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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n 15. 2016

한국의 조직은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한국 조직에서의 HR

 신입사원이 회사에 입사해서 일을 잘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 신입사원 개인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항은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필자가 생각하는 정답은

 같은 일을 하는 선배로 누구를 만나느냐이다.      


 흔하게 ‘사수’로 호칭되는 같은 일을 하는 선배로 누구를 만나느냐는 신입사원의 성공적인 적응에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왜냐 하면 특별한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의 경우 회사에 들어가서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에게 일을 배워야 하는데, 이때 누구를 만나느냐가 그 신입사원의 적응 때로는 회사 내의 운명까지도 결정한다.      


 ‘사수’와의 관계에 따라 일을 빠르게 그리고 잘 배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극심한 갈등 끝에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도 발생한다. 사실 선배의 상당수는 신입사원을 가르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본인이 기존에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은 일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에서 일어나는 교육과 학습의 상당수는 피동적인 형태의 것이 많다. 조직 내에서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교육담당자들이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추어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운영하려 하지만, 그에 관심을 가지는 CEO는 사실상 없다. 그저 당장 쓸모 있어 보이는 콘텐츠나 CEO가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에 대해서 교육과 학습이 장려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당수의 직원들 역시 교육 그 자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상당수가 교육에 대해, 조직에서 정한 의무 과정이기에 거쳐야 하는 것이라 생각할 뿐 그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사실 기업 자체가 배움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교육이나 학습은 부차적인 사항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직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 학습은 부족한 것을 메운다는 ‘보수’의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크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업무에 일반화된 것은 90년대부터이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업무환경의 도입은 아직 5년도 되지 않았다. 90년대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의 사람이 그동안 컴퓨터를 익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나이일 지금 시점에서 컴퓨터 활용에 애를 먹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대가 십여 년 뒤에 신기술에 애를 먹는 상황이 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상이다.      


 단순하게 업무를 위한 도구의 활용이라는 차원이라면 학습과 교육은 그저 기능을 익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도 될 것이다. 그러나 세세한 예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십여 전만 해도 조간신문과 9시 뉴스로 정리되었던 세상의 일들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 덕택에 매일매일의 기억을 리셋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를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머리에 담을 수도 없고 담을 필요도 없는 현 상황에서 의미 있는 것은 이러한 정보들을 연결해내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을 얻기 위해서는 교육과 학습이 필수적이다. 혼자서 기가 막힌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기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려 하고, 사유를 위해 노력하고, 토론을 하려고 한다. 사실 교육과 학습은 그러한 활동들의 총체적인 과정이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과 조직들은 그러한 활동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온몸으로 부르짖으면서도, 어느 곳에선가 천재가 불쑥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한국의 조직에서 시스템적으로 누군가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물론 특정한 개인들이 조직 내의 유력한 사람의 눈에 띄어 성장의 기회를 얻는 경우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정한’ 개인의 사례일 뿐, 기본적으로 한국의 조직에서는 사람을 육성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군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한국의 조직에서 사람은 쉽게 대체 가능한 요소들 중의 하나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피라미드형으로 구성되는 계층제적 형태의 조직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관심을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튀든지 상위 직급의 사람과 연결되든지 해야 한다. 키워지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래야 가능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요소에 불과하다.

     


 그런데 변화에 대한 적응과 돌파가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컴퓨터마저 낯설게 느끼는 상위 직급의 판단력과 통찰력이 얼마나 정확하고 적절할지는 의문이다. 운 좋게도 지금처럼 운 좋게 키워진 사람이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해준다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운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조직 내의 구성원들 모두에 대해 분산 투자하는 심정으로 ‘육성’을 고민한다면 그러한 ‘운’의 확률은 조금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학습과 교육은 그저 학교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주류인 공간에서, 그러한 시도가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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