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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슈가 Feb 24. 2020

옷 이야기

여자에게 옷은 자신감이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을 하지 마라고 하지만 외모에 신경이 쓰인다.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내 모습은 늘 준비되어있었으면 좋겠다.

옛날부터 옷에 많은 신경을 쓰고 다녔다. 남들보다 내가 나에게 더 신경을 썼다.

잠깐을 나가도 대충 입기가 싫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볼 때 절대 엄청 신경 써서 입은 것이 아니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내가 화려한 스타일이나 눈에 띄는 옷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냥 평상시에 손에 잡히는 대로 툭툭 걸치고 나온듯한 옷차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그런 옷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잠깐 살았던 집이 있었다.

골목 바로 입구에 작은 의상실이 있었는데 의상실에서는 자주 천 조각들이 버려졌다. 색깔별로 묶음 되어있는 샘플 원단이었다. 오래전에는 동네마다 ‘양장점’이 있었다. ‘의상실’이라고도 불렀던 곳이다. 우리 엄마들은 의상실에서 맞춤옷을 해 입으셨다. 지금처럼 옷가게가 흔하지 않아서 옷을 사 입을 곳이 많지 않았다. 재래시장에서 시장 옷을 사 입기도 하셨는데 괜찮은 옷은 꼭 맞춤으로 만들어 입으셨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단골로 다니시는 양복점이 있어서 늘 그곳에서 양복을 맞추어 입으셨다. 엄마는 허드레 옷은 시장 옷이나 양품점 같은 곳에서 사 입으셨고 자주 가는 의상실도 있었다. 엄마는 너무 말라서 기성복을 잘 못 입을 때가 많았기에 맞춤옷을 좋아하셨다. 부모님은 늘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으셔서 자식인 우리들에게도 그렇게 입혔다. 용도에 맞게 구분해서 입히셨고 다른 아이들보다 눈에 띄게 입히기도 하셨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도 옷에 신경을 쓰고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겨울에는 뜨개 망토를 입고 망토 속에 가방을 메고 다니던 기억. 비가 오는 날은 꼭 비옷을 입히셨는데 그것은 정말 귀찮고 불편했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가 입히는 대로 입고 다녔다. 집안 행사가 있는 날에는 원피스를 입거나, 불편한 블라우스와 광택이 나는 에나멜 구두를 신었다.


가끔 예쁘지만 불편한 옷도 있었다. 예쁜 옷들은 불편한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마치 좀 예쁜 사람은 까다롭다는 것과 비슷할까?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우쭐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다른 아이들보다 잘 입었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하지만 활동적인 성향의 나는 늘 치마보다 바지가 편하고 좋았다.      


photo by sugar


초등학교 때 잠깐 의상실 옆에서 살았던 시절.

그때 나는 의상실에서 나오는 그 천 조각들을 너무 좋아했었다.

매번 버려지는 그 샘플 원단들이 아까워서 집에 가져와서 오리고 바늘로 집어서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면서 시간을 보내고 놀았다. 노란 머리의 마른 인형과 누우면 눈을 감는 인형 등 그 인형들의 옷을 대충이지만

만들어 입히고 노는 놀이가 재미있었다. 다양한 색깔들의 원단 샘플은 제법 두툼하게 색상도 많았는데 그 색감들이 너무 좋았으며 원단을 만질 때 감촉이 달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계절마다 다른 원단들을 들고 와서 옷도 아닌 것을 만들어서 입히고 조각을 잇고 무언가를 했던 나만의 놀이가 있었다.


여동생은 그런 방면으로는 나와 좀 달랐다. 바느질이나 무얼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안 계실 때 엄마 치마나 스카프를 두르고 엄마 백을 들고  회사 다니는 '여비서' 놀이를 줄곧 했었다.

장래 희망이 ‘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는 ‘비서’라는 직업이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인기 직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자애들의 놀이에서도 옷에 관해서는 이토록 오랜 추억 속에서 말해준다.


photo by sugar


언제나 당당할 수 있을 때는 속된 말로 어디 가서 꿀리지 않게 보일 때인 것 같다. 심부름을 잠시 나가도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 했을 만큼 옷에 신경을 쓰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갔다. 지금도 집 밖을 나갈 때는 잠시라도 제대로 입어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큰딸이 나의 이런 성향을 꼭 닮았다.


큰딸 붙박이장은 늘 옷들이 토를 하는 것 같이 밀려 나온다. 수없이 사고 버리고 또 사고 그러면서 늘 옷이 없다고 한다. 그 심정을 알겠는데 가끔 답답하기도 하다. 고생해서 돈 벌어서 옷값 지출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큰 딸이 한 번도 백화점에서 고가의 옷을 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비싼 가죽 가방이나 구두를 사는 적도 없었으며 액세서리나 사치를 하지 않는다. 다만 키 작고 왜소한 29세 아가씨가 직장에서 좀 자신감 넘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해도 된다.     


옷은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달달 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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