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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이 나에게 하는 말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by 강단아

어른의 보호와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더라도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에 지우고 싶은 기억이 수도없이 많더라도

사람간의 긍정적 경험의 부족으로 서툴기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더라도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일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더라도


그 삶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 부정하고 싶지만

덜 아프고 덜 버거운 길이 내 길이었다면 좋겠지만


삶에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고 말해주며

온 하늘이 새들의 길이듯

상처투성이인 과거의 그 길도

기억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이 길도

부정되지 않고 온전히 인정될 가치가 있음을.

지금까지 살아온, 붙어있는 나의 생명을 기특하게 여겨주는 진심 가득한 한마디 같기에


그러니 부디 사라지지 말고

이 순간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마디에

여전히 서툴고 미숙하고 실수투성이더라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나의 길 한자락을

걸어나갈 힘이 생기고

비로소 마침내 처음 맛보는 생명감이 느껴지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느때처럼 고꾸라질지도 모르지만

그때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한마디 되뇌이며 다시한번 더 일어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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