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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Dec 11. 2017

[채식 7주차] 내 건강이 돈놀음에 이용되고 있다니!

식단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 비리

처음 채식을 결심했을 때 8주 계획을 세웠는데, 어느덧 마지막 주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실은 이번 주에 오랜만에 계란을 샀다. 채식한 뒤로는 산 적이 없으니 7주만이다. 그마저도 4구짜리를 샀다.


노른자가 몸에 안 좋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그냥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그보다는 간편하고 맛있는 영양 식품이라는 정보가 더 그럴듯 하게 들렸다. 굳이 팩트체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했다. 건강한 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들 먹어대는 건데?


공부하는 자료들과 주변 사람들의 행동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뭐가 맞는지 판단할 수 없어서 계란을 샀다. 계란 먹는 게 건강한 거면 어떡해.




식단, 팩트체크하고 계신가요


채식을 하면서부터는 '팩트체크'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좋은지, 나쁘다고 하면 해로운 영향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겨나는 건지 등을 점검해보게 됐다.


물론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공부를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 팩트라고 들이미는 자료들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하지만 더이상 카더라 정보만으로 식단을 구성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두려운 정보들을 많이 봐 버렸다.


지금까지 당연히 건강하다고 생각해 온 음식들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자료들을 많이 봤다. 지금까지 그 자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나는 뉴스도 안 보고 영양학에도 일절 관심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들었다.) 사람들이 너무나도 강한 믿음으로 계란은 건강해! 우유는 건강해! 했기 때문에 최근에 접한 자료들이 가짜는 아닐까 의심했다.


<착한 식단을 찾아서>


파멜라 박사는 Plant-based Nutrition분야에서 저명한 콜린 캠벨 박사의 논문을 예로 들며 말한다. 그가 수십 년간 연구해서 내놓은 책과 논문 한 번 내 본적 없는 사람이 허구에 가까운 말을 늘어놓은 소설 수준의 영양학 책을 비교했을 때, 대중들의 눈에는 똑같이 보인다고.


그렇지... 나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 됐습니다~' 라는 말이 없어도, 들어보기에 그럴듯 하기만 하다면, (특히 그게 과학 논문에 비해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있다면)그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 같다.




잘못된 정보가 전부 전략이었다고?


하지만 정보의 접근성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렇게 몸에 좋지 않다는 증거가 확실한데 왜 사람들은 식단을 유지하고 있단 말야?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전부 다 이 자료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나)이라 생각하는 건 너무 나이브하지 않은가.


...정보가 의도적으로 감춰지고 있었다면 어떨까? 우리가 게으르고 멍청해서 몰랐던 게 아니라, 누군가 악용하기 위해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다면.


<what the health>


Doubt is our product.


이는 유명한 담배 업계의 메모다. 그들은 굳이 담배가 몸에 괜찮다고 열심히 외치는 것 대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정도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만 흘리면 됐다. (실제로 예전엔 담배가 몸에 좋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무엇이 진짜 정보인지 찾아 헤매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하고 찾기를 포기해버리니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팩트 체크는 당연히 귀찮고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what the health>


마이클 그레거 박사는 식품업계의 전략 역시 담배 회사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what the health>


여기서는 고기가 좋다고 하고, 저기서는 고기가 나쁘다고 하고. 파멜라 박사가 말한 것 처럼, 수십년 간 연구한 자료와 대중들이 혹하기 쉬운 유려한 말들로 꾸며진 것 중 어느 게 질 좋은 정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다가 결국은 '될대로 되라'하고 돌아선다.


그들의 전략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꽤나 충격적인 정보였다. 무엇이 진실인지 나도 모르지만, 이렇게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헤매다가 포기하는 것 조차 그들의 전략이라니. 당하는지도 모르고 당하고 있었다고? 분하다!



비리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거짓 정보를 뿌려대는 걸까?



2004년 국립보건원 예산 280억 달러 가운데 영양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할당된 금액은 3.6퍼센트에 불과하다. 예방과 관련된 프로젝트에는 무려 24퍼센트나 할당되었는데, 다행이라 여길 부분이 아니다.



식습관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한 연구는 물론,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예산은 대부분 약품과 영양 보충제를 개발하는 데에 쓰였다. 제약회사의 로비가 학계에도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거다.



제약 업계뿐만 아니라, 고기나 유제품을 취급하는 업계들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들은 미래에 충성 고객이 되기 쉽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우유 급식이 필수였던 이유도 이 전략 중에 한 가지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당뇨 협회, 암 협회, 심장 협회 등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단체들이 치킨이나 소시지, 요플레 등 자신들이 관리하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식품들의 업계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 cowspiracy>


그들은 암을 예방하는 갖가지 방법들을 공개하면서도 홈페이지에 "암이 발생하는 이유"로 레드미트를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WHO에서 레드미트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 그랬다간 후원금이 끊길테니 말이다.




비리에 대항하는 사람들


그런데 진짜 그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왜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없을까? 왜 대항하는 목소리가 우리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을까?



육식 뒤에 숨은 비리를 밝히는 다큐멘터리 <cowspiracy>의 감독 키건 쿤은 “축산업은 환경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린피스에서 왜 축산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답하기를 꺼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삼림법이 통과된 후 브라질에서는 사람들이 일어나 로비스트, 이익 집단, 축산식/기업식 농업에 반대를 했다가 살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수녀 도로시 스탱은 희생자 중 한 명으로서, 일생을 아마존 보호에 힘을 썼던 이인데 어느 날 자택에서 총을 맞고 숨졌다. 축산업에서 고용한 살인 청부업자의 짓이었다. 브라질에서는 20년 간 1,100명이 넘는 운동가들이 살해당했다고 전해진다.


너무 영화에서 나오는 일 같고, 지금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여러분이 들어본 적 없는 미국의 비밀 감옥

https://www.youtube.com/watch?v=xuAAPsiD768

<TED>


위 링크는 <The secert US prisons you've never heard of before>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저널리스트 윌 포터가 테드에서 비밀감옥 CMU에 대해 고발한 영상이다. 그는 수감자들을 인터뷰했는데,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교도소 생활의 어둠 속에는 세 가지 빛이 있다고 말했다.

*CMU는 2급 테러범을 수감하는, 미국에서 가장 은밀하게 운영되는 실험용 감옥이다.


전화, 편지, 면회가 그것인데 CMU는 이를 철저하게 차단한다고 한다. 통화는 한 달에 45분으로, 다른 수감자들이 300분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분량이다. 편지는 6장으로, 면회는 4시간으로 제한된다. (올림픽 폭발 사건을 일으켜 슈퍼맥스에 수감된 에릭 루돌프에게도 35시간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곳에 들어가는 이유는 위와 같은데,


<TED>


동물권을 주장하던 앤디 스테파니안 역시 그의 반정부, 반기업적인 생각 때문에 그 곳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윌 포터, TED영상과 동일인물 <cowspiracy>


윌 포터는 FBI가 동물 인권, 환경 운동가들을 국내 테러리즘 위협의 1순위로 본다며, 그 이유가 기업 이익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앗...캡쳐가...


달걀 리플레이서(replacer)를 만드는 회사 햄튼 크릭의 CEO 조시 테트릭은 미국 양계 협회의 타겟이 되기도 했다. '미국 양계 업계의 미래에 대한 재앙과 위협'이라고 묘사한 문서가 폭로된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공식 주소로 보내는 메일에 그를 죽이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진실을 알릴라치면 무시무시한 패널티를 가해버리니 누구나 선뜻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처음 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기존의 익숙한 정보들에 비해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서두에서도 말했듯 이번 주에 달걀을 사서 먹었다. 물론 이런 정보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분노하기도 하고, 다신 고기를 쳐다보지도 않을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지만 치킨도 먹고...


이 정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혹은 특정 부분에만 포커스되어서 다른 부분을 내가 보고 있지 못 한 건 아닌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공부해 나갈 생각이다.


물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팩트를 가려내려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그게 앎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아직 완전한 진실을 알지는 못 하지만, 알기 전의 생활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하루에 네 개씩 먹던 계란을 한 달에 두 세개 먹는 것으로 변했다거나...)


뭐가 됐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올바른 정보를 찾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난 그 게으름이 다른 사람의 배를 채우는 데 쓰이는 게 기분 나쁠 뿐이고. 내 글이 선동을 위한 도구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른 반박할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후기


좋았던 점

사실 기업 비리나 윤리 문제 같은 경우는 채식 2~3주차에 접했던 정보다. 이제서라도 정리해서 뿌듯.


아쉬운 점

다른 편의 정보를 모으지 못했다는 게 좀 아쉽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이 파고 들어야 할 부분인지 구분을 못하는 게 더 컸다.

혹시 위 정보에 대해서 반박하는 자료를 갖고 계신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




'그린을 더하다' 도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그린 라이프를 제안하는 매거진, 에드지와 함께하는 콘텐츠입니다.

http://ad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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