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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무뎌졌을 뿐

by 나라 연


친절은 선택이다


사회 속 점점 무뎌지는 예의와 배려의 감각, 그리고 취업이라는 무대에서의 인성 어느 순간부터,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했을 때, 문을 열어주었을 때, 조용히 기다려주었을 때.
예전엔 눈을 마주치며 짧게라도 인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개 한 번 까딱하지 않는다.



바쁘고, 피곤하고, 모두가 지쳐 있다는 걸 이해하려 해도 그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작은 예의들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아쉽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부터 ‘예의’와 ‘배려’에 무감각해졌을까. 그리고 그 감각은 정말 필요 없는 것이었을까.



예전, 내가 만난 한 취업준비생이 떠오른다. 바쁜 상황 속에서 결제 접수까지 대신 처리해주며 강의실 안내를 했던 날, 그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아무런 대꾸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잠시 뒤, 다른 강사에게는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



며칠 뒤 보강 문제로 내가 수업에 들어갔을 때, 그의 놀란 표정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 장면은 단순히 ‘내가 무시당했다’는 감정을 넘어서. 인사가 상황에 따라 조절되는 선택적인 태도라는 점에서 더 깊은 불편함을 남겼다.



그 순간, 나 자신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행동들, 나 또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을까.


그를 보며 느꼈던 불편함을, 누군가는 나에게 느낀 적 없을까. 취업은 실력과 스펙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일상에서의 태도다.



인사는 기본이다. 하지만 그 기본이 타인의 직책이나 권위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사람의 인성은 면접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각을 하더라도, 수업을 못 오게 되더라도, 간단한 인사 한마디만으로도 상대방에게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남는다.



그 행동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만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면접 질문이 아무리 어렵지 않더라도, 면접관은 그 사람의 말투와 눈빛, 인사법, 태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진짜 예의는 화려하게 꾸며진 포장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는 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예의는 선택이고, 배려는 훈련이며, 친절은 결국 살아남는 태도라는 것을.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꼰대 같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첫인상은, 작은 행동 하나로 인해 긍정과 부정 사이 어딘가에서 평가된다.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든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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