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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아 Apr 17. 2022

박노해 시인이 나에게 하는 말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어른 보호와 정서적 지지를 받을  있는 환경이 아니었더라도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에 지우고 싶은 기억이 수도없이 많더라도

사람간의 긍정적 경험의 부족으로 서툴기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더라도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일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더라도


그 삶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 부정하고 싶지만

덜 아프고 덜 버거운 길이 내 길이었다면 좋겠지만


삶에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고 말해주며

온 하늘이 새들의 길이듯

상처투성이인 과거의 그 길도

기억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이 길도

부정되지 않고 온전히 인정될 가치가 있음을.

지금까지 살아온, 붙어있는 나의 생명을 기특하게 여겨주는 진심 가득한 한마디 같기에


그러니 부디 사라지지 말고

이 순간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마디에

여전히 서툴고 미숙하고 실수투성이더라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나의 길 한자락을

걸어나갈 힘이 생기고

비로소 마침내 처음 맛보는 생명감이 느껴지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느때처럼 고꾸라질지도 모르지만

그때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한마디 되뇌이며 다시한번 더 일어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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