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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Jan 22. 2022

변화가 필요해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장소에 갈 수 있다.


혼자 다닐 때는 아무래도 익숙한 카페에 가게 된다. 늘 만나는 사람(e.g. 가족)과도 주로 같은 곳만 찾아간다. 메뉴도, 스탬프도, 콘센트 있는 자리와 편안한 좌석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것대로의 편안함과 편리함이 있지만, 여유를 되찾고픈 주말에는 새로운 곳이 끌리기도 한다. 꼭 새로운 가게를 뚫어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럼에도, 발길은 내비게이션이라도 찍은 듯 평소와 같은 곳을 향한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다. 마침 장소는 다른 사람의 제안으로 나는 한 번도 안 가본 카페. 마음이 들뜬다.


일종의 모험심일까?


프랜차이즈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카페.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하고 가는 바람에 찾아가는 길 마저

기대감으로 부푼다. 여행이라도 떠나는 양,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세포가 통통 들뜬다.



딸랑, 딸랑.



문을 열자 작지만 경쾌한 종소리가 울린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따뜻한 조명, 일관되지 않은 테이블과 다양한 의자까지. 덕분에 눈도 즐겁고 엉덩이도 즐겁다. 왠지 들썩들썩하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늘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인데, 평소보다 가늘고 길쭉한 잔과 작은 트레이에 괜히 마음과 몸까지 찌르르한다.


그래서 깨닫는다.



아, 나는 새로운 것이 고팠구나.



아이들에게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이 많아서라는 얘기가 있던데, 나도 변화가 필요했나 보다. 평소에는 안 보던 사람을 만나고, 평소에 안 가는 새로운 장소에서, 평소에 안 하던 새로운 일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혼자서도 이러면 좋을 텐데, 이미 알고 있다.

 나 홀로 카페로 향할 때면 익숙한 곳으로 갈 것을.


그러니 혼자서는 무리여도, 적어도 사람을 만날 때는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다. 새 사람을 만날 때는 장소도, 시간도 새롭게 다가올 테니까 퍽 간단하다.


하지만 매번 새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이러면 어떨까.

여행을 준비하는 것 마냥,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서 그 사람과의 시간을 새롭게 색칠해보는 거다. 장소의 힘은 어마어마하니까.


결국 돌고 돌아온 결론은 간단한다.

여행 계획을 짜듯, 연애 초기에 데이트를 계획하듯, 약속 상대와 어디에 갈지 공들여 생각할 것.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평소와는 달라서 서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고민할 것.


결국 그 어떤 변화에도 노력은 필요하다. 그건 일상 속 만남에서도, 작디작은 모험에서 마찬가지다. (새로운 카페를 가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사실상 꽤나 큰 모험이다.)


평일이 되면 나는 또 평소 가는 카페 중 한 곳에 갈 테지만, 새로운 자리에 앉아볼까, 또는 새로운 시즌 메뉴라도 마셔볼까.


이렇게 작지만 설레는 변화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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