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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Aug 01. 2024

" 램프의 바바처럼 "   

A Beautiful Momnet

"거울 보시죠?  웃어서 웃는 거예요."

전 직장 대표가 내게 한 말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에 나온 조커가 내뱉는 Why So Serious?처럼 냉소나 조롱이 아닌 진심으로 나에게 조언한 말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반짝이는 눈을 갖은 예민한 사람이었다.  나의 일솜씨를 인정했다.

그런데 늘 심각한 듯 잘 웃지 않는 내가 아쉬웠던 거 같다.


아시다시피 조직 권력자의 주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여구지설(如口之舌)' 입안의 혀처럼 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쪽으론 소질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진심의 조언에 나는 웃기가 더욱 쉽지 않았다.

그냥 생긴 대로 하던 대로 하다 보니 소위 정치가 기본 룰인 대표를 보좌하는 부서에서 눈에 띄는 형국이 되곤 했다. 나는 조직에서 생태 교란종이었다. 아마 감당이 가능한 별종 한둘이 있는 것은 권력자의 개방성과 관대함을 보여주는 샘플이 될 수 있어서 살아남았던 거 같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고 소정의 대가도 치워야 다.

나는 웃음이 신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너희 위대한 인간들이여, 배우라! 웃는 것을!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니체 -


웃어서 웃는다는 말이 진짜임을 나는 잘 안다.

초등학교 시절 동갑내기 앞집 송송이와 함께 인형놀이를 하다 시들해지면 우리는 방안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키득키득거렸다.  그러다 송송이가 까르르 웃으면 내가 이어서 까르르 웃고 그게 또 웃겨서 까르르 웃고. 까르르 웃음의 서클이 생기자 다람쥐가 챗바퀴를 돌듯 우리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배를 움켜잡고 이리저리 뒹굴면서 배가 고플 때까지 웃어댔다. 뭔지 모를 것들이 꽉 차서 행복했다.



모친께서는 진짜 웃음보가 있는 분인데, 머리를 흔들며 온몸으로 웃으시는 게 특징이다.

내가 알고 있는 웃음의 방아쇠는 모친과 눈이 연속 마주치는 순간이다. 이것을 맘껏 웃어도 좋아 라는 신호로 인식하는 듯, 그 순간 기가 막히게 동시적으로 모친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온몸으로 웃는 웃음은 정말 전염성이 강해서 나도 따라 도리도리 하며 옆구리가 아프도록 웃게 된다. 그런데 모친의 웃음보는 특히 무거운 것을 함께 들어 나를 때 - 물이 가득 찬 고무다라를 나른다거나, 무거운 밥상을 물려야 할 때 - 터지기 일쑤인지라... 대략 난감할 때도 많다.


생각해 보니 나의 한때 이상형은 미소와 웃음이 멋진 남자였다.

이상형에 근접한 청춘이 있었는데, 우연히도 나와 이름이 같은 여자와 이른 나이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함박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상대방을 그냥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기분 좋은 함박웃음은 순간 사람을 무장해제 시킨다.  

터져 나오는 해피 바이러스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일도 순간 잊어버린다.

누군가의 함박웃음 덕에 한 템포 쉬면 웬만한 일은 만사형통이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미소가 얼마나 사람을 우아하게 하는지도 알게 되었는데, 몸에 흐르는 명품옷을 걸친 것보다 자연스러운 섬세한 몸짓과 표정 속에 묻어나는 미소는 그가 귀한 사람이다는 느낌을 준다.


웃어보자!

"돈데 기리기리~ 돈데 기리기리~"

주전자 '돈데크만'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시간탐험대> '램프의 바바'의 웃음을 아는가?

램프의 바바는 압둘라의 요술램프 속 지니인데 슈퍼맨 옷차림에 언제나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와 함께 주인은 버려두고 날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허당스럽고 밑도 끝도 없는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  하고 웃는 끝없는 그 웃음소리는 예술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생각만 해도 웃음이 삐져나오는 나의 최애 캐릭터 중 하나이다.

<시간탐험대>는 착한 어린이 애니메이션 공식을 벗어난 당시엔 획기적인 캐릭터들이 우글거리는  병맛 개그 애니메이션이었다.


https://youtu.be/ROF6TTJ-Q-E?si=74FJVUA6w-LINv_y


사실 나는 꽤 잘 웃는 사람이었다.

대학시절 캠퍼스에서 해맑게 놀던 기억밖에 없는 나는 많이 웃고 다녔던 것 같다.

어느 날 교정을 걷다 여학생회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웃는 나를 보면 기분이 좋다며, 한번 더 웃어달라고 앵콜(?)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더 크게 웃어주었다. 램프의 바바처럼.


거울을 자주자주 봐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상을 쓰게 되었을까?

오랜만에 얼굴을 들여다보니 나이 탓을 하기엔 미간 인상주름이 너무 깊어졌다.

웃어서 웃다 보면 뇌의 A10 영역에 있다는 웃음보가 활성화된다고 는데,

미소를 지어본다.

웃어본다.

헉...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주름이 더해진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 많은데 웃음과 미소도 잦은 연습이 필요한 가보다.

바쁘다 바빠~


웃음과 미소로 내면의 근육 딴딴해지고 얼굴 근육 웃음 길 자리를 잡으면 조금은 예뻐지겠지?

자자 이제~  램프의 바바처럼 웃을 준비 완료!





1988년 3월 미국 UCLA 대학병원의 이차크 프리트 박사는 16세 소녀의 만성 간질성 발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특정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발견했다. 소녀의 감정이나 주변의 상황과는 관계가 없었다. 주어지는 전기자극의 세기에 따라 웃음의 강도가 달라지고 지속 시간에 차이가 났다. 이 ‘웃음보’ 연구결과는 네이처지에 의해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부위는 뇌에서 감정을 지배하는 변연계와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좌측 전두엽이 겹치는 A10 영역이었다. 바로 이 영역에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과 고단위 단백질로 이뤄진 4㎠ 크기의 ‘웃음보’가 있었다. 그런데 웃음보가 손발처럼 자극하기 쉬운 곳에 드러나 있지 않고 대뇌 깊숙이 박혀 있는 까닭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웃음보에서 몸에 좋은 호르몬 21가지가 방출된다.


대뇌반구의 안쪽과 밑면에 해당하는 뇌 속 변연계도 또 다른 웃음보다. 변연계에 포함되는 해마와 편도, 시상은 행복과 쾌감 등을 느끼거나 표현한다. 특히 이 중 시상하부의 가운데 부분은 조절할 수 없이 터지는 큰 웃음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출처 :  대구한국일보, 웃음이란 명약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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