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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아 Nov 01. 2022

상담일지: 기억을 얼리지 않기 위해

2022-10-31

이번 회기는 이태원 대참사 사건을 보고 발화된 내 감정들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이 기억을 트라우마로 얼려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한 시간을 채웠다.


나는 일요일이 되기  새벽, 이태원 대참사 사건을 접하. 밤에는  믿기지 않는 참사 사건을 접하고 놀라고 충격받는 감정을 느꼈고, 복합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새로운 트라우마를 만들기 쉬운 사람임을 알고 있기에 최대한 기사의 사진들을 접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접하고 친구들에게 전해 듣는 모든 말들이 믿기지가 않고 충격적이었다. 다음날을 위해 시간이 많이 늦어서 잠을 청하려 애썼고 다음날을 맞이하였다.


다음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인명피해자 수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하루아침에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슬프고 공허하고 무서웠다. 오전 중에 다양한 목격 소식을 접하는 와중에는 큰 감정이 몰려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후부터는 가슴이 찢어지는듯한 슬픔과 무서움이 몰려왔다.


이 날 나에게 몰려온 감정들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 상담에서 세세히 살펴보았다.


나는 이별과 단절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있는 사람으로서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이 가슴이 미어질 것처럼 아팠다. 그날 하루 즐겁게 놀아보고자 그곳에 간 평범한 사람들이 예상치도 못한 날에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죽어갔다는 게 너무나 아팠다. 그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의 기절할 것 같은 슬픔을 가히 다 안다 할 수 없지만, 그것의 몇 분의 일이라도 뉴스를 통해 전해져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아파서 오후에 개인적인 할 일을 하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났다. 여행하러 한국에 와 고인이 된 외국인들의 가족들 생각이 아른거려 가슴이 저렸다.


이와 동시에 나와 또래의 사람들이 거기에 많았다는 것과 내 주변의 즐거운 기념일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거기에 있었을 법한 사건의 '평범함'이 나를 짓누르고 두렵게 한다. 살면서 내가 가본 적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할로윈이라는 찰나의 특수성이 있었지만 그 장소에 그 시간에 있던 것이 너무나 평범하게 느껴져, 이 비극의 슬픔이 관련인이 없는 이 사건이 나에게 유독 아프게 스미는 듯하다.


이런 나의 슬픔, 공포, 무서움, 공허함, 비통함, 애통함이 몰려올 때, 관련된 이 기억을 얼리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이 오는 것을 막지 않는 것,

감정이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

이와 동시에 생각과 상상으로 감정을 증폭시켜서 압도되거나 패닉 하지 않는 것,

설사 비통함에 젖은 생각들로 증폭되더라도 '아, 증폭됐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것


이 것들의 중요함을 이번 회기를 통해 배웠다.


앞으로 며칠간 더 아프고 슬프고 무서울 것 같지만,

그럴 때마다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1~2분 확인하면서

이 감정이 어디서 발화되었는지 살펴보고,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나를 이렇게나 슬프게 하는지도 바라보기도 하며,

아픔 자체에 패닉 하여 압도당하지 않고,

호흡도 잊지 않고 챙기면서,

애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려 한다.


*이태원 비극적인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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