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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번역가 Aug 10. 2023

내 마케팅은 심리적 장벽 없애기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유명 작가가 아니라면 저절로 팔리는 책은 없다고. 책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일이지만 출판업도 엄연한 사업이니 기업에서 광고를 하듯 책이라는 제품을 홍보하고 마케팅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 프리랜서 초반에 클라이언트 기반을 확장하려고 애쓴 것 말고는 번역가로서 나를 알리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별로 없고, 게다가 책의 마케팅 경험은 전무하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좋아 보이는 스타일을 무작정 따라 해 보려 한다. 


이 매거진의 제목에 굳이 ‘실험’이란 단어를 넣은 이유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대신 내가 직접 책을 만들어 그 책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면 사회적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 거라는 내 가설을 실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왕 실험을 하는 김에 내 기획들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가 하는 것도 확인하고 싶었다.


출판사는 책을 출간할 때마다 독자와의 소통을 비롯해 무수한 마케팅 활동을 한다. 수백 만원을 들여 온라인 서점 광고를 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따위의 소셜 미디어에 정기적으로 게시물을 올려 타깃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플루언서를 통한 홍보를 하는 등 말이다. 이중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내가 처음 선택한 활동은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있는 일 소셜 미디어에서 알리기’와 ‘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관계 쌓기’였다.


나는 소셜 미디어에 1일 1피드는커녕 뭔가를 (꾸준히) 올리는 일조차 상당히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오픈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깨작깨작거리다가 모두 방치해 두었었다. 꽤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소셜 미디어에 올릴 만한 뭔가를 찾는 일이 어려운 데다가 부끄러움이라는 큰 심리적 장벽도 있었다. 과연 이게 어디에 올릴 정도가 되는가, 과연 이런 것을 드러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늘 따랐고, 지금도 그렇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사소한 관심사를 조잘조잘 나누는 사람을 보면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부러울 수가 없었다.

 

출판을 결심한 뒤 소셜 미디어 활동을 다시 시작한 지 이제 한 달가량 지났다. 소셜 미디어는 꾸준함이 최고라고 했고, 카페는 나를/내 것을 조금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의 것을 많이 얻을 수 있으면 좋다고 했다. 몇몇이 어울려 공동으로 작업한 전자책이 곧 발간될 예정이고, 1인 출판의 첫 작품을 한창 작업 중이다. 이번에는 책이라는 매개물이 있어 올릴 거리에 대한 부담은 줄었는데, '책이 나오니 멋지게 홍보해 보겠어' 하는 다짐보다는 혹평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고질적인 불안감을 안고 사는 나의 마케팅 활동은 심리적 장벽 없애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그냥 마구마구 올려 봐야겠다. 꾸준히. 그럼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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