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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ul 05. 2022

부서지는 파도, 그 마을의 작은 집

숙소는 많이 있지 않아서 까사 주인들이 분주하게 터미널을 오간다. 혹여나 올까 싶은 외지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부지런히 버스 도착시간에 나와 기다리는 주인들이 많다.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집이면 슬리퍼에 아주 가벼운 복장으로 나와 있고, 정류장으로부터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싶으면 자전거로 된 숙소 전용 택시를 타고 와서 기다린다. 


버스가 한번 도착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한 버스가 인근 소도시에서 밀려들어오기 시작할 때면 살피는 눈이 많아진다. 그나마 온 마을에 있는 까사 주인이 다 나와 있지는 않다. 몇 명의 관광객들을 받은 주인은 아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까사 주인이 나와 있다. 


작은 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유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 이것뿐이라는 점과 이곳이 쿠바라는 점에서이다. 개인적인 이동이 어려운 나라인 만큼 우리나라의 80년대와 같이 터미널 중심 혹은 역 중심의 상권이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이렇게 작은 소란이 있는 건물에 도착을 했다.


우리 까사 주인도 버스터미널에서 만났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택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아저씨의 적극적이지 않은 홍보였다. 대부분 버스에서 내리면 우선 가방을 받아 들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에 반해 아저씨는 거기에 없었다. 사실 혼란스러운 중이라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확실히 우리가 내릴 때 안 계셨던 게 확실하다. 


우리가 몇 장의 명함을 받아 들 때. 비로소 아저씨의 까만 손에 들린 작은 종이 명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숙소의 사진이 들어간 작은 종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머무를 동안 몸을 누일 장소를 정하는 일이라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 빠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종이리를 넘기며 고르고 있었다. 이미 사람들 태운 자전거는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고, 그쯤에 우리도 받아 든 종이 명함 중이 하나를 골랐다. 그러고 명함의 주인을 찾아보니 수줍은 아저씨가 가다 왔다. 


깡 마른 아저씨의 빨간 모자에서 패션은 완성되었다. 더운 날씨에 볕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주는 용도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을 알리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저씨의 빨간 모자는 그 이후로도 늘 착용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숙소를 어렵지 않게 구한 우리는 짐을 들고 아저씨의 자전거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약간 더위에 지친 아저씨의 얼굴은 주름으로 볼이 패인 까무잡잡한 모습이다. 가방을 자전거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으니 힘겹게 자전거 발판을 구르셨다. 


여름이라 흘리는 땀인지 우리가 전혀 가볍지 않아서였을까. 

빨간 모자 사이로 방울방울이 맺히고 떨어지기까지 했다. 처음엔 생소한 주변 환경에 시선이 뺏겼지만 우연히 본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미안함이 밀물처럼 몰려 들어온다. 오르락내리락 굽이진 거리를 돌고 돌아서 숙소에 도착했다. 아마 우리보다 아저씨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아주머니 이름을 딴 2층 건물은 정원이 자그마한 주택이다. 2층은 여행 온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까사로 되어 있다. 쿠바는 관광산업을 위한 까사는 특유의 장치가 필요한데, 구색을 맞추기 위해 냉장고와 따로 쓸 수 있는 화장실. 그리고 에어컨까지 달려 있다. 


숙소에 갖추어야 하는 모든 장치는 구비되어 있는 것 같다. 유명한 호텔의 기본만큼이나 잘 되어 있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 있는 베란다로 나가 봤다. 나무 살을 엮어서 만든 문을 열고 나가니 바로 앞은 흔들의자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지붕이 있는 발코니가 있고, 그 왼쪽 옥상은 빨랫줄에 걸리 옷들이 바람과 뜨거운 볕에 수분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숙소 안쪽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오면 따뜻한 볕이 들어와 항상 밝은 식당과 거실이 있다. 주로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머무르는 곳이라 자주 내려오지 않지만 외출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땐 내려와서 함께 한다. 


오래된 듯한 가구지만 부지런한 아주머니의 손길이 자주 닿아있어 그런지 윤이 난다. 집 안팎을 누비는 고양이 한 마리는 늘 의자 중 가장 따뜻한 곳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바람에 우린 늘 식탁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딜 봐도 마음에 쏙 드는 숙소에서 몇 일간의 휴식을 보내기로 했다.

집에서 5분을 걸어 나오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바라 꼬아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어디로 가든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다. 여기도 바다 뷰를 좋아하는지 바닷가엔 아파트형 주거지역이 있다. 물론 고층이거나 승강기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맨션 같은 크기의 집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숙소를 나와 주변을 한 바퀴 돌다 보니 눈에 띄는 버스가 한대 보인다. 공항에서 겨우 탔던 버스도 오래된 버스였는데, 여기 도로를 다니는 버스도 꽤나 오래된 버스다. 대우에서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한참 달리다 이곳으로 수출되어 나온 버스는 한글도 곳곳에서 보인다. 


아직도 달리는 게 신기할 정도의 오래된 버스는 아직도 달릴 수 있다는 것처럼 큰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다. 

버스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서 놀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요즘 학원으로 다니는 아이들이라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이렇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 건지 이런 모습이 생각보다 긴 여운을 남긴다.


동생이랑 같이 팬티만 입고 온 이층 집의 집안을 뛰어다니던 기억, 공 하나만 들고 골목으로 나가서 

"누구야~ 놀자~~"

라고 하면 바로 골목에 애들이 다 모여들었다. 


그런 시절을 살았던 내가 역설적이게도 사교육 현장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것이 모순이지만 한편의 마음으로는 아이들이 나가 놀면 좋겠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막상 현실에선 어렵다.

마을은 우리의 옛 모습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현재를 보는 것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니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날마다 저녁을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단 한 번도 푸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갑각류, 생선, 치킨 등등 우리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미리 알고서 준비를 잘해 주셨다. 주인아주머니의 솜씨도 너무 좋아 그런지 입맛에도 맞아서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숙소가 워낙 좋았고, 밥도 맛있어서 블로그에서 추천 후기를 많이 남겼고, 여행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 톡방에서도 추천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묵고 간 다음에 남긴 후기에 나도 후기를 하나 남겨 두었다. 잊을 수 없는 도시에서 잊을 수 없는 숙소에서의 귀한 기억이 바라 꼬아를 더 인상 깊게 만든다. 


지금도 페이스 북으로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생일이나 기념일엔 이모티콘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스페인어가 조금이라도 늘었으면 좋겠지만 역시 새로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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