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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Jan 21. 2022

한 줄 한 줄, 명작을 기대한다

이메일의 장벽

징징, 폰이 두 번 울린다.

푸시 알림으로 이메일이 왔다고 뜬다.

아아, 오늘은 또 얼마나 오랜 시간 괴로워해야 할까.


이메일을 쓰기 시작한 지도 퍽 오래됐건만,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일단 이메일로 소통하는 상대는 보통 일적인 관계에서 만난 사람이라 어렵다. 대화는 서로의 목소리 톤, 표정 등으로 의도가 전해지는 부분이라도 있지, 격식을 차리는 이메일은 제목, 형식, 내용의 순서, 문장 구조, 어휘 선택, 문법과 맞춤법 등등까지 전부 신경 써야 한다.


이메일도 독자, 즉 상대가 중요한 하나의 글쓰기 장르이니 평소 내가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이메일이 오면 독해부터 공들인다. 여러 차례 읽고, 내용뿐 아니라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인지까지 살핀다. 상대가 원하는 정보를 적절한 문장으로 전하고자 매우 공들인다.


독해를 마치고, 카페로 나갔다.


(뚜둑, 뚜둑)
어디 한 번 작성해 볼까?

에너지 충전! 결국 다 먹을 때까지 이메일을 작성했다는 슬픈 이야기.

냅킨에도 써보고, 폰으로도 써본다.


그러다 결국은 내용 구상, 초안 작성, 수정 및 퇴고에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자꾸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이게 뭔 말인가 싶어 진다. 잠깐 시간을 두고 묵힌 뒤, 컴퓨터에 쳐본다. 맞춤법 검사와 직접 소리 내어 읽으면서 또다시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중간중간, 다른 사람에게 한번 읽어달라고 그러고 피드백을 받아 또 수정한다.


결국 총 두세 시간은 걸린 듯싶다. 허허...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하긴 하다.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생동감 있는 글을 쓰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공적인 이메일은 아무래도 그 몇 배로 신경 쓰인다. 거리가 있는 상대일수록 나라는 사람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이걸로 정해질 수 있다. (어쩌면 나 자신이 이메일을 받았을 때 형식부터 뉘앙스까지 민감하게 봐서 그런지도 모른다.)


바들거리는 손끝으로 전송을 누른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공이 내 손을 떠났다고 게임 종료는 아닌 거다.


역시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답장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시간. 분명 상대도 답장을 기다릴 테니, 빨리 응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이메일을 보낸 상대의 경우 해외에 있어서 시간차가 있다는 거다. 공적인 이메일은 받는 사람의 시간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잠들기 직전에 받는 이메일은 크던 작던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결국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답장을 또다시 받았다.

나는 또 명작을 쓰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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