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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Oct 30. 2022

03. 쑥스러운 두 가지 이유

(쉿, 얼굴이 빨개졌어요!)

초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쑥스러움을 담고 간다. 


그중 하나는 단연 실패다. 왠지 서투른 내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민망하다. 


내가 이런 경우는 특히나 헛스윙을 할 때이다. 기껏 열심히 다리를 맞춰서 티로부터 적절한 거리에서 벌리고, 최대한 배운 정석대로 그립을 잡고 팔을 꺾고 스윙을 했는데 머쓱하게도 힘을 실은 헤드가 공을 아예 비껴가 아무것에도 걸리지 않은 채 내 머리 뒤로 날아갈 때. 맞아야 할 게 안 맞아 몸이 아픈 것은 둘째치고 혹여나 앞이나 옆 타석의 사람이 보지는 않았을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자세를 잡을 때 배운 티를 내다시피 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자세를 정렬한 만큼, 헛스윙을 날리면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다. 


아마 그래서 학창 시절에도 시험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열심히 했는데도 실수를 하거나 문제를 틀리는 게 창피해서 아예 노력이 없었던 것 마냥 행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시간 들여 자세를 잡았는데, 멋지게 골프채를 들어 올리고 떨어뜨렸는데 공에 맞지도 못했다는 것이 모두에게 드러나는 것이다. (사실은 레슨 때가 아니면 아무도 보고 있지도 않지만 기분만큼은 그렇지 않다.) 


쑥스러운 경우가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레슨에서 새로운 포즈를 배울 때다. 두 번째 레슨에서였던가, 강사님이 스윙을 하면서 마지막에는 발 뒤꿈치를 드는 것을 알려주셨다. 나는 그게 그렇게 쑥스러울 수 없었다. 프로인 강사님 앞에서 어설프게 프로 흉내를 내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무언가를 배울 때, 너무 고급 기술 같아서 감히 내가 하는 게 창피한 동작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댄스에서 섹시하게 웨이브를 추거나 외국어를 배울 때 익숙지 않은 굴러가는 발음을 흉내 낼 때 등이 있을 거다. 즉, 프로가 봤을 때 너무나 허세롭게 비치지 않을까 싶은 것들 말이다. 


강사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좋은 강사라고 하기 힘들지 않을까? 


게다가 연습하지 않을 수도 없다. “어린이”는 열심히 따라 하며 배워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색하고 어설프게 형식만 흉내 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부끄러움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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