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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워터멜론 Jan 02. 2019

[A's] 감히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일하는 방법

얘더라 잘 들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다.


2019년 1월 1일이다.


어제는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고, 아침엔 떡국을 먹었고, 내 나이가 35살이 되었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다. 어쨌거나 제일 슬픈(?) 임팩트를 많이 받았던 나이는 33인가 34였던 것 같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나는 사실 내가 이렇게 일에 빠져들고 즐기게(?) 될 줄 추호도 몰랐다. 교육심리학과만 졸업하면 임용고시는 누구든 붙는 건지 알았고(쯧쯧), 만일 떨어지더라도 사립 어딘가에서 기간제로 일하며 당시 사귀던 오빠와 졸업 후에 결혼해야지 했었다(진짜 TMI). 그런 내가 사회인이 된 지 어언 10년이 되어가고, 그 기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저 매 순간 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삶이 어렵고 힘들 때 일에 숨었던 적도 있더랬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이 글을 쓸 때가 아니고, 아보카도 아카데미에 관한 글을 쓸 차례인데. 새해를 맞이해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부터 끄집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Z야 미안해) 전에 쓴 아보카도와 함께한 나의 이야기 프롤로그는 아래 링크에서 보시라.


지나가던 듣보잡 꼰대의 이야기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2019년 더.워터멜론에서의 내 KPI 중 하나가,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 및 일하는 방법 다운로드이기 때문에 이 참에 글로 한 번 정리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와서, 내일부터 시작이다. 내가 일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아보카도 홈페이지부터 여는 것이다. 여기저기 훅훅 넘겨가며 쭉 읽는다. 매일 들여다보면 늘 보이는 것도 새롭게 보이고, 안 보이던 것이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asap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나누고 적는다. 정말 감사하게도 아보카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키우고 있는 J와는 이 부분이 통하듯이 잘 맞고, 어떤 때는 말하지 않아도 그 친구가 먼저 개선사항을 얘기하곤 한다. J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나보다 더 많이 들여다보고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일 거다. 이래저래 배울 게 많은 후배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아보카도↓



나의 대부분의 일하는 방법은 경영자 교육기관인 첫 회사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배운 것이다. 인턴 시절 좋은 사수를 만났고, 당시 지금 내 나이였던 팀장님께 수없이 혼나고 또 칭찬받아가며 일을 배웠다. 인턴 딱지 떼고 나서 1년 차 때는 정말 회의 때마다 울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무엇보다 나의 고객이 중견/대기업 대표들이었고, 교육 비용이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과정을 온전히 주니어인 PM들이 담당하다 보니, IGM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을 주니어라고 생각하며 일하지 않았다. 뒤에서는 울어도 세일즈, 마케팅, 운영, 매출 등 모든 부분에서 내가 의사결정권자이자 프로여야만 했다. 더 할 이야기가 많지만, 기회가 되면 이것도 나중에 풀어보고자 한다.


누군가 나에게 회사에서의 Role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사업 개발'을 한다고 답한다. 지난 10년 동안 업무 필드는 다 달랐지만 내가 하던 일은 언제나 비즈니스를 디벨롭하고 실행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아래에 나올 일하는 방법이 비즈니스, 세일즈 쪽에만 국한되는 이야기 아닌가 하고 느낄 수 있겠지만, 결국 일 잘하는 방법은 포지션에 관계없이 다 똑같다고 본다.


1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번호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1번은 지배적으로 중요하고, 나머지는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주면 된다.






1.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다. 이 생각은 늘 머릿속에 담아야 한다.  

일하는 과정 중에 시시껄렁한 농담과 연예인 가십거리를 말하며 즐거울 수는 있다. 하지만, 미안한데 놀면서 일한다는 것은 없다.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고, 회사가 존재해야 우리 모두가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해야 한다.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해볼까. 보여주기 식의 복지, 자유분방한 문화는 의미 없다. 회사의 모든 환경은 직원들이 더 치열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일한다면, 그것만큼 개인을 발전시키는 것은 없다.


2. 일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창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계속 들여다보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창조라도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며 일을 완성시킬 때 느끼는 쾌감이 바로 성취감이다.  작은 성취의 경험이 쌓이면 더 큰 성공을 바라게 된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음 일,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


3. 스스로에게 집요함을 요구해야 한다.

2와 연결 지어 생각하면, 일은 집요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자기가 맡은 일을 명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오랜 시간 엉덩이 싸움을 하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일의 처음을 주관하는 사람도 나이고 마지막을 책임지는 사람도 나라고 생각한다면,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거기서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솟아난다.


4. 포지션과 상관없이 쓸 돈과 벌어들일 돈을 계산하며 셈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1에서 이야기했듯이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고, 돈을 번다는 것은 결국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내가 마케팅에 100만 원을 쓴다면, 최소 100만 원은 벌어들여야 하고(BEP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1,000만 원을 벌어들이는 방법을 고민하여 이익을 최대화하는 게 정상이다. 브랜드 판에 있었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 인지도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걸 순순히 돈을 다 썼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 꼭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거기서 당신이 몇 개월 동안 키운 브랜드 인지도가 향후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 예측하지 못한다면, 회사에서 겉멋만 잔뜩 들어 일하고 있는 것과 같다. 오늘따라 어조가 상당히 단호하여 또 미안하지만 돈은 김밥천국처럼 버는 것이다. 겉멋 버리고, 우아함 내려 두고, 오늘 쓴 돈, 번 돈 계산기 두드려가며 달려들어야 한다.


5. 회사 전체적인 큰 숫자까지는 어려워서 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맡은 프로젝트 혹은 내 분야의 숫자는 늘 꿰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치를 회사 전체의 수치와 링크시키며 자신의 KPI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내가 1월에 100만 원 벌기로 했는데 98만 원 벌었으면 2월에 벌어야 할 돈에 + 2만 원 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6. 고객의 목소리에 민감해야 한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보카도 베타 서비스 기간 중에도 많은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다. 안 좋은 피드백을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열 받기도 하고, 그냥 모른 척 덮어두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고객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로 돌아가 보면 내가 개선해야 할 포인트들이 보인다.


7. 어떤 것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그냥 보고 듣고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내 일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혹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면, 꼭 실행하며 내가 세운 가설이 맞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이 과정을 충분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되어 있다. 더.워터멜론에서는 이 부분에서 K를 따라갈 자가 없다고 본다.


8.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만약 주어진 조건 내에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는 그 논리가 정확해야 하고 상대가 수긍 가능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타이트한 기준으로 생각해 봤을 때, 논리가 빈약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약속한 일은 일단 하는 것이다. 우선 마무리를 짓고, 그 일을 하면서 생긴 리스크나 향후 발생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훨씬 더 발전적이다.


9. 내가 대표가 아니라면, 일단 대표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고, 지금 당장 실행 하긴 어렵더라도 마음 한편에 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우리 K와 H도 내가 지금 당장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아니 많다). 와.. 지금 당장 쳐낼 일도 산더민데, 거기다 더 숲을 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항상 마음에 새기는 것은 내가 아무리 주인의식이 있더라도 오너의 생각을 뛰어넘긴 어렵다는 것이다. 오너쉽을 갖는 것과 실제 오너쉽이 있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렇다고 까라면 무조건 까라는 건 아니고, 윤리적으로 부도덕한 오너가 아니라면, 지나고 나면 부모님 말씀 중 틀린 게 없더라와 같은 이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뇌의 한구석에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보자.


10. 마지막으로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은 내가 주니어 시절에 가장 충격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부분이다. A씨는 일은 정말 잘하는데 오르락 내리락이 있어서 어찌 보면 상사 입장에서 일 못하는 친구한테 피드백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다. 당시 그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나는 내가 일을 잘하는 줄 알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깝쳐댔는데(달리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죄송해요) 일 못하는 게 낫다니. 그 피드백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많은 밑거름이 되었다. 일하다 보면 빡치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겠는가. 꼭 화나는 일 아니더라도 봄을 탈 수도 있고 가을을 탈 수도 있고. 그냥 배고파서 짜증 날 수도 있고. 그래도 나는 즐겁고 유쾌한 상황 속에서 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 수박 식구들도 즐겁고 유쾌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르고 가끔 춤도 춰준다. 춤을 춘 영상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러분께도 공유하기로 한다.







쓰고 나니, 결국 다 1번으로 귀결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니가 뭔데 일하는 방법을 쓰냐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새해니까 이 친구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글을 적나,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지나가는 듣보잡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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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서 더 단호해진 A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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