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벗 Jan 01. 2023

깨알 같이 적는 새해 소망

새해에는 딸에게 엄마다운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딸은 대학 원서를 쓰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딸이 품 안에 있을 때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길지 않네요. 2023년 한 해만이라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내 견해를 강요하거나, 존중이라는 명분에 속아서 딸에게 다가가야 하는 만큼 다가가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사회로 나가야 하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헤아릴 줄 알고, 딸이 살았으면 하는 인생의 자세를 미숙하나마 보여줄 수 있고, 딸이 기대고 싶을 때 늘 기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그런 엄마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이 마음을 잊고 지내는 순간이 더 많겠지만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나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금까지 한결같은 배우자가 되어준 남편에게 가끔은 넉넉한 이해심도 보여주는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남편 안에 있는 어린아이가 투정 부리고 응석 부릴 때 눈길도 주고 보듬어줄 줄 아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자신은 없어요. 내가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력하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늘 어른으로 살기를 강요당해온 남편이 가끔은 어린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사실 그런 모습은 아주 가끔이고 남편은 무채색처럼 건조한 제 삶에 생기가 돌게 하는, 저보다 훨씬 푸근하고 큰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요즘 전기자동차를 사자는 성화에 무릎 꿇지는 않을 겁니다. 남편, 난 머스크가 싫다고!


매년 부모님을 보러 가겠다는 약속을 올해도 지키고 싶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감사받고 말년의 외로움을 위로받기에 마땅한 분들이시죠. 저는 부모님에게 '말 뼈다귀 설 삶아놓은 것 같은' 딸입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운 사람인데 부모님께는 특히 그렇습니다. 조금 더 인생의 성공에 몰두하고 싶었던 아빠, 막상 결혼하고 보니 기대와 달랐던 남편을 떠나버리고 싶었던 엄마에게 장녀로 태어난 'Unwanted baby'로서 어쩌면 당연한 코스인지도 모릅니다. 두 분은 저의 출생으로 엎어버리고 싶었던 결혼에 발목을 묶였으니까요. 아, 여기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네요. 어쨌든, 그래도 두 분은 정말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사셨습니다. 부모님의 노년이 너무 외롭지 않도록 올해도 뵈러 가고 싶습니다.


두서없이 끄적인 글과 그림들을 올해는   정리하고 싶습니다. 다시 시월이 오면 아들이 떠난   , 다가오는 봄이면 글과 그림을 시작한 지는  년이 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얼마  되었네요.  짧은 기간이나마 계속 쓰고 그릴  있었던 것은  것과 같은 표현을 읽어주시고 눈길을 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는  마음이   선명하게 가닥을 잡을  있기를, 그만큼 글과 그림도 성숙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이라고 부를  있을 만한 것이 되어서 전달될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자녀를 앞서 보낸 분들, 서른  이전에 형제나 부모를 잃은 분들, 그리고 인생을 열심히 달리다가 인생이란 것이 송두리째 뽑혀나간 한복판에 서계신 분들과 나눌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그런 분들을 만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한 해를 맞게 되어 감사합니다. 소중하게 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번째 10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