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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Jan 20. 2022

오늘도 업그레이드

미루고 또또또 미룬다



서너 시간 전, 카페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며 브런치 앱을 켰다.

달달한 걸 마셔서인지, 아니면 바뀐 환경 덕인지

갑자기 쓰고픈 글이 생각이 난 것이다.



별 12개를 모아 받은 쿠폰+500원으로 업그레이드 한 달콤한 여유


어제 딱 세줄만 쓰자고 결심했으니, 일단 세줄부터 꺼내놓으오늘 밤 침대에 누웠을 때 죄책감이 없어도 될 터. 


딱 세줄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쓰고픈 말이 더 생겼다.
도무지 세줄로는 안 되겠지?


이런 식으로, 딱 세줄만 지킨 도입부를 생각하며 그 뒤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하고픈 얘기를 남겨보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 태블릿 PC에 열어둔 다른 문서를 힐끗 보며 



그래, 세줄은 집에 가서 쓰자.



라고 생각하며 미뤘다. 서너 시간 전의 나는 눈앞에 있는 일이 더 급급했던 것이다.


근데 웬걸.

카페를 나와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자정까지 10분.


큰일 났다! 작심 일일 될 뻔했다.


하필 거실에서 다 같이 TV를 보던 중이라,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상황이었다. 초조해졌다. 볼일이 급한 척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욕조에 걸터앉아 재빨리 앱을 켰다.


원래 쓰려던 센스 있는 도입부는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한 글자도 기억나지 않는다. (잃어버린 생각 쪼가리들은 왜 이토록 아쉬운 걸까?) 시간이 넉넉하니 더 나은 글을 쓰자고 생각했건만, 세줄부터 턱턱 막힌다.


세 줄이 채워지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것조차 미루다니, 나도 참 대단하구나?


나의 미루기 신공은 오늘로 한번 더 업그레이드됐다.

그렇지만 이걸로 오늘의 세줄을 채웠으니, 이 또한 다른 의미로 업그레이드한 게 아닐까...?


이렇게 또 스스로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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