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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Nov 20. 2017

[채식 4주차]우유를 끊었다

고기는 못 끊었지만...

그렇다면 치킨을 먹어야 한다


그제 18일 밤, 오랜만에 동생과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갑자기 소름이 돋는 양 한쪽 팔뚝을 연신 쓸어내리며 말했다.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든다고. 우리는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고는 같은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치킨을 먹어야 한다.


저번 주만해도 고기는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론 영양학적으로도 끔찍하다며 못 먹겠다던 내가, 앞장서서 배달 어플을 켰다. 항상 먹던 리얼후라이 오미치킨, 콜라 추가. 3주차 후기에서 '지금은 소름돋게 드는 거부감도 점점 옅어질테고'라고 말했는데. 응? 고작 1주일 후였다니? (어쩐지, 약발이 너무 세다 했어...)



치킨을 먹어야 한다



치킨 없는 한 주는 내내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장난 삼아 하는 말이지만, 어쩌면 치킨 중독자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 살아온 2n년간 한 번도 식단 관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채식을 시작하니 알게 되었다.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먹는 행위'밖에 없다는 걸. 하지만 지난 주는 그런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없었고,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쏟아내야 했지만 도저히 모르겠더라.


이젠 내가 치킨을 원하지 않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상황에 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을 먹고 싶은'이 아니라, '치킨을 먹어야 하는'상황. 먹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그런 상황 말이다.




밀크 매니아


시리얼을 참 좋아했는데...


그러므로 당장 치킨을 끊는 건 불가능해보인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채식을 하기로 했다.(...) 간헐적 채식을 택한 것처럼, 끊을 수 있는 동물성 식품부터 끊기로. 첫 번째 타겟은 우유(및 유제품) 되시겠다.


초코우유는 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또 다른 먹거리였다. 몇 년 전부터 매일 한 팩씩 초코우유를 꾸준히 마셔왔다. 팩에 구멍을 뚫어 빨대를 꽂고, 한 모금 쭈우우우욱 빨아들이면 몸 전체에 에너지가 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돈이 없을 땐(자주) 식사로 삼기도 했다.


설탕 덩어리 탄산음료도 아니고 카페인 그득한 커피도 아니니, 적은 돈 치고는 나름 건강한 식사를 했다고 자부하면서. 흰 우유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초코우유도 우유니까. 건강에 해로울 거라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같은 이유로 카페에 가서도 항상 밀크티를 마셨다. 아메리카노는 맛이 없었고, 초코라떼를 시키자니 돈이 아까워서 밀크티를 엄청나게 마셔댔다. 아침 식사를 할 때도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몇날 며칠을 시리얼로만 때우기도 했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니까. 근데 왜 끊냐고?



우유의 숨겨진 진실


우유는 송아지용이다

출처: <Cowspiracy>

<Pregnancy, Children, and the Vegan Diet>의 저자이자 의사 마이클 클레이퍼는 우유의 목적은 송아지를 키우기 위함이라며, 인간에게 맞지 않는 식품이라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우유의 효능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우유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 적 없었고, 우유가 몸에 좋다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우유를 마시면 안 된다니, 이게 무슨 말이람?


'우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칼슘'이다.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뼈 건강에 좋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낙농제품 광고는 유제품 외의 다른 식품에서 칼슘을 섭취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흡수율이다. 과일이나 채소, 콩류에 들어 있는 칼슘은 인간의 소화기로 흡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유는 칼슘 흡수율이 낮다

오늘 아침 브로콜리를 갈아 마셨다...(출처: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하지만 <식품 가치와 영양분에 관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참고서적Bows and Church's Food Values of Portions Commonly Used>에 따르면, 우유 한 잔에는 칼슘이 300밀리그램 들어 있기는 하지만 흡수되는 것은 겨우 32%(96밀리그램)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유는 뼈 건강에 좋지 않다


알던 사실(실은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닌)과 너무 다른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진짜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칼슘이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나 우유가 칼슘 섭취에 가장 좋은 음식은 아니다."는 말도 있더라.

출처: Ha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실험 결과, 일주일에 우유 한 컵을 마신 사람과 두 컵 이상 마신 사람의 골다공증 발병률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청소년기 우유 소비 역시 고관절부 골절률을 낮추는 것과 아무 연관이 없었다. 심지어 비타민D 없이 칼슘만 섭취할 경우에는 골절률을 높인다는 주장까지 제시되었다. 


유제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노인이 가장 적게 섭취한 노인에 비해 골반뼈가 골절될 위험성이 두 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출처: 미국 전염병학 저널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여러 자료를 확인하고 나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과학계에서는 벌써 오래 전부터 얘기되어 왔다는데, 나는 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일부 돌팔이 의사들이 괜히 거짓 정보를 늘어놓는 거 아닐까?


물론 그들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필요하다. 다큐를 세 편 정도 봤지만 인터뷰이가 7-80% 겹쳤고, 논문들도 그 수가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열람할 수 있는 논문은 권위가 없는 기관이라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데, 잠깐. 과연 '우유는 몸에 좋다'는 명제는 이렇게 비판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우유를 끊었다


출처: <What the health>


채식주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 키건 쿤은 우리가 우유의 이면에 대해서 듣지 못한 이유는 낙농업계의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낙농업계는 우유 소비량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광고를 통해 '우유는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 광고를 일상적으로 접하다보니 당연히 팩트처럼 느껴지고, 그 주장을 강화시켜주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만 인정해오다 비판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물론 우유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견 역시 필터링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확실히 아직 자료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내가 못 찾아서 그런가...)여러가지 이유로(다음 주에 밝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알리기를 주저하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것.


'그래서 먹으라고 말라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나도 그렇다. 다만, 이런 혼란 역시 낙농업계의 전략 중 하나라는 말을 듣고는 조금 더 경계하게 된다.(여기선 먹으라고 하고, 저기선 먹지 말라고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던대로 하자!)


지금은 일시적으로 우유 섭취를 중단했지만, 우유가 건강에 해롭다는 게 거짓이라고 판명나거나 내 취향으로서의 음식으로 포기할 정도가 아니라면 마시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마케팅에 속지 않고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유 대신 두유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없이 우유만 뚝 끊으면 몸을 축내기 딱 좋다. 우유를 끊기로 하고서부터는 대체재라 불리는 두유로 바꿨다.


스타벅스, 폴바셋 에서는 우유->두유 교체가 가능하고,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수요가 많지 않아 아직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가공된 두유 외엔 구입하기가 어렵다.(자, 다같이 두유 마셔서 좋은 두유 상품이 더 많이 나오게...!)


가루 두유라니, 신박해.


밖에서야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유기농 두유를 마신다. 찾아보니 액상 형태도 있고, 가루 형태로 된 것도 있더라.


유통기한을 생각해서 가루로 된 것을 구입해봤다. 맛은 편의점에서 파는 두유와는 확실히 다르다. 덜 달고, 조금 더 고소한 맛이 나고, 약간 뻑뻑한 것 같기도 하고.(물을 더 탔어야 했나) 우유보다 맛있다는 생각은 (절대)안 들지만, 더이상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맛과 취향뿐일 이유가 없어졌다.


키위+브로콜리 스무디(저는 브로콜리 싫어해서 갈아먹지만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좋대요!)

우유로 섭취하던 칼슘과 비타민D(캐나다에서는 우유 100ml당 35~40IU의 비타민 D를 첨가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고)는 각각 녹색 채소(브로콜리나 깻잎)와 영양제를 통해 보충하고 있다.


참고로 비타민D는 식물이 만들어낼 수 없어서 채식 주의자들이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 햇빛을 통해서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겨울이기도 하고, ...솔직히 맨날 건물 안에만 있지 않나.(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3%이상이 비타민D 결핍이라고.) 간편하게 영양제로 해결하자.



후기


좋았던 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먹는 행위'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것. 먹고 싶은대로 다 먹어왔으니 알 수가 있나.

문과생이라(?) 자료 조사부터 너무 어려웠지만 내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이다보니 재미있게 공부했다.

가장 좋은 점은 음식 선택 기준이 맛뿐만이 아니게 된 것. 합리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그동안 내 몸을 얼마나 하찮게(...) 다루었나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되니 전혀 몰랐던 분야인데도 관련 키워드만 보여도 귀기울이게 된다. 보는 세상이 넓어졌다!


아쉬운 점

학계의 자료들을 완벽하게 소화를 못 해낸건지 글이 좀 어려워져버려서 아쉽다.

몸에 안 좋다니 끊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거기서 섭취하던 좋은 것들은 또 따로 챙겨 먹어야 하니 어렵고 귀찮다.

치킨 먹은 거...(또 먹을 것 같지만)


본문에는 없지만 참고한 자료들


전반적으로 잘 정리된 영상입니다. 시간이 없으시다면 이 영상만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http://www.ebs.co.kr/tv/show?prodId=439&lectId=10185888


칼슘섭취 유일한 대안...우유? 난센스! (말미에 낙농업체측의 미니인터뷰가 있습니다.)

http://m.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61

이제 박정희시대 영양정책 '우유급식' 폐기할 때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61878#058n

뼈 건강을 위해 유제품을 끊고 이런 음식을 드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h4NWgq-ohwM&feature=youtu.be


Cancer Can Be Cured and This Doctor Refused to Keep Quiet – He Shared The Truth

http://www.antinews.in/cancer-can-cured-doctor-refused-keep-quiet-shared-truth/

Got Cognitive Decline?

http://www.pcrm.org/health/medNews/got-cognitive-decline#.WfK4Is9WXK0.facebook


젖소 원유에 슈퍼 박테리아

https://www.youtube.com/watch?v=dZoqp9IIFfI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제

https://www.youtube.com/watch?v=khmn2coiLlA

우유는 소가 임신해야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6rlzj7U5z00



'그린을 더하다' 도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그린 라이프를 제안하는 매거진, 에드지와 함께하는 콘텐츠입니다.

http://ad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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