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가만히 있는 것 같은 날엔
요즘 부쩍 그런 기분이 자주 든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 제안에 바빠 거절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콘텐츠가 터져 강의 제안을 받기도 한다.
눈을 돌릴 때마다 누군가는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비슷한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게 나쁘진 않은데, 문득 ‘나만 가만히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는다.
나 역시 새로운 걸 시도하고, 글을 쓰고, 자료를 모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저 아직 결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데, 자꾸만 ‘제자리’라는 느낌이 스며든다.
그럴 때마다 문득 떠오른다.
면접을 준비하던 수강생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들의 불안과 초조함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느꼈던 ‘정체된 감정’이 이제는 조금은 실감된다.
강사로서 나는 그저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허공을 맴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땐 내가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한 사람만의 속도에 맞춰줄 수 없기에 의도적으로 냉정해지려고 애썼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때 그들이 느꼈을 막막함을 후폭풍처럼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잘 지내냐’는 인사를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자동적으로 “응, 잘 지내”라고 말했겠지만, 이번엔 한참을 머뭇거렸다.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낸다는 말을 뱉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말이 맴돌았지만 머릿속에선, “모르겠어”라는 생각만 지배적이었다.
‘내가 이렇게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나?’
그 순간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뭔가를 감추며 살아왔다.
겉으로 드러내기보단 묵묵히, 가능하면 아무렇지 않은 듯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사람도 의도적으로 줄이고, 마케팅 공부며 콘텐츠 기획에 시간을 쓰며 ‘조용한 성장’을 꿈꿨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안의 솔직함이 더 이상 감춰지지 않는 때가 온 것 같다.
고맙게도 주변 사람들은 늘 내 시간을 존중해 준다.
“바쁘지?” “요즘 뭐 하고 있어?”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바쁜 척을 하게 된다.
양심은 찔리지만, 그런 ‘척’이라도 해야 내가 정말 무언가를 하려 애쓰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가끔은 너무 조용하다. 일도, 사람도, 마음도.
모든 게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또 조급해진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게 진짜 의미 있는 걸까?”
쓸데없이 돈만 나가는 날도 많고, 효과도 없는 것 같아 허무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믿고 싶다.
이 작은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큰 그림이 될 거라고.
이런 감정을 취업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도 언젠가 진심으로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느끼는 조급함이 결코 실패의 전조가 아니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다독인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고, 비교 대신 나의 속도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직 눈에 띄지 않을 뿐, 나는 지금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