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생각보다 모험을 즐기기 좋은 나라인 것 같다. 지금도 방송으로 중국의 모습을 보고 있지만 생각보다 내가 더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내가 나고 자란 곳이라 아니라면 속속 알기가 쉽지 않은데, 중국은 워낙 땅이 넓어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도 다 볼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방송으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당장에 갈 수 없으니 누군가 이미 다녀온 곳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 심지어 프로그램에서 직접 그 나라사람의 초대를 받아 식사도 함께 하고, 전통이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아한다.
가끔 예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중국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떠나는 에피소드였는데, 그 장소는 바로 중국 호도협.
말도 안 되는 경치는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의 난이도 또한 절대 가벼운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모습에 호도협을 가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중국 윈난성의 리장에 위치하고 있는 협곡으로 후타오샤라고 부르는 호도협이 있다. 호도협은 중국에서 가장 길게 흐른다고 하여 '장강'이라고 부르는 강도 그 이름이 '금사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산 꼭대기부터 협곡 깊이가 2000m에 달하는 깊은 산새를 자랑하고 있다.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의 충돌로 만들어진 협곡으로 하나의 산이 갈라지면서 위룽쉐산, 하바쉐산으로 이등분되었다. 그 갈라진 틈으로 장강이 흐르면서 이런 절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호도협의 장관은 강이 흐르는 근처까지 가지 않아도 들리는 물 흘러가는 소리부터 시작된다. 협곡에서 한참을 떨어진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그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를 따라 내려가면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어 버리게 되는 파동이 온몸으로 느껴지게 된다.
호도협의 물살이 이토록 사나운 것은 고도의 차이 때문이다. 제일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가 3000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평균보다 깊은 계곡의 물살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웅장함을 떨칠 수 있는 것이다.
물살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인간의 순순한 힘으로는 절대 건널 수 없는 협곡이지만 전설에 따르면 거대한 호랑이가 협곡의 바위를 딛고 뛰어올랐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인 호도협이라는 이름이 붙어지게 되었다.
보통 전설은 전설로 끝나는 이야기지만 막상 보고 있으니 이 바위를 호랑이는 뛰었을 것 같다. 정말 그럴 듯 해 보이는 전설을 가져다 붙여 둔 것이다.
단순하게 센 물살이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바윗돌 하나 때문이거나, 호랑이가 뛰어다녔다는 전설 때문에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방송만 보고 이곳을 쫓아 나선건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언급한 모든 것이 내 안에 쌓이면서 꼭 한 번쯤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발을 딛게 되었다.
모든 모습이 내가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것보다 웅장했고, 거대했으며 경이로웠다.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로 남아 있는지. 자연 앞에선 우리도 얼마나 하찮을 뿐인지 절실하게 느끼는 경험이었다.
오늘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중국에 대한 주제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그중 내가 추천했던 가장 놀라운 자연 풍경은 호도협이라 설명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지만 만약 내 이야길 듣고 한 번쯤 이곳을 찾게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옥룡설산 트레킹은 비가 오지 않은 가을에 많이 찾는다. 우기엔 비가 많이 오기도 하고, 하늘이 흐려 산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트레킹을 하기 위해선 건기의 시작인 9월에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나는 여름이 들어가기 직전인 6월에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덕분에 아주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물론 갑작스러운 비를 만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산 위를 걸으면 선선한 바람을 맞을 수 있고, 살짝 성수기가 아닌 시기에 트레킹을 하니 조용하고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이 길은 차방이 티베트 지역의 말과 중국 지역의 차를 옮기기 위해 서를 오가며 만들어진 길로 그 이름은 '차마고도'라고 불렀던 길이다. 지금을 차를 수출하는 방식이 바뀌어 이 길을 지나가진 않지만 기원전부터 이어오던 전통의 길은 현재 사람들의 트레킹 코스로 바뀌어 다시금 땅을 밟아 다지는 중이다.
걸을 때마다 왼쪽과 오른쪽에 보이는 풍경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풍경이다. 여름이면 산에서 눈이 녹아 협곡을 타고 흙을 쓸어 내려오고, 겨울이면 다소 맑은 물이 흘러 내려오는 이곳에서 보내는 휴가는 특별함을 넘어선 최대의 휴식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총길이가 16킬로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는 모두 걷기엔 하루면 충분하지만 일부러라도 산장에서 하루를 묵어가길 추천한다. 옥룡설산이 보이는 방에서 아침을 맞이한다면 조금은 특별한 휴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작은 마을이 차마고도 위에 만들어져 있다. 차를 옮기거나 말을 옮길 땐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쉼터가 작으면 많은 이들이 쉴 수 없었기에 조금씩 마을처럼 형태가 커졌을 것이다.
수 세기를 그렇게 살았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자손의 자손이 같은 일을 하며 생활을 했을 것이다. 서서히 변화하는 유통을 알지 못했고, 알았다고 해서 살던 곳을 떠날 순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작은 마을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소도시에 생활용품이나 마을의 농산물을 거래할 때 차마고도를 이용한다.
수 십 마리의 말이 때를 지어 다니고, 사람이 그 길을 내어주며 원래 주인들이 지나가길 기다려 준다. 차마고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장면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러했을 것이다. 수 세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여행이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은 될 수 없지만 그 당시 풍경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아마 이러한 모습일 것이다. 세상은 쉽게 바뀐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역사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필요한 물품만 바뀌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