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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Oct 30. 2022

01. 부캐는 "골린이"입니다

프롤로그

어느 날, 부캐로 "골린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골린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더 정확하게는 묘하게 최근 몇 년 동안 주변에 골프를 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다른 사람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좋은 운동이라 유독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디어로도 수없이 많은 골프 프로그램이 늘었고, 실제로 주변 지인 중에도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이 생겨났다. 


마침 동생도 배우고 싶어 하던 차라 집에서 가깝고 마음에 드는 스크린골프장에 사이좋게 둘이 같이 등록했다. 첫 레슨을 받고 처음으로 골프채를 감싸 잡으며 나는 “골린이”가 되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며 나는 다시 한번 어린이가 되었다.


“어린이”라니, 이미 나보다 훨씬 잘 치는 어린이 골퍼들에게 이런 말은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스크린골프 등록을 마치고 타석을 다시금 돌아보니 내 허리까지도 안 오는 어린 골퍼들이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골프채를 휘두르며 발끝을 세우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고로 “어린이”라고 할 때는 생물학적 어린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내가 사용하는 “어린이”란 말은 나같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른으로 비치지만 무언가를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처음부터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되면서 골프라는 운동의 특이사항을 알게 되었다. 골프는 몸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운동이다. 희한하게 몸과 경험, 머리와 생각, 마음과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히곤 한다. 


골프가 이리도 많은 생각을 낳게 하는 운동일 줄이야! 타석마다 한 명씩 들어가 두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린 채 두 손으로 그립을 잡은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생각으로 가득하겠지? 순간순간 어떤 생각들이 스치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내가 그걸 알 방도가 없다. 그저, 내 마음과 머릿속을 훑고 사라지는 조각들만 열심히 붙잡아 옆에 둔 포스트잇에 담아보려 했다.  


즉 이것은, 골프를 처음 시작하며 적어 내려 간 내 생각과 기억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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