면 수도 확인하고, 선물로 받은 가죽 여권 케이스에도 넣었다.


여행은 준비하는 동안 더 설렌다고 했던가.

기본적인 준비도 다 못 했지만, 비행기 표를 사는 순간이 오니 비로소 내가 간다는 사실이 조금 더 실감이 난다. 한국에서 가까워서 비행시간이 짧은 중국에 있는 청도(칭다오)로 가는 표를 예매했다. 그 이후 일정은 그때마다 세우기로 하고, 비행기 표부터 예매를 해버렸다.


아직 여행 가방도 없고, 신발도 없지만 비행기 표는 샀다.

여권은 여행의 시작이다

서랍에 있던 여권을 꺼냈다는 게 여행의 출발 총성이다.

마치 마라톤 출발 선에 서 있는 사람처럼 격렬하게는 아니지만 비장하게 주먹을 쥐어본다. 여권의 첫 장을 열어젖히면, 조금은 어색한 표정의 증명사진이 나오고, 내가 다녀온 몇 개의 나라 입국 도장이 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굳이 마라톤처럼 페이스 메이커가 옆에서 같이 달려주지 않지만, 여행에는 많은 동료들이 있을 것이고 동행자가 생길 것이다. 여권 도장을 급하게도 아니고, 느리게도 아닌 오직 나의 시간으로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의 결승에 도착할 것이다.

여권의 마지막 장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들은 작은 수첩에 적어가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머랭 쿠키의 몽글한 거품 같은 설렘이 올라오면 여행을 잘 준비하고 있다 생각하면 된다. 한동안 여행을 하기 힘든 시기가 있었다. 전염병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처럼 하늘길을 통하지 않고 다른 나라로 갈 수 없을 땐 여행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아직 더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전처럼 여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이전에 다녀왔던 여행이 더 생각난다. 우연히 아침에 차에 시동을 켜고 예열하는 동안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멀리서 비행기가 지나갔다. 늘 보던 하늘인데, 늘 무신경하게 봐 오던 비행기이지만, 오늘따라 여행이 더 떠올라 노트북을 켰다.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살았고, 나의 도전은 이러한 것이었다고 이야길 들려주고 싶었다. 어떨 땐 생각이 다 나지 않아서 옆에 다이어리를 열어 놓고 글을 써야 하지만, 내가 다녀왔던 여행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졌다.


즐거웠던 이야기, 슬펐던 이야기, 화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 모두가 나의 여행이 되었다. 처음 만나는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 쌓여 당신과 나는 친한 사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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