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카와사키병과 싸우다
안녕하세요, 빙산입니다.
브런치 중독 초기 자가진단 이후 삭제했던 모바일앱을 오랜 만에 깔고 글을 씁니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전 둘째 아이의 8/25일차에 시작된 고열 6일차에 소아과의 카와사키병(川崎病/Kawasaki Diseases) 소견서를 받아 상급병원의 응급실로 갔어요.
워낙 39.5도 대에도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면 해열제 안 먹고도 열이 내려가던 아이라 걱정을 안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평소 패턴과 조금 다른 경향이 있어 여러 가능성을 알아보고 하나씩 배제해가면서 4일차인 수요일에 소아과 방문을 했어요. 항생제와 해열제 및 항생제 때문에 생길 수 있어 추가되는 다른 약들을 처방 받아 집에 와서 복약을 시작했어요.
저녁에 약을 먹은 후, 자기 전에 손발이 붉어져서 수족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목요일 오후는 초진을 해준 병원의 휴진일이었고 제가 휴가를 내고 아이와 집에서 계속 함께 하며 상태를 봤어요. 점점 기운이 없어하고 졸리다고 계속 누워있으려 하는 게 평소와 다른 상황인 걸 알게 해줬습니다.
금요일엔 오전에 출근을 하고 수족구 진단을 예상하며 오후에 소아과에 데려갔어요. 수포가 없긴 했는데 다른 양상을 띌 수 있으니.회사에 다녀오니 배 부위에도 드문 드문 붉어지고 겨드랑이에도, BCG예방접종 부위에도 발진이 생겼네요. 가려워하진 않고.
언론에서는 요즘 다루지 않게 됐지만 의료계 상황이 상황인지라 병실이 없어 집에서 먼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동해서 검사 및 치료를 추천 받았습니다.
류귀복 작가님 책에 자주 나오는 그 장소라 책에 들어온 기분이 조금 들었어요.
그렇게 금요일 밤에 입원 후, 오늘이 되서야 ‘놀이터의 글벗들’ 에게도 소식을 알리는 게 예우라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아이 상황에 대해 글을 쓰는 게 ‘같잖은 작가병’이란 생각에 꺼려져서 선뜻 이야기하기 어렵더군요. 최근에 제가 쓴 글에 다른 이슈도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 적극 대응을 하지 못한 설명으로 대체 하고자 합니다.
금요일 밤에 다행히 입원가능한 병실이 생겨 토요일 오후부터 글로불린 수액과 아스피린 내복약 투여가 시작됐어요. 다행히 이상 반응이 없어 토요일 심야 글로불린 한 병을 다 넣고(?), 일요일부터는 아스피린만 먹고 있어요. 고열은 잡힌 것 같았는게 월요일 오후부터 다시 38도 초반대 열이 있어 지켜보고 있네요.
금요일 밤, 입원시 진행한 혈액검사 염증 수치가 3.9. 글로불린 투여 후 일요일 오후 다시 한 혈액검사의 염증 수치는 3.0이에요.
심장전문의의 초음파는 화요일에 가능하다고 해서 오늘 진행 예정입니다.
카와사키병이 혈관염처럼 진행되는 거라 후유증/합병증이 심혈관질환이라 입원 할 때 심전도검사도 했는데 퇴원 가능 여부를 보려면 일단 초음파결과를 봐야한다고 합니다.
토요알엔 제가 제자인양 반말로 짧은 말로 설명해주시던 교수님께서 월요일에 후배의사들을 동반하여 회진돌 때는 자상한 존댓말로 설명해주셨죠.
언제 집에 갈 수 있냐고 울 때 좀 울컥하긴 하는데
저도 둘째 지은이*도 씩씩하게 잘 보내고 있어요.
실명이 아닌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이름, 법적성명이 되지 못한 이름후보 TOP 5 중 고름
원래 아프면 아빠 찾기도 하고 아내는 돌을 앞둔 막내를 케어해야 해서… 제가 ‘가족돌봄휴가’를 쓰고 병원에 있어요. 둘째는 만 세살 생일이 다음달인 신장1미터 미만의 작은 아이라 같은 침대에 누워있네요.
어제 처음으로 밤부터 아침까지 안 깨고 쭉 자고 있어요. 어제는 새벽에 엑스레이 찍으러 깼어야 했고.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서 머무는 동안 책을 한 권 만들어 냈는데 전 그런 욕심은 없구요. 병원 간 이동할 때 든 ‘못 말리는 브런치 작가적 생각’이 담긴 말로 알림을 맺으려 합니다:
전 브런치 대상에 밀리언셀러가 되는 것보다 건강한 아이의 아빠로 무명작가 하는 삶을 더 감사히 살 수 있습니다. 그런 삶이 계속 되길 소망합니다.
어제부로 식욕도 돌아오고 병원에서도 놀 수 있는 책과 장난감들도 있어서 이런 분위기로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구요.
수액 때문인지 얼굴이 좀 부은 것이 좀 신경쓰이네요,
혈관으로 직접 공급되는 포도당에 배가 안 고픈지 식사량이 평소의 1/5도 안되는데… 링거달고 있어서 뛰어놀지도 못하게 하고 있네요.
소아놀이터(?)에 전자 피아노도 있고 나름 색깔도 유치원스럽게 해놔서 거기까지 운동삼아 걷고(걷게 하고) 있네요.
수액 떼면 더 빨리 나을 것 같은 아빠의 마음.
처음으로 둘째가 제 가슴팍에 기대서 잠든 상태에서 글을 썼네요.
퇴원 후, 좋은 소식 전할 수 있길 바라며,
빙산 올림
2024.09.02
P.S=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 브런치앱은 다시 삭제할 예정이라 피드백은 늦을 예정입니다
(9/4 퇴원)(9/4 퇴원
2024.09.04 수요일 오전에 퇴원 했어요.
다시 열이 나면 응급실로 오라고 했었어요.
대한소아청소년과 학회의 안내(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문 작성자: 강릉아산병원 전현옥 님)
퇴원 후 약 1주일간은 재발열 유무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을 요합니다. 만일 37.5도 이상의 발열이 발생한다면 가와사끼병의 재발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급성기 치료로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받은 경우 생백신의 접종은 치료 11개월 이후로 연기합니다. 이는 면역글로불린에 의해 항체 생성이 저해되기 때문으로 사백신의 접종은 이와 무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대표적인 생백신은 수두(생후 12개월), 홍역/볼거리/풍진(MMR, 생후 12-15개월, 4-6세 추가접종)이며 일본뇌염의 경우 사백신으로 접종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심초음파 추적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발병 3-4주, 발생 6-10주 기간동안 초음파 추적검사를 시행하고 이 시기까지 관상동맥 병변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저용량 아스피린은 복용을 중단하고 발병 약 1년 경과 시점에 심초음파 추적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만일 심초음파 추적 검사 결과 관상동맥 합병증이 발견되었다면 주기적인 심장 검사와 추가적인 투약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담당의와 상의하에 정기적인 심장 추적검사 및 투약 계획을 결정하게 됩니다.
작성자: 강릉아산병원 전현옥 님
미국과 영국 가이드라인을 보면 38도 이상의 열이 있거나 카와사키병의 다른 증상이 생길 경우, 응급실로 가라고 안내합니다. (한국은 37.5도 였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카와사키병 퇴원 후 안내문을 상세히 준비해준 게 있어 혹시 다른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하여 남깁니다. (링크) 웹페이지에 첨부된 PDF 안내문에는 더 세부 내용도 있는데, 한국 병원에서 안내 받지 못한 내용도 있어요.
퇴원 안내: Discharge Instructions
11개월 동안 생백신 접종하지 말라는 안내는 한국에서도 해줍니다.
Your child should not receive any live vaccines (MMR, Varicella) for 11 months after getting IVIG.
하지만 다음 내용은 영어 자료에서만 있던 내용입니다.
-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중에는 아스피린이 제대로 작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니 이부프로펜/모트린/애드빌을 복용하지 말 것
(원문: Your child should not take ibuprofen/Motrin/Advil while taking aspirin since this might prevent the aspirin from working correctly. )
-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수두나 독감이 걸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할 것
(원문: Your child should avoid contact with anyone who has chicken pox or the flu while he is on aspirin.)
-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것
Your child should receive a flu shot to help prevent the flu.
*한국에서도 2005년 의협신문 기사에서 FDA의 권고를 인용한 게 있네요. 카와사키병 환자의 경우, 심장보호 효과를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주의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펜
FDA에 따르면 아스피린을 심근경색 예방 등 목적으로 복용하는 환자가 아스피린 복용후 30분 이내에 이부프로펜을 복용할 경우 아스피린의 효과가 떨어진다.
출처 :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
퇴원 후, 3일차 밤에 38도가 있었는데 방이 더웠기 때문에 아침에 다시 재어보니 37도 초반으로 내려가서 안갔습니다. 퇴원 후 5일차 되는 날 오후부터 37.5-7도의 열이 있다가 퇴원 후 6일차(9/10) 되는 날 오후에 38.3도 까지 열이 올라가서 응급실로 방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왜 38도의 열 가지고 방문 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담당교수님과 확인해보겠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카와사키의 다른 증상들이 없었고, 배가 아프다고 종종 얘기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장염일 것 같으니 입원해서 검사하는 건 원래 예정된 날 후속검사(f/u) 일정에 맞춰서 하자고 하셨네요. 그렇게 5시경 집에서 차 막히는 시간대에 출발해서 서울성모병원까지 약 2시간에 걸려 도착해서 장염약을 처방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던 하루 입니다.
퇴원 안내 할 때의 선생님과 응급실 선생님의 아이의 발열에 대한 '온도차'가 커서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도 저도 집으로 돌아와서 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는 동안 '집에 갈래' 하고 여러번 울었는데 말이죠.
자고 일어나니 체온은 다시 37.2도를 거쳐 36.8까지 정상화 되었고, 설사가 아닌 제대로 된 응가를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