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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un 18. 2022

쿠바에서 가장 그리운 곳이 있다.

바라꼬아 산책

쿠바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의 바라꼬아는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였고, 고요했지만 심장은 뛰는 곳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느껴지는 따스한 온정이 느껴지는 곳으로 기억한다. 한참을 걸어 다녀도 쉽게 사람을 볼 수 없고, 가게도 많이 있지 않아서 그런지 고요한 풍경에 기분이 좋다.


이런 풍경의 바라꼬아는 의외로 다른 곳에 취해 있는 중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는 이곳의 최대 이슈는 생각과는 다르게 축구였다. 산티아고 데 쿠바를 들러보고 나서 도착한 바라꼬아는 야구보다는 축구를 더 관심 있어했다. 우리가 도착한 날에도 유럽에서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 쿠바의 버스 터미널에서 축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사실 아바나에 골목을 다니다 보면 이미 많은 아이들이 축구공 하나를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쿠바는 야구의 시대에서 축구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바라꼬아는 쿠바에서도 작은 도시에 속한 곳이다. 관광객을 잘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 동양인은 관심에 대상이 되지만 다행인 건 아프리카에서 처럼 다가와서 

"치노, 치노" 

하면서 달려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워낙 없어 조금은 한산하기도 했다. 기분은 그래도 찍는 사진마다, 온전한 풍경을 담을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 

낮은 담벼락과 단층의 집들 사이로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도로만 거칠게 나 있다. 조금은 정돈되어 있지 않은 듯한 담벼락은 무심한 듯 이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걸어 다니는 내내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행지에서 경험했을 때 기분 좋은 일 중에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곳을 화면으로만 보다가 내가 직접 봤을 때 느끼기도 하지만, 낯선 동네에서 누구도 알아보는 사람 없는 거리를 걸어 다니는 느낌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쿠바의 예스러움은 이런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느린 장면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씩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에서 유럽 축구 유니폼을 볼 때면 현재 그 이상의 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허물어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담을 올바르게 쌓은 적이 없는지 알 수 없는 엉성한 담벼락 사이로 쿠바 사람들이 좋아하는 빨간색, 파란색의 옷이 널려 있다. 건조기 같은 게 없어도 널어두면 1시간 안에 마를 것 같은 날씩에 옷들이 춤을 추듯 흔들리고 있다. 


바라꼬아의 도로는 조금 특별하다. 마을을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두 대의 탈 것은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매캐한 매연을 뿜으며 달리는 지프형 트럭 뒤엔 짐을 싣지 않은 마차가 이어 달리고 있다. 


그래서 도로 위에는 매연으로 가득한 공기와 말의 배설물이 지뢰밭처럼 널려 있다. 하지만 조금만 걸어 나오면 쿠바가 아닌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바라꼬아는 그런 곳이다. 때로는 동남아의 어느 나라를 보는 것 같은 풍경과 유럽의 어느 마을 같은 곳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소란스럽지 않은 마을에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여유는 이곳이 쿠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때로는 내가 여기에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바빴던 여행이고, 분주했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꼭 그랬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조용하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곳도 있었는데 말이다. 


네팔의 북쪽 작은 마을 맥그로드 간지에서 처럼 가만히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은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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