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쿠바. 산티아고 데 쿠바.

산티아고 데 쿠바

by SseuN 쓴

쿠바 독립의 염원은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시작되었다. 바다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어서였을까? 이곳은 마치 우리나라의 인천 상륙작전을 연상시키는 대대적인 작전이 시작된 곳이다. 피델이 직접 방문하여 연설도 했던 곳으로 쿠바 제2의 수도이다.


우리가 방문한 혁명광장은 아바나에서와 같이 산티아고 데 쿠바 도시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1878년 안토니오 마세오의 '바라과 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서도 보일 만큼 그 크기가 압도적으로 크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조형물로 거대한 모습뿐만이 아니라 혁명 광장처럼 공간적으로 넓은 곳이다. 약 2만 명 정도 운집할 수 있는 면적이다.

이전에 여행을 했던 트리니다드가 '시간이 멈춘 도시'라고 한다면 이곳은 '혁명과 음악이 꿈틀거리는 곳'이다. 쿠바인들의 혁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물론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음악도 도시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도로를 다니다 보면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쿠바의 영웅들의 초상화들을 볼 수 있다. 수많은 박물관 역시 이들과 기억하고 싶은 영광의 그날을 기록하고 있다. 어딜 가나 자랑스러운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광장 한편이 시끌벅적했다.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광장의 한편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문화유산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한 번에 많은 쿠바학생을 보는 일이 드물어 아이들의 운집을 한참이나 보고 서 있었다.

열과 종으로 줄을 서 있지만 질서 정연하다고 느껴지지는 않고, 오히려 자유로움이 느끼 진다. 교복이 없이 각자의 옷을 입고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마냥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처음 쿠바에 입국하던 날이 떠올랐다.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만 영어가 다소 서툴러 스페인어를 섞어 쓰다 보니 상황이 어딘가 모르게 우스웠다. 말도 안 되는 스페인어 실력의 나는 아는 단어를 총동원하고, 또 그걸 들어주는 심사원은 웃음을 참느라 힘든 상황이었다.


외국어는 하는 사람이 힘든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 힘들 거라고...


공항에서 나의 엉뚱한 스페인어와 영어의 조합처럼 긴장감을 줄여주는 포인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직원들의 복장이었다. 정복의 유니폼을 착용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정복으로 보이는 복장은 맞으나 리폼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패션을 살렸다고 해야 할까?


남자들의 반바지 유니폼에 한 번, 앞섬을 풀어 가슴 밑까지 열어둔 남, 여 직원들에 한 번, 각기 다른 문양과 색상의 스타킹에 한 번, 비슷한 스타일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에 또 한 번. 고개를 돌릴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지닌 공항 입국 심사대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좇다 보니 어느새 입국해 버렸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해 도시를 거닐 던 날은 날씨가 조금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공기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흐린 날씨에는 흑백사진의 아우라가 더욱 진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산티아고데 쿠바는 흐린 날도 흐린 채로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진 도시다.

쿠바라는 나라가 기본적으로 가진 분위기가 있다. 중국의 고유한 느낌, 호주의 고유한 느낌, 심지어 한국인의 고유한 느낌이라는 것도 외국에서 보면 더욱 잘 보인다. 절대로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 고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도시 이름에 나라 이름까지 넣을 정도로 쿠바의 향이 짙은 곳이다. 항구 도시답게 진취적이고, 활발하며 사람들에게 호의적이다. 이런저런 부분들이 더해지면서 산티아고 데 쿠바는 더욱 쿠바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나름의 낭만이 있고, 느낌을 제대로 살린 도시가 바로 산티아고 데 쿠바이다.

길거리에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이곳까지 관광을 온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악기를 하나씩 들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하며 노래는 불러준다.


이미 지난 노래라고 생각하면 지나가는 현지인들 사이에 묵직해져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멈춰 세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다 보면 마치 동명의 영화 '부에노 비스타 소셜 클럽'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주변의 이국적인 모습과 외국이라는 특별한 환경은 음악을 타고 몽환적 세상에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처음 보는 아시아 외국인을 만나도 즐겁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 버스 같지 않은 콜렉티보는 이들만의 교통수단이다. 에어컨 하나가 사치인 천막이 덮인 개조된 트럭 위에서도 여행자의 낭만이 존재한다.


남미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히는 이곳은 선의의 접근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수많은 남미의 도시들. 하지만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건네는 말 한마디, 인사 한 단어가 정감 어린 곳이다.

한 번씩 불어오는 습기 가득한 바람에는 특별한 열쇠가 있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기억을 여는 열쇠가 있다.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그곳을 매일 떠올리지는 못한다. 여행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는 작은 그 나플이 나를 또다시 여행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별한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도 없이 그저 내가 있는 곳에서 그곳을 떠올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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