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중국은 나에게 자연을 선물했다.

by SseuN 쓴

중국에서 볼 수 있는 뜻밖에 자연은 바로 사막이었다. 여행을 다니기 전 나에게 사막이라는 이미지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보이고 오아시스가 있으며, 그 길을 따라 낙타가 걸어 다니는 모래 바람에 척박한 땅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천으로 머리와 얼굴을 감싸며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여행을 하다 보니 사막이라고 해서 꼭 모래바람이 불어오거나 척박한 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표현할 만한 곳은 없었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입구까지 도로가 잘 닦여 있으며 낙타는 잘 훈련이 되어 사람들 손에 두세 마리씩 잡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사막은 이제 사람의 발길이 무수히 닿아 버려 더 이상 모험을 할 수 없는 도시와 오지의 그 어딘가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둔황


중국의 실크로드 하면 빠질 수 없는 도시 중 하나인 둔황이 바로 중국에서 만난 사막도시이다. 둔황은 간쑤 성 주취안시에 위치하고, 실크로드 관문으로 서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국경 접견지에는 독특한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곳 또한 다양한 문화와 문명이 발생했고, 일부지만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선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모래 가득한 사막.


모래가 가득한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가 있고, 오아시스에는 '월아천'이라는 아름다운 이름도 붙어 있다. 오아시스는 내가 알고 있던 이미지 그대로 모래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웅덩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막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생명의 근본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물을 끌어다 인공적으로 오아시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모습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자 했다.


모래산. 둔황에서는 명사산으로 부르는데 바람결에 모래가 날아다니면서 소리는 내는 것이 꼭 노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모래가 노래는 한다는 표현이 참 아름답다.


모래가 곱고 바람에 잘 날아다니기 때문에 가릴만한 보고 장비가 필요하긴 하지만 확실히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단순한 풍경이었다면 덜 했을 감동과 밀려오는 경이로움은 단순히 모래 위에 서 있는 매 순간마다 경험할 수 있었다.


모래만 신기하다고 해서 가 볼 만한 곳이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 외에도 실크로드의 최대 교역지답게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막고굴 같은 경우엔 4세기부터 조성된 불교 예술의 유적지로 500여 개의 다양한 동굴 벽화도 있고 조각도 있다. 물론 모두 보존되어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세월이라는 게 가만히 두지 못했다.


높고 작은 굴은 들어갈 수도 없고, 앞쪽에 크고 보존 상태가 좋은 굴은 들어가서 볼 수 있게 조명도 설치해 두고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입구도 잘 만들어져 있다. 내부는 시원하고 건조하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작품의 보존이 잘되어 있는 환경일지도 모른다.

현대 건물도 있었는데, 그 건물 앞에서 매표를 하고 들어가면 화장실도 있고 영상 전시실이 나오는데, 난 못 알아들으니까 눈으로만 보고 화장실을 썼는데, 사막에서 화장실 찾기 힘들었는데 현대식 건물이라 좋았다. 시원한 곳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고 나면 우리를 데리고 나갈 가이드가 함께 한다. 가이드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굵직하게 설명하는 편이라 오디오 설명에 의지해서 관람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라 이곳도 추천!!


일리 호수


신장 위구르 지역까지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중국여행을 어디로 어떻게 하든 크게 상관이 없을 정도가 된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서쪽 끝에 있는 곳으로 중국을 길게 여행하는 사람이나 다녀 올 정도로 멀다. 마치 유럽을 가는 정도로 멀다.

나의 경우는 중국을 90일 목표로 여행하자고 마음먹고 왔고, 필요하다면 홍콩에서 연장을 하며 여행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신장 위구르 지역까지 못 갈 이유가 없었다. 이땐, 나 역시 중국을 여행하는 게 한 달이 넘어가면서 못 먹는 음식도 없고, 언어도 어느 정도 귀에 들리기 시작하자 못 가는 곳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차를 탔다.


별 생각이 없었고, 국제 정세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에서 기차를 타고 들어 간 중국 가장 서쪽 끝. 서역(유럽)으로 들어가는 가장 서쪽에서 나는 또 하나의 자연을 만났다. 처음으로 바다 같은 호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거길 갈 수 있었는 자 이해도 안 가고 잘 모르겠지만 아주 우연한 계기로 가게 된 곳이라 지금 생각해 봐도 얼떨떨하다.


기차에서 알게 된 영어를 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엔 이미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미리 신청한 투어가 있어 로비가 북적거렸는데, 기차에서 만난 일행이 좋은 투어인 것 같다면서 우리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짐도 풀지 못하고 바로 출발한 것이다. 별 기대와 정보가 없던 터라 따라나선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도착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더 대단한 모습에 넋을 잃고 멈춰 버릴 정도였다. 결코 눈에 담지 않으면 이 모든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지만 지금에선 찍어둔 사진으로만 봐도 대단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물론 세계에는 내가 더 다녀보지 못했고 발견하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이 있다. 비교군이 너무나 적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기준이 달라 이렇다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이곳은 내가 보기엔 바다에 가깝게 크고, 주변 경치도 너무나 좋아 한번쯤 가봐도 좋을 것 같은 곳이라 전하고 싶다.


조금만 더 서쪽으로 가면 카자흐스탄이 있고, 그 길로 유럽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여기까지 중국 땅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중국인 듯 아닌 듯한 자연의 모습이 더욱 자극적이다. 눈 덮인 산 아래 만들어진 호수는 마치 산신령이라도 헤엄치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넋을 놓고 만다.


멀리 보이는 산과 내 앞에 펼쳐진 호수의 원근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 하늘이 낮게 보여 그대로 푸른 하늘이 호수에 그려지는 것을 본다는 것은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를 상기시켜 준다. 어쩌면 살면서 평생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오롯한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그냥 그런 호수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고 있던 호수는 나에겐 바다였고 담고 싶은 그림과 같은 풍경이었다.

황룽 풍경구


또 다른 매력의 호수들. 황룽 풍경구를 소개하고 싶다.

황룽은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 것인데, 나는 황룡사라고 읽고 찾아보고 다녀온 것이다.


처음에 황룡사라고 해서 절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투어를 찾아보니 티베트 문화가 더 강했던 여행이었다. 쓰촨 성이라고 하는 중국의 청도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야 하는 곳으로 산간지역에 위치한 곳이었다.

중국에서 판다로 유명한 청도라는 지역에서 다녀오게 되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 어디든 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물론 조금 더 잘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 내공은 안되니까 숙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투어를 선택해서 다녀왔다.


전반적으로는 대 만족의 여행이었다. 물론 사이사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여행 상품이었다. 1000위안이라는 돈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 밥도 포함, 입장료도 포함이니 손해 보는 일은 없었다. 다만 여행 중 쇼핑이 몇 번 포함되어 있어 귀찮은 건 있었는데, 또 생각해 보면 그렇게 귀찮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화장실이랑 간식거리를 팔고 있으니 쇼핑을 하러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기 전까지 자유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중국어를 전혀 할 수 없던 상황에서 물건을 사러 들어가는 것도 웃기고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데, 함께 하자는 가이드도 개그적인 상황이라 서로 편하게 지내는 걸로 합의를 했다.


황룽의 풍경은 그 당시에도 독특한 모습을 가진 곳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수많은 여행지를 다녀보고 나서도 이만한 곳을 본 적도 없었다. 비슷한 곳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본 지구상에 독특한 곳 중 하나였다.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려오는 수많은 연못들의 모습이 그 어느 것 하나 같은 크기나 모양 없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색이 같은 것도 없었고 깊이가 같은 것도 없었다. 모든 모습이 마치 하나의 세계와 같았다.


아침 일찍 떨어지는 빗 방울이 만드는 물너울이 그랬고, 점심이 지나자 맑아진 하늘이 비치는 모습이 그랬다. 각각의 연못이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매력은 눈이 쫓아가는 것도 바빴다.

물속에 담긴 나무는 석회의 함류량이 높은 물을 먹은 탓에 쓰러진 것이지만 누군가의 예술 작품처럼 독창적이고 예술의 미가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의사나 식물학자가 들으면 화를 내겠지만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눈엔 작품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자연의 모든 모습이 그러하듯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모습의 작품은 오직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모습인 것이다. 따라 할 수도 없고,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우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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