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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Jul 26. 2024

Rainy Morning ~ 雨中散策~(inst.)

Side C - Track 1- 작곡실험 1: 연주곡 (가사없음)

1. 배경

‘소리 있는 가사의 집’에 넣어도 되는 지 의문의 곡입니다.

2011년 2주 넘게 지속된 장마철에 만들었던 곡이에요.

그 때는 전역 후, 복학 전에 돈을 좀 벌어놓고 학교에 가려고 프리랜서로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앱에 제공되는 콘텐츠 번역검수를 하던 때네요.

전에 말한 바 있는 ’정책‘에 때문에 디테일은 기록할 수 없습니다.

10년 후에는 기억이 안나려나 싶기도 한데, 이뤄진 바 없는 감정이니 좀 더 적어도 될까 싶기도 하고…


10여년 만에 받게 된 호감들 속에서 약간의 설렘, 전 야근을 하는 날이었는데, 우산 없이 퇴근 하던 ‘신경쓰이던 한 사람’이 비에 젖을까봐 어디있는 지도 모르고 달려가서 우연히 만나 우산을 건내주고 온 드라마 같은 장면 등….

아무튼 그런 우중충함 속에 풋풋함이 있던 시기의 감성입니다.


비 내리던 주말 아침, 전 전철을 타고 처음 가 보는 공원을 향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약속도 없이.

반가워하면 좋을텐데- 하며 tada. 짠-

애인도 아닌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면 반갑지 않은 게 제가 경험한 현실인데…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약속하고 가세요.

비와 후회가 담겨 있는 곡이에요.

원래 파일명은 Rainy Days ~shouldn’t have~였는데, 유튜브에 올리려니 제목이 긴 것 같아서 ~Regrets~로 했었어요.


https://youtu.be/bgWQnNl3i-0?si=XLpT2aXB2tuMtVyN

Rainy Morning ~ Regret~ (inst.)


2. 곡 설명


제목:


*음악공책을 보니 가제에 ~雨中散策~ 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 쓰이는 散步, 산보, 와는 다른 어감인데, 전 ‘산책’이 더 좋네요.

책략의 책策이 들어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스레 깨닫게 됐습니다.

‘책략/계획을 흩다“ ..라는 뜻을 부여해볼까- 생각해봅니다. ‘원래 계획을 잠시 내려놓고 걸으며 다시 구상할 수 있는 걸음’이 되는 걸까요.


실험:

처음엔 기타치며 흥얼거리며 멜로디를 만들던 과거 패턴을 벗어나보고자 곡을 쓰고, 건반으로 멜로디라인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부를만한 곡이 나오려나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새로운 ‘멀티트랙레코더’도 샀는데, 그 기계에선 버튼을 눌러서 직접 드럼패턴을 녹음할 수 있어서 그걸 실험해본 곡입니다.

(…사고나서 처음 해본 거라…엉성해요…. 2절 구간에 등장….)


그래도 플룻으로 계속 가는 건 너무 심심해서 …2절에선 일렉기타로 멜로디를 만들어봤는데, 또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 같아서 그냥 두었어요.

어디에 올릴 퀄리티의 곡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시원시원한 서울 하늘, 서울 산 구경하는 BGM정도로 들어주시면 될까 싶어요.


매거진 이름이 ‘소리 있는 가사의 집’인데, 얘는 가사가 없어서… ‘침묵’이란 가사..라고 우겨봅니다.



3. 영상 설명


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에서 하늘 구경을 자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타임랩스를 남기기 시작했어요.

어디 고정해둘 삼각대라도 있으면 좋은데, 애 둘, 혹은 셋을 데리고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손으로 들고 찍어서 좀 흔들립니다.


희망을 산으로 비유하는 글을 쓴 후에는 산을 볼 때마다 그 글이 생각이 나요.

https://brunch.co.kr/@thewholeiceberg/114

그런데 오늘 아이들과 옥상에서 있다보니 또 새로운 게 보이네요.


외벽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가러 가는 길에 한 구석에서 전 10분 넘게 보고 있던 산을 보고

“엇! 산이다!! 우와!!”

하는데 좀 미안하더라구요.

아이들은 키가 작아서 옥상 벽/난간에 가려서 산이 안 보였던 거에요.


오늘은 마침 셋째도 안고 있던 터라 다른 아이들을 안아서 멀리 보여줄 수 없었네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 또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오더라구요.


나이 (혹은 키)에 따라 눈 앞의 장애물을 넘어서 볼 수 없을 때도 있겠더라구요.

저는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 (혹은 이 키라서) 그 산이 보이는데,

더 어리면 (더 작으면) 안 보일 수 있겠구나.

어떤 ‘산’은, 성장하고 더 자라야 보일 수 있겠구나 - 싶었어요.


타임랩스

타임랩스를 찍어서 보면 또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도 해요.

그냥 그 자리에서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움직임과 빛의 변화가 ‘속도’가 붙으니 보이는 거죠.

(1초에 60프레임 찍던 걸, 1초에 1프레임을 찍어서, 원래 속도로 재생하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요)


빛의 변화, 구름의 위치의 변화, 그림자의 변화…


이게 또 어떻게 보면 작가의 전지적시점*에 연결되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시공간의 주인으로서의 작가와 연결되네요.

https://brunch.co.kr/@thewholeiceberg/124

과거의 시간을 ‘재연’하고, 재구성하고, 속도감있게 편집하고, 새로운 흐름과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게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 때 하는 일이니깐요.




4. 독자(작가) 선물


엄청 맑았다가 엄청 우중충했다가 하는 요즘 장마철에 혹시 또 저처럼 하늘 좋아하시는 작가님들께서 좋아하실까 싶어 하늘을 선물 드립니다.

저의 하늘이 여러분께 닿길.


먹구름이 몰려와도 괜찮아요. 집에 가면 되니깐요.
2024.7.25 저녁 하늘 feat 피뢰침 위 까마귀1


2024.7.25.  서울의 저녁하늘  - 찬조출연: 피뢰침 위 까마귀 세 마리

제가 사실 까마귀소리도 잘 흉내내는데… 삿포로에서 ‘지옥계곡’에서 까마귀 소리 한 번 냈다가 유황온천 일대의 까마귀떼가 수십마리가 다 날아올라서 …가관을 연출해냈던 기억이 있어요..(2008년 가을의 일)

위 사진은 까마귀가 한 마리 있을 때, 까마귀 소리로 말을 거니깐 얘가 까악까악- 하더니 서너마리가 더 몰려왔어요.

'야,야, 쟤 좀 봐. 우리 말 할 줄 아나봐.' 하며 구경하라고 부른 걸까요..


아래 사진은 파노라마를 세로로 찍어서 하늘을 더 만끽하실 수 있게 해봤습니다.

2024.07.25. 까마귀의 하늘


침수피해없는 장마철 되시길 기원하며

글로서는 퀄리티가 너무 부족한 이번 쓰기(writing)를 마칩니다.

아래 사진이 가장 맘에 드는데, 어떤 느낌을 드릴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2024.07.25 저녁 아이 셋과 함께 세로 파노라마로 담은 저녁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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