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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n 20. 2016

한국의 인사평가는 줄 세우기 단지 그뿐이다.

한국 조직에서의 HR


등수만큼 한눈에 들어오는 평가결과는 없다. 덕분에 한국의 조직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조직 내의 구성원들에 대해 줄을 세우고 그 결과를 근거로 보상(긍정적 혹은 부정적)을 실시한다. 사실 어릴 때부터 그러한 줄 세우기 식 평가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그러한 평가방식은 어색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상대평가는 구성원 간의 경쟁심을 돋우는 것에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평가가 언제나 만능이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대평가를 통한 서열화가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평가대상이 동질적이어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고3 학생과 같이 수능시험을 보게 하고는, 그 결과를 가지고 공부를 잘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비롯한 많은 조직은 동질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구분은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에서 연차와 직급을 기준으로 대략적으로 사람들을 묶은 다음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받는 사람들의 그룹을 동질적인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신입사원만으로 이루어진 부서나 팀이 가능하겠는가? 연차나 직급에 따라 업무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정도와 방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대부분의 조직은 이질적인 연차와 직급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물론 이렇게 불완전한 상대평가의 상황에 대해서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조직은 구성원들 중에서 뛰어나거나 부족한 사람이 누군지를 알아내서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서 상대평가는 가장 편리하다. 구조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1등이고 누가 꼴찌라는 결과를 보여주는 상대평가는 비교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평가방식보다도 강력하다. 덕분에 대부분의 조직에서 인사평가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사평가에 있어 상대평가 방식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모든 평가 항목들의 결과가 숫자로 뚜렷하게 제시되어 서열화가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인사평가에서 그러한 항목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인사평가 항목들은 그 누구도 쉽게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이다. ‘리더십’, ‘협동’, ‘의사소통 능력’ 등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더 어색할만한 항목이 대부분이다. 사실 인사평가의 많은 항목이 수치화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는 ‘누가 잘 한다 혹은 못 한다’ 식의 뭉뚱그려진 평판이 소문처럼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이론적인 것으로밖에 의미가 없을 인사평가 항목들은 사실 조직의 HR이라는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타인과 비교해 서열로 만들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리더십이나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평가 항목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구성원들이 높은 수준으로 갖추기를 원하는 덕목들이다. 사실 이러한 항목을 제대로 평가하고 조직 내에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대평가 대신 여러 가지 방법과 시도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대부분 조직에서 그러한 방법과 시도들은 무의미하다. 왜냐 하면 그러한 방법과 시도들은 당장 돈을 벌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을 지배하는 리더의 상당수는 숫자로 확인되는 더 많은 성과를 더욱 즉시적으로 달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쟁의 심화다. 수건이 찢어지든 말든 마른 수건을 계속 짜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접근은 책에서나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나 조직에서 부르짖는 ‘경쟁력 강화’가 위와 같은 접근으로 과연 가능하냐는 것이다. 입으로는 창의성과 소통을 부르짖는 수많은 한국의 조직에서 실제 그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는 과연 얼마나 될까? 말로는 사람이 중요하지만 언제나 강조하는 것은 숫자로 표시되는 실적이며, 사람은 그저 그 실적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되기 일쑤다. 덕분에 대부분의 조직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언제든지 대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존재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인사 역시 조직에 따라 기다림과 인내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지만, 한국 대부분의 조직에서 인내와 끈기는 그저 단어로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혁신을 외치는 것은 너무 욕심쟁이 심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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