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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Jun 24. 2023

질문과 요구사항 건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의 존중

작년 10월, 평소와 방문 상담을 응대하고자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난히 바쁜 시기에 그것도 혼자 학원 관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방문 상담 예약까지 잡아 제 시간이 아닌 한 시간이 넘은 상태로 고등학생이 자녀와 방문한 분은 미안하다는 내색조차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차가 왜 이렇게 막혀요?"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잠시 놀라 1초 쳐다보다 이내 웃으며 오신다고 고생 많으셨다는 나의 말 한마디와 함께 본인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시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인 자녀의 면접을 위해 방문하셨고 수업에 대해 물어보셨다.


한 시간을 늦어놓고 상담 또한 한 시간이 가까운 시간을 아주 세세한 질문까지 물고 늘어지셨고 결국 해야 할 일이 미뤄질 정도였다.

문제는 그 학생은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어머니와 함께 와 듣고만 있더라...


그 말투와 태도, 잊지 않으리라.라는 생각과 함께 수업을 등록시켰다.


기다림의 시간과 다른 일까지 미뤄 시간을 투자한 결과가 등록이라니,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후회의 시작일 줄도 모르고 말이다.


첫 수업 등록 후, 당일 일정 변경 및 3번의 개인 일정으로 결국 첫 수업 2022년 12월 마지막에 진행되었다. 대표님과 다른 강사들이 고개를 저을 정도였고 더 이상은 수업 진행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한 번 수업 후 필기 합격에 떨어져 남은 수업은 환불했다.


다시 오지는 않겠지, 그런 마음이 들어서는 안 되지만 들 정도였으니까.


올해 날이 따뜻해질 때쯤, 또 연락이 오셨다. 그땐 수업이 많아 등록조차 불가한 상태였지만 날이 뜨거울 때쯤 다시 오셨다.


등록 후 첫 수업, 수업을 받아야 할 학생과 같이 왔고 아이는 수업에 들어가고 어머니는 내 앞에 앉아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는 사항을 얘기하셨다.


그리고 그 사항들을 지금 수업 들어가서 강사한테 전달해 달라고 하는 모습에 수업에 방해를 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씀드릴 정도였다.


절대 학생이나 부모님이 방문하시는 상황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엔 도가 지나치실 정도였다.


학생의 의견은 없었다. 우리 앞에서 자신의 아이에 대한 좋지 않은 점을 아무렇지 않게 말로 뱉어내셨고 시간 약속은 또 지키기 않으셨다.


수업 있을 때마다 전화를 하시고 수업 없는 날도 전화하셔서 자신의 아이에게 이것을 알려주고 저것을 알려달라라는 요구사항들이 늘 있으실 정도였으니까.


처음엔 화가 났고 두 번째는 짜증이 났고 세 번째는 자신의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는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못할 듯하다.


그 부모를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디라도 이때의 상황을 남기고자 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과연 아이는 원하는 게 맞을까? 부모의 노력을 아이는 알까?

본인이 뱉은 그 한 마디가 아이의 자존감에 스크래치 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


그런 의문과 잡생각들이 겹쳐 결국 결론은 내가 악몽에 시달렸던 거다. 왜 그렇게 깊게 생각을 했던 걸까.


특히 최근 들어 학생들의 면접을 위해 부모님의 연락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저 학원에서 해주는 대로 받아주시는 분도 있고 직접 커리큘럼을 짜듯 요구하시는 분들도 있으며 왜 떨어졌냐고 따지시는 분들도 있다.


열심히 가르쳐도 상대방이 열심히 잘 따라와 줘도 면접엔 답은 없다고 본다.

그때의 분위기와 기분, 정신상태와 몸상태에 따라 준비했던 답변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더 잘할 수 있으니까.


좀 더 그 사람을 믿고 잠시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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