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신화
“종료 1분 전!”
붉은 공중전화 박스 안 훈련병들의 등이 일제히 움츠러들었어. 나는 쫓기듯 옆 칸으로 몸을 옮겼지. 추위에 굳은 손가락으로 번호를 다시 눌렀어.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오니…….”
네 번째였어. 같은 응답이. 손바닥에 수화기 자국이 찍혀 있었어. 세게 쥐고 있었나 봐.
“10… 9… 8….”
공터가 떠나가라 카운트다운이 터졌어. 수화기를 내려놓고 전화박스 밖으로 나왔지. 아무 일 없는 척, 다른 훈련병들과 발 맞췄고. 엄마 번호가 더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그제야 알았으니까. 며칠 뒤, 인터넷 편지가 도착했어. 누나였지.
<상황이 안 좋아. 자세한 건 수료식 때 얘기해.>
따져 묻고 싶었어. 주말까지 기다려야 했지. 외부와 연결되는 시간은 주 1회, 3분뿐이었으니까. 철원의 칼바람이 얇은 전투복 틈새로 파고들었어. 냉동고에 처박힌 살덩이 같더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3월 말. 대대장의 목소리가 연병장을 울렸어. 갓 이등병이 된 애들 입가엔 자부심이 떠 있었지. 어떤 애들은 눈시울이 젖어 있더라. 불쾌했어.
눈으로 관중석을 더듬었어. 누나는 금방 찾았는데, 엄마가 안 보였지. 식이 끝나자마자 달려갔어.
“엄마는?”
“이모 도움으로 병원 가는 중이야.”
“지금? 왜, 어디 아파?”
누나는 내 눈을 피했어.
“몰라. 내일 결과 나와 봐야 안대.”
누나가 영상 통화를 걸어 줬어.
“사아야.”
안색이 흙빛이었어. 화질 탓이었지.
“엄마. 어디 아파?”
“몸살기가 좀 있네. 하필 진료 예약이 오늘밖에 안 되더라.”
“심각한 거 아니지?”
“그래. 엄마 괜찮으니까 걱정 마.”
엄마가 잠깐 숨을 골랐어.
“우리 아들 오늘 제일 멋있었을 텐데…. 엄마가 못 봐서 어떡하니. 미안해….”
엄마 목소리가 얇게 떨렸어.
“아니야. 내일 자대 가면 바로 전화할게.”
“그래. 다음 주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면회 갈게.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빠짐없이 수첩에 다 적어 놔. 엄마가 다 준비해 갈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