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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Sep 16. 2024

When Never Became Whenever

미실현희망未实现希望’에 대해 (Side-A-Track 3)

가사 없이 곡에 담겨 있는 마음이 어디까지 전달될 지 궁금하네요.

곡 링크 (일부공개unlisted)) : https://youtu.be/-kMQbHLki6s?si=naaQ2_QOastGeWkG

장르: alt/post-rock으로 시작하여 다른 장르로 끝납니다. Hard rock은 아닙니다. (제 기준엔..)

Never-Story (inst.) : 추석에 오가시는 길을 막히지 않는 염원을 담아



곡에 대한 이야기


2011년 전역 후, 복학전까지 만들다가 미완성으로 끝났던 곡입니다.

어떤 가사가 어울릴까 생각을 하다가 복학하여 졸업을 위해 시나리오도 쓰고 단편영화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곡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Never-Story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댓글을 통해 곡에 대한 감상을 듣다가 새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 When Never Became Whenever)

“이뤄졌으면 좋겠다” 하고 가지고 있던 낭만과 꿈들을 하나 둘 버려야 하는 시점이 되었어요.


- 음악을 업으로 사는 미래

- 신기하게 시작했던 인연에서 갑자기 연락이 없어 사라졌던 한 사람과의 재회

(시인 피천득 님과 같은 성을 가진 검은 뿔테의 여학생이 있었죠)

- 입대 전 잠시 거주했던 삿포로를 떠날 때 다시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자각

- 아주 오랜 만에 마음 속에 싹 틔웠던 “원함”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래서 “이뤄지지 않을 이야기” , “things that will never happen” 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서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곡이 우울하진 않습니다.

전 최대한 객관적으로 삶을 바라보려 하는 사람입니다.


곡을 만들던 때는 20대 후반이었지만 그 때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치 않았던 전개의 끝에서 새로운 걸 얻고 그게 유익했던 적이 있었으니깐요.

제가 겪은 좌절과 실망과 실패를 거쳐 지금의 제가 있기에

그런 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과거의 도려내고 싶은 순간들 역시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Timelapse: 영상에 대한 이야기


하늘 풍경과 자연 풍경은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어떤 애니메이션이나 뮤직비디오를 만들 시간은 없고.

그래서 차에서 찍을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영상을 골랐습니다.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해변을 밟게 해주고 돌아오는 길,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길&돌아오는 길, 응급실에 갔다 돌아오는 길...등


당시에는 느리고 막히던 길도 타임랩스를 통해 보면 빨리 진행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빨리 감기를 보는 것 같은 영상 속의 하늘의 변화도 눈치 챕니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이나 구름의 위치를 통해 차량의 진행방향이 달라지는 것들을 알게 되고요.


이 역시 "작가의 전지적 시점"에서 누릴 수 있는 마법같은 "시간감sense of time"인 것 같아요.

과거를 돌아볼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거죠.


슬로모션으로 천천히 곱씹고 싶은 촘촘한 시간들

타임랩스로 빨리 감아 추세를 보고 싶은 시간들


과거의 아픔은 굳이 슬로모션으로 바라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기승전-'정신건강'이네요.


보고 싶었던 영화를 잠시 봤어요.
유혹에 졌습니다.DC계열 히어로물인 <플래시>(2023) 입니다.
빛보다 빨리 달리게 되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된 배리(플래시)에게 브루스(배트맨)이 말합니다.


“ …There scars we have make us who we are…
우리의 상처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어“

from <Flash>(2023)




조금은 철학적인 이야기


동양에서 “사필귀정事必归正“이란 사자성어가 존재하는 이유는 ”카르마“/”인과응보“를 얻게 어떤 흐름에 대한 인지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기독교세계관에서는 이 세상의 전체적인 흐름에 방향이 있고 그걸 관장하고 필요에 따라 개입하는 ‘신’의 존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신에게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이야기 합니다. 심지어 역사 속의 악한 세력들도 궁극적으로는 '신의 목적'에 따라 사용된다는 해석을 하기도 하죠.  사필귀정이 이뤄지려면 결국 '잘못들'을 '바름(正/goodness)'으로 바로 잡으려는 어떤 힘 (혹은 흐름)이나 존재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너무 복잡한 변수들이 늘어나서 그걸 다 꿰뚫어보고 '진의真意/true intention'을 알게 되는 것도 마냥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저도 제 과거를 살펴보면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게 지금의 '더 튼튼한' 나를 만들게 한 걸 알게 된 적도 많습니다. 이뤄지지 않은 여러 짝사랑들을 지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그런 아내와 함께 지금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으니깐요. 그런 아내와 아이들과 지금의 이웃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제 "인생 시나리오"라는 걸 써놓고 "예정한" 존재가 있다는 건 아마 실재와 다른 해석일 겁니다.

그렇게 인간이 “신의 시나리오”대로 조종되고 '계획'이나 '예정'대로 흘러간다고 하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처음부터 없다고 볼 수 있으니깐요. "예정론"/"운명론"이 행위의 의미를 옅게 하는 것만큼 DNA에게 조종당하는 "진화론적 숙명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론 안에는 '의미'가 없고 '자의自意'도 없어지기 쉽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인간의 자유의지적 선택을 다 활용하여 “신의 뜻”(혹은 계획)이 이뤄진다면..?! 전 그 편이 좀 더 합리적이고 납득가능하고 현실적인 가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치 않게 가사와 멜로디 라인을 녹음하지 못한 이 곡에게도 언젠가는 가사가 붙고 보컬이 붙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없으면 없는대로 미완성인 이 곡도 디지털 세상에 풀어놓습니다.


차가 막히는 추석연휴 도로에서 좀 속이 시원해지는 영상이 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구요.


작가님들/독자님들께 추석 인사를 올리며 마무리 합니다.


혜피추석

惠被秋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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