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새 Winter Robin Oct 30. 2022

02. 환경의 중요성

장소, 그리고 사람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장소에 관심을 갖는다. 서점에 가면 많은 책들의 제목에 장소가 들어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인 또는 공동체에게 특정한 장소가 갖는 의미라던가, 장소를 통해 형성되어 가는 다양한 관계들, 그리고 자아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 장소이기 때문인 듯싶다. 결국 장소라는 것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한 사람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고 다양한 교류를 통해 공동체를 이루고 그것을 통해 경험을 가지며 인생에 대한 의미까지도 찾아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내가 나의 첫 스크린골프장으로 등록한 이유는 바로 쾌적함과 편리함이었다. 일단 집에서 가깝다는 점, 냄새도 나지 않고 청결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다는 점, 조명이 편안하게 밝고,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간단한 대기실도 있다는 점. 다른 스크린골프장에도 가봤지만 이만큼 머무는 시간이 만족스러운 곳은 없었다. 


이에 더해,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종종 잊게 되지만, 사람도 곧 한 장소에 함께 머물며 조성하게 되는 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들어갔을 때 보이는 리셉션에서 카운터를 보는 매니저나 직원분들이다. 밝은 인사를 건네고 가끔은 간단한 농담이나 연습에 대해서 묻는 짧은 교류가 과하지 않으면서 다정하게 느껴졌다. 쾌적한 장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상큼한 에너지를 지닌 분들이라 쾌적한 장소가 된 건지는 모르지만 스크린골프장을 방문할 때 언짢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예전에 한 헬스장을 다닐 때 느꼈던 감정과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었다. 안 좋은 기억이자 다시는 프랜차이즈 헬스장에 등록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 만약 억지로 계속 다녀야 했다면 가장 괴로웠을 것은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매니저를 매번 문 앞에서 봐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제대로 환불처리가 진행되고 그럴 일은 없어졌지만, 그 사건 이후로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된 논의와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다니기 위해서는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긴 헬스장도 시설만큼은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궁극적인 목적도, 그 목적에 적합한 장소도, 사람과의 마찰이 생긴다면 그리 호의적인 곳이 되지 못한다.


스크린골프장에서는 회원들에 대한 호의를, 열심히 연습하는 것에 대한 응원을 타석이 비어있을 때 주는 서비스 타임으로 보내줬다. 마치 옛날에 노래방에 가면 다른 방이 비어있을 때 10분씩 시간을 더 넣어줬던 것처럼. 갑자기 채워지는 시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힘이 나서 더 열심히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에 더해 스크린 골프장의 강사님들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격려와 칭찬,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열심히 지도해주셨다. 그 덕분에 레슨이 기다려지고 적절하게 나가는 진도만큼 개인 연습을 하면서 "골린이"로서의 첫걸음마를 뗄 수 있었다. 


이렇게, 장소와 사람을 통해 결국 나는 골프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골프에 입문했다. 좋은 환경을 찾아가는 것이 결국 새롭게 배우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크게 기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01화 01. 부캐는 "골린이"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