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우유니
언젠가 드라마 주인공 방에 붙어있는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다. 어려운 회사 생활에도 그 사진 한 장을 보면서 늘 퇴사와 여행을 꿈꾸며 지냈다. 사진의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규격의 포스터는 주인공의 방에서 가장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고 당당하게 퇴사를 했으며, 장면이 바뀌면서 주인공 방에 붙어 있던 사진이 사라졌다.
우린 가끔 꿈같은 삶을 기대한다.
'세상에 이상적인 여행지가 어디 없을까?' 하며
주인공의 방안에 붙어 있는 사진은 아마 주인공의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모습의 여행지는 아마 일상의 변화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겐 유토피아와 같을 것이다.
정돈된 방 안에서 가장 이질적인 사진 속 풍경은 주인공이 가고 싶어 하는 가장 비현실적인 공간을 투영시킨다. 주인공이 얼마나 그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지 쉽게 알 수 없지만 퇴사를 하자마자 방안에 있던 사진을 들고나간 걸 보면 아마도 주인공은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듯해 보인다.
볼리비아 우유니가 바로 나에겐 그런 곳이다. 마음 한편에 늘 동경하고 가고 싶었던 곳. 마치 거길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그런 장소였다.
현실은 지구 반대편이라는 거리적 문제도 있었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어서 드라마 주인공 같이 사진 하나 고이 간직한 곳이 바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다.
막상 다녀오고 나선 그곳에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겪은 터라 수많은 기억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곳인데, 역시 지나고 보니 가장 재미있었던 곳으로 남았다.
우유니 소금 사막.
-지각변동으로 바다가 역전되어 그 속에 고여 있던 바닷물이 오랜 세월을 지나 증발하고 남은 소금이 만들어내는 지구상 가장 큰 거울이다.
우유니 사막은 사막이라고 하기엔 비가 너무 자주 오는 곳이다.
여행지라고 하기엔 모든 면에서 불편하고 친절하지 않다.
흰 소금에 반해 차를 부식시키고, 옷에 묻으면 쉽게 지워지지 않고, 독성이 있을 정도로 염도가 놓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고산병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우유니 사막에 대한 여행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구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소금으로 된 사막에서 우기가 되어 내린 빗물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거울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쉽게 가 볼 수도 없고, 한 번 간다고 해서 오랫동안 볼만 한 장소도 아니기에 순간이동의 초능력이 있다면 2-3일 정도만 있다가 돌아오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우유니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금 사막을 보기 위해 이곳을 모여든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우유니라는 도시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과 관련된 일을 한다. 투어사 몇 개가 성업 중이고, 렌터카 화사도 있다. 사람이 사는 도시에서 차로 한참을 가야지만 만날 수 있는 사막은 이들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한 때, 사진 잘 찍어주는 기사가 있던 여행사 문 앞은 사람들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다른 곳을 다녀오고 나서도 꼭 한 번씩 더 찾게 되는 마성을 지닌 곳이다. 사실 그 투어사가 특별한 게 아니라 그 직원 중 한 명이 유독 능력 좋은 사람이라 그런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매일 에펠탑 기념품을 파는 사람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딱 한국인을 대상으로만 장사를 한다. 똑같은 물건을 파는 수많은 사람을 두고도 우린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 그 사람은 사진도 잘 찍고, 속이지 않고 판매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많고 한국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볼리비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한국인에게 사진을 배웠다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다니면서 같은 사진을 찍어 준다는 가이드는 늘 인기 많은 사람이었다. 이젠 본인이 찍은 사진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며, 그 기사와 투어를 가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나의 이상향은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 복잡한 시스템 속에 사람들은 살아가고,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우유니 사막의 모습은 신기루와 같이 흩어졌다.
한국에서 찾아가는 길은 꽤나 멀고 험하다. 볼리비아까지 바로 가는 비행기는 없고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환승을 해서 다시 볼리비아에 입국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다시 우유니를 가려면 비행기를 타거나 야간 버스를 이용해 하루를 꼬박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누군가의 마음속 사진 한 장이 이곳으로 바뀌는 상상을 해본다. 함부로 닿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고, 흔하게 갈 수 없는 곳이라 더욱 마음을 써야만 하는 곳.
살면서 볼리비아 우유니 한 번쯤 가보는 상상은 해볼 만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