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온전한 모든 존재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그림책 세 권
9월에 태어났지만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아이. 누가 일부러 인지시키지 않았음에도, 언제부턴가 자신보다 늦게 태어난 친구들이 자신보다 키가 크다는 사실을 혼자 알아차렸던 아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친구들과 잠시 사이가 멀어졌을 때, 소원疏遠의 이유를 자신의 작은 키에서 찾기도 했었던 아이. 그럼에도 영유아 건강검진 때마다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하고 있음을 매년 멋지게 증명하고 있는 아이.
아이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뒷걸음질 치지 않도록, 아이의 곁을 지키는 말과 아이의 품을 감싸는 마음의 무게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가늠했다. 네가 잘 먹지 않아서, 네가 잘 자지 않아서, 네가 잘 뛰어놀지 않아서・・・ 아이를 탓하는 말들로 아이의 몸과 마음을 납작하게 누르진 않았는지. ‘~해야 키가 큰다’라는 인과의 문장을 아이 앞에서 내뱉진 않았는지. 아이로 하여금 하나의 결과만을 유일한 정답이라 여기게 하지 않도록, 우리의 하루와 일상을 자주 돌아보았다. 나도 모르게, 그러나 아이에게는 충분히 느껴질 만큼 아이의 작은 키를 짠하게 바라봤을지도 모를 내 마음의 걸음까지 돌려놓기 위해.
한동안 밤마다 침대에 누워 자신의 작은 키를 속상해했던 아이의 표정이 두세 달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모자란 무엇이 아닌, 자신에게 충분히 넉넉한 무엇을 향해 시선을 돌린 아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자라나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지켜낼 자기만의 ‘씨앗’을 찾고, 심고 있었다. 자신의 여섯 번째 봄을 맞으며.
티치는 아주 작은 씨앗을 가져왔어요.
- ⟪티치⟫ 中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이라면 누구든 ‘예술가’라고 생각해 왔던 내 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일곱 살 예술가. 아이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호오와 능불능을 알아가고 확신하는 과정을 능동적으로 해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들로 자신의 스케치북을 자신만의 색들로 그리고 칠해갔다.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노력을, 자신의 세상을 마음껏 표현하는 아이. 자신의 힘으로 직접 해내는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스스로 감탄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아이. 동시에 그 누구도 비교선상에 두지 않으려 노력하는 아이. 그리하여 자신의 힘으로 크고 작은 무언가를 빚어내는 친구의 과정과 결과에도 함께 감탄하고 함께 격려하는 아이. 그 얼굴이 더없이 해사하다. 봄날의 햇살처럼.
작아도, 아주 작아도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답니다.
- ⟪완두⟫ 中
눈에 보이는 몸의 크기와 무게로 누군가를 단정 짓고 관계를 재단하지 않으려는 맑은 눈빛.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색채와 온도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관계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밝은 마음. 자신을 지키고 키우는 ‘예술가’로서 일곱 살의 하루를 착착 쌓아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의 마음을 정돈한다. 여전히 작은 너를 더는 작다고 여기지 않을 마음. 너의 작은 몸이 네 삶과 네 세상의 작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함께 확인하는 마음. 너는 너만의 속도대로 자라나고 있음을 확신하는 마음.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피어날 것을 믿고 기다리는 마음. 흩어진, 부서진, 희미해진 마음 조각들을 한데 그러모으며 생각한다.
어쩌면 너를 너로 꽃 피우게 하는 것은, 네가 크고 높고 화려하게 꽃 피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
“모든 식물이 꼭 크게 자라야만 할까… 어떤 식물은 조그만 그대로 다 자란 것이 아닐까?”
- ⟪너는 활짝 피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中
그렇기에 매일의 나는 매일의 최선을 다해 너와 마주보고, 너를 살펴보고, 너를 지켜보고, 너를 돌볼 수 있길 소원所願한다. 지금의 너를 온전한 너로 바라보기 위해. 지금의 너를 온전한 너로 감격하기 위해.
지금의 너를 온전한 나로서 사랑하기 위해.
* 팻 허친스, ⟪티치⟫, 박현철 옮김, 시공주니어
* 다비드 칼리 글,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완두⟫, 이주영 옮김, 진선아이(진선출판사)
* 마리카 마이얄라, ⟪너는 활짝 피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정보람 옮김, 위고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