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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an 28. 2018

관행이라는 이름의 적폐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관행이 있다. 특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전에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옷차림이나 인사말, 시간관념 등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실 이러한 관행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할 때마다 많은 공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 일처리의 효율성은 극히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관행들이 그런 ‘일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겨난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 사회 관행의 상당수는 일처리의 효율성 대신 그때그때 권력자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업무시간이 끝났어도 상관이 퇴근하지 않았다면 퇴근을 꺼릴 수밖에 없는 관행, 회의 혹은 토론과 같은 상황에서 상관에게 대놓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관행, 하급자의 개인 생활은 양해를 얻고 이해를 구해야 하지만 상급자의 개인 생활(결혼, 장례, 가족사 등)은 이해를 넘어 도움을 주어야 하는 관행, 하급자가 사용하는 공금은 어느 누구에게도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집행되어야 하지만 상급자가 사용하는 공금은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되는 관행 등 권력자의 편의를 위한 관행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관행에 저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상 속에서 습관처럼 펼쳐지는 관행이라는 이름하의 ‘갑질’에 소리 내어 저항하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문제라는 생각이 없어서일까? 아닐 것이다. 문제제기를 해도 변화가 일어나기는커녕 본인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많은 이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회는 특정한 분야에서의 권력을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 대해 가지는 권력은 회사 내의 업무 그것도 같이 연관되어 진행하는 업무에만 적용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온갖 이유를 들어 하급자의 일상에 상급자가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경우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애초에 권력이라는 것이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고, 사안과 상황에 따라 그러한 권력이 작동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작동되는 특정한 상황을 벗어나서까지 그러한 권력이 작동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일회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작동되는 이른바 '관행'이 된다면 그것은 일처리의 효율성을 논하기 전에 예전부터 쌓여온 잘못된 것 즉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적폐 청산이 한창인 요즘, 우리 주위의 잘못된 관행은 얼마나 바뀌고 있는가? 혹시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래 왔다는 이유로, 편하다는 이유로 작은 권력을 가진 채 누군가에게 무의식적인 '갑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당연하지만 소름 끼치는 말을 더 이상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많은 관행들이 특정한 권력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 켜켜이 쌓여온 폐단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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