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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Apr 16. 2021

몸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우리가 벗어던져야 할 것들

나에게 맞는 몸을 찾는 여정 / 책리뷰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최근 한 캐주얼 브랜드 광고가 큰 논란이 됐다.

한 여성이 깊게 눌러 쓴 모자에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빨래방에서 세탁기 안에 빨랫감을 넣고 있다.

문제는 광고 문구였다.





"생얼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잠깐의 외출이지만 누굴 만날지 모르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해지는 저녁이라고 방심하지마

생얼 사수!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마치 랩을 하듯 라임 하나는 잘 맞춰져 있다.

그런데 저런 복장으로 빨래방에 갈 수도 있겠지만, 화장 안 한 여성은 마치 부끄러운 것이며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누리꾼들은 '빨래방 갈 때 누가 화장하냐', '나는 내 민낯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라며 시대착오적인 광고를 낸 회사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이슈를 바라보며 내 마음속 한차례 큰 파도가 일었다.

그래 잠깐 외출에 누가 화장을 하고 나가, 생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거야 뭐야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잠깐 외출이지만 CC 크림이라도 바르고 나가고, 급할 때 가끔 모자를 쓰고 나갔던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민낯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남을 의식했던 건 아닐까?!

나의 생각이 궁금할 찰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내 몸에 알맞은 것을 찾는 여정, 한 작가의 몸에 대한 탐구생활이 시작된다.

최정화『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이다.





긴 생머리에 하이힐을 신고 미니스커트에 민소매를 입고 다녔던 그녀는 불편하다 느꼈던 것들을 하나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남성도, 다른 여성도,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 그렇게 점차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나에게 맞는 몸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 책 내용 중-





그녀가 가장 먼저 벗어던진 건 브래지어였다.

브래지어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숨 쉬는 것도 훨씬 편해졌고 몸을 옥죄어 오던 불편함도 사라졌다.

작가가 느꼈을 그 자유로움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집에 있을 때 나도 가끔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는데 그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의식이 불편한 건지 내 몸이 불편한 건지는 이상하게 외출할 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으면 그게 또 불편하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마다 불편함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조이지 않는 낯선 불편감을 일단 느껴보는 것이 가슴이 행복해지는 첫걸음이라 말한다.


작가는 브래지어 벗기에 성공하자 슬슬 팬티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팬티를 안 입어 보기도 하고, 드로즈를 입어보기도 하며 몸이 좀 더 편할 실험들을 진행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녀가 선택한 건 남성용 트렁크였다.

앞트임이 없는 모 브랜드의 남성용 트렁크는 몸에 잘 맞고 편안했으며 통풍까지 잘 됐다.


트렁크 팬티를 입기 시작하면서 겉옷에 변화도 생겼다.

몸에 붙는 치마와 바지가 수거함으로 들어가고 헐렁한 티셔츠와 트레이닝복이 옷장을 채웠다.


그러고 보면 내가 몸에 대한 탐구생활을 시작하면서 버려야 했던 것 중엔 '예쁨'이 상당했다.
이 말은 그동안 내가 몸에 이것저것 둘러서 나를 예쁘게 만드는 생활을 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예쁨'을 버리자 몸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예쁨'이 숨을 막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책 내용 중-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애정 하는 스타킹을 버렸고, 콧수염, 겨드랑이, 무성한 다리털도 밀지 않았다.

불편하지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들

처음에는 불편하고 그다음은 덜 불편했으며, 그리고 마침내 편안해졌다.

그녀는 마침내 행복했다.








유두가 드러난 가슴, 꼬불꼬불하고 거무스레한 겨드랑이 털, 검고 숱이 많은 다리털

그걸 보고 싶지 않은 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작가는 깨닫게 된다.

자신을 가둔 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말이다.

그 후 그녀는 몸의 자유를 찾는 여정을 떠났고 결국 행복을 얻었다.


작가의 몸에 대한 여정을 같이 따라가며 이래도 되나, 이래도 괜찮나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태초에 지극히 자연스러웠던 인간의 모습은 그러했으니깐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오히려 그것이 불편했다면 내가 편한 방향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 같을 수 없으니 이 또한 강요가 돼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일상에 울리는 경보음, 삐(BB)!

작가의 몸에 대한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 같다.

그녀의 탐구생활을 응원한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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