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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Dec 05. 2017

[채식 6주차]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지

아니, 식물로도 충분해

세 줄 요약

1. 단백질이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이나, 동물성 단백질은 부작용이 많으므로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다.

2. 동물성에는 있고 식물성에는 없는 건 비타민D와 비타민B12 두 가지밖에 없다. 이는 영양제로 보충 가능.

3. 채식한다고 강박관념 가질 필요 없다. 고기가 미친듯이 먹고 싶을 땐 먹자.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 그럴 때가 그렇게 많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건강하려면 고기를 먹어야지


1주차 때 상상했던 채식주의자의 식탁

채식한다고 하면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 풀때기들이 샐러드 보울에 얌전히 담겨있는 식탁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런 것들만 먹고 살면 '좀 비실비실하겠네'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채식을 하고 있는 지금도 자동적으로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채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때엔 고정관념이 더 강하게 박혀있었다.


사실 채식을 하는 동안에도 '어떻게 저런 걸 먹고 에너지를 낼 수 있지?'라는 의심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6주차 채식을 하고 있는 지금, (물론 중간에 몇 번 고기를 먹긴 했지만) 힘을 쓰지 못한다거나 기력이 없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채식을 하면 힘을 못 쓴다는 생각은 말그대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채식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고, 단지 느낌상~으로 판단하기만 했으니 당연히 그런 고정관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식물성 식이요법이 영양학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상세하게 알면, 그런 고정관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 고정관념이란 아무것도 모를 때 생기는 것이지 않나.



동물성 단백질보다 몸에 좋은, 식물성 단백질


보통 채식을 하면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더라. 물론 나는 단백질이고 뭐고 내가 왜 고기를 먹는지도 모르고 그냥 맛을 유일한 기준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영양학 무지랭이라 관심도 없던 사안이었다. 단지 내가 고기 메뉴를 선택하기 위한 하나의 핑계거리가 된달까? 동물성 단백질이니, 식물성 단백질이니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먹을 만하니까 다들 먹는 거겠거니 했지.


구글에도 '단백질'을 검색하면 동물성 식품부터 한가득.

단백질이 안 좋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몸보신, 영양식 하면 단백질을 떠올리며 육류, 가금류, 생선, 계란, 우유 등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섭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거기에 비례하여 건강도 나아지는 것이라고. 그런데 단백질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코넬 대학교 명예 교수 콜린 캠벨은 대대적인 규모의 연구인 <The China Study>에서 단백질이 발암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발암물질이 우리 몸에 노출되는 것 역시 주요한 발암 요인이지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해당 발암물질이 몸에서 유의미한 활동을 하도록 발현 및 촉진 시키는 물질이다. 즉, 발암물질의 노출량 보다 해당 물질이 우리 몸에서 활성화되는 과정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China Study (일부)번역본

자세한 실험 과정은 그의 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결과는 이렇다. 똑같은 발암물질을 투여하고 각각에 20%, 5% 동물성 단백질(우유에 들어있는 카제인)을 투여했을 때 전자의 경우 종양 발현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20% 식물성 단백질(밀 단백질 글루텐)을 투여했을 때는 종양이 발현되지 않았다. 종양발현은 발암물질을 얼마나 많이 섭취했느냐가 아니라 단백질, 그 중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을 얼마나 많이 섭취했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암에 걸린 사람도 없고, '암'이라는 병 자체가 왠지 내 일 같지는 않달까.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암 때문만이라면, 글쎄.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채식하는 헬스 트레이너

https://www.facebook.com/creal20/videos/717808141736392/

그러다 채식하는 헬스 트레이너라는 키워드에 홀려 한 영상을 보게 됐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해야한다고 들었고, 나도 한때는 단백질 파우더를 우유에 풀어 쭈욱 들이키고 나선 (건강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뿌듯해하기도 했던 게 생각났다.


출처: <what the health>


단백질을 섭취하면 큰 키와 높은 체중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다만, 동물성 단백질은 그 외의 부작용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거나, 심장질환, 암 및 당뇨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을 제공한다던가. (나는 별로 관심 없지만)단백질때문에 채식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필수 영양소


단백질 이슈에 대해 공부하면서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채식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아마 귀찮아서 진즉에 관뒀을테다. 하지만 콘텐츠를 핑계로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ㅜㅜ)했다. 생각해보면,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관한 문제인데 엄마가 좋다고 해서 먹었어~ 혹은 친구가 그러는데 TV에서 먹지말라 그랬대~하는 찌라시 정보로만 판단을 내리는 것도 찝찝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채식하기 진짜 어렵네'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나도 직접 하니까 관심 갖고 알아보는 거지, 그게 아니라 옆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었더라면 난 그렇게 신경 써가면서 못 챙겨 먹어...하고 포기했을 거다. 그러니 이 글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쓰려고 한다.


동물성 식품에서는 얻을 수 있지만 식물성 식품에서 얻을 수 없는 영양소는 네 가지가 있다. 콜레스테롤, 비타민A, 비타민 D, 비타민 B12가 그것이다. 우리는 마지막 두 가지, 비타민 D와 비타민 B12만 기억하면 된다.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은 두 종류로, 식이성 콜레스테롤(음식으로 섭취하는)과 혈중 콜레스테롤(간이 만들어내는)이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도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로 나뉘는데, 동물성 단백질과 식이성 콜레스테롤은 나쁜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콜레스테롤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건 이때문이다. 식물성 식품에는 이런 식이성 콜레스테롤이 없다.

음식으로 먹는 콜레스테롤은 몸에 좋은 거 아니니까 굳이 섭취할 필요 없다.


비타민 A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비타민A 부족하면 야맹증...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비타민A는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있다. 하지만 식물성 식품에서도 비타민A를 얻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식물성 식품에는 비타민A가 들어있지 않지만 베타 카로틴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는 체내에 들어와서 비타민A로 변형되어 같은 역할을 한다.

비타민A는 베타카로틴이라는 형태로 식물에서도 섭취 가능하다.


콜레스테롤과 비타민A는 식물로 해결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니다. 채식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동물은 만들어내지만 식물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타민 D와 비타민 B12, 두 가지다.


비타민 D

비타민D는 달걀노른자, 생선 등에 들어있다. 또한 햇빛을 쬐면 우리 몸에서 알아서 생성해낸다고 한다. 그러니 비타민D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이 햇빛 볼 일이 잘 없다.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보낸다. 그래서 하루 15분 정도의 산책이 권장되는 것인데, 겨울이라 그것도 힘들 것 같아서 나는 영양제로 보충을 하려고 한다.

비타민D는 햇빛 쬐면 해결된다.


출처: <what the health>


비타민 B12

유일하게 동물성에만 있는 비타민B12다. 하지만 이는 동물도, 식물도 직접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구를 뒤덮고 있는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그런데 요즘은 강이나, 논밭 모두 멸균처리를 하기 때문에 식물에는 B12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살 수 없다. 그렇다고 B12를 섭취하기 위해 세균이 득실거리는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 할까? 우리가 과학의 발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여기다.

비타민B12는 영양제로 보충하면 된다.



뭐 이렇게 알아야 할 게 많아?


써놓고보니 너무 정보만 줄줄 나열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다고 해서 내가 식재료나 간식거리를 살 때마다 성분표를 뒤적거리며 단백질은 몇 그램이고, 지방은 몇 퍼센트고, 내가 이걸 다 먹으면 권장량의 몇 퍼센트를 먹는 거니까 다음 끼니에서는 뭘 먹어야 하고...등등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몸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먹으면 안 되지...


요즘의 식단에는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며 적용하고 있다. 최대한 동물성 식품 안 먹기(그 이유가 무엇인지 일일이 생각하지 않는다.), 비타민 B 보충제 먹기. 동물성 식품 안 먹는 것도 부러 고기 메뉴를 선택하지 않는 것 정도다. 예를 들어 카레집에 갔는데 베이스가 육수라고 해서 가게를 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하나 더 변한 점이 있다면 스타벅스 단골이 되었다는 점? 두유로 변경 가능하니까. 이 정도로는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조금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것도 먹어선 안 돼!'라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동물성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런 강박관념 때문에 채식을 유지하지 못하는 게 훨씬 더 해로울테니까.


딱,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할 수 있는 만큼의' 채식을 유지해보려 한다. 친구들이 고기 먹자고 하면 내키지는 않더라도 한 번 먹고, 치킨이 엄청 땡기는 날에는 먹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나머지 끼니 때에는 최대한 식물성 식단을 유지하고. 이렇게 지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날도 오겠지.



후기


좋았던 점

오랜만에 첫 주 식단을 봤는데 요즘 먹는 음식들과 정말 다르다. 몸이 건강해졌다는 것은 아직 체감되지는 않지만 (저번부터 계속 말했듯이) 내가 내 식단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 것이 매우 뿌듯하다.


아쉬운 점

글이 점점 어렵게 느껴지실까봐 걱정된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말했듯 이는 한 번 읽고 잊어버려도 괜찮다. 다만 그 결과를 기억하고 실생활에 반영하기만 하면 된다.





'그린을 더하다' 도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그린 라이프를 제안하는 매거진, 에드지와 함께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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