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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준 Apr 02. 2019

과자를 빼앗아라...

1인기업으로 살아가기

거의 30년이 다 되는 제가 군 입대해서 훈련병 시절 일입니다.
 강원도 홍천의 모 사단에서 신병 훈련을 받았는데, 같은 한 내무반에 20여 명이 배정되어 앉아도 누워도 옆 사람과 신체의 일부분이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혈기 왕성한 장정들이 한달 이상을 몸을 맞대고 적응되지 않는 훈련소에서 유일한 낙(樂)은 1주일에 한번 PX에서자기 돈 내고 사 먹는 간식 시간이었습니다. 그것도 딱 1시간…
 이 건장한 훈련병들이 부실한 군대 짬밥만 삼시세끼 먹고 지내다가 일요일 저녁에 1시간 주어지는 간식 먹는 시간은 황홀 할 지경이 틀림없습니다.
 이 시간에는 과자나 빵 음료의 종류나 품질은 상관없고 오로지 많이 먹을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능한 빨리 많이 구입해서 우걱우걱 대면서 간식을 ‘흡입’하는 지경이 되어 20여명의 젊은 남성들이 먹는 모습은 지금 생각하니 그다지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주일 만에 먹는 ‘단 것’ 간식을 양껏 뱃속에 넣다 보면 이내 양이 가득 차게 됩니다. 아무리 많이 먹어보려고 해도 결국 한 사람의 양이란 한계가 금방 오게 마련입니다.
 그렇다 보니,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100%에 가까운 훈련병들은 먹고 남은 간식을 자신의 사물함 어딘 가에 숨겨놓고 나중에 먹고자 하는 맘이 생기게 됩니다. 이불속에 숨기는 녀석, 여분의 군화속에 숨기는 녀석, 심지어는 천정의 틈을 열고 숨기는 녀석도 봤습니다.
 숨기는 이유는 절대로 남은 간식을 나중에 남겨서 먹을 수 없도록 한 훈련소의 규칙 때문입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사람의 재주는 비상해서 아무리 엄격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훈련소라지만 간식을 어딘 가에 숨겨두고 나중에 요긴하기 꺼내어 먹는 일은 매우 중용한 생존(?)의 요소입니다.

이렇게 훈련소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제 옆자리 동기녀석이 그 옆자리 동기녀석과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자신이 숨겨놓은 간식(달랑 과자 반 봉지)을 다른 동기 녀석이 몰래 훔쳐 먹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니가 먹었냐?’ 하면서 말로 추궁하고 ‘먹었네 안 먹었네’ 하면서 오가던 말이 주먹질로 번져 한 동기 녀석이 맞아서 코피와 입술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그러면서 죽이네 어쩌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슬프고 비참함(?)을 느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한된 환경으로 인하여 달랑 동기의 숨겨놓은 과장 반봉지를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둘은 주먹다짐을 하게 된 것이죠.
 지금 30년 가까인 된 그 일을 생각하면 조금은 웃음이 나는 슬픈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1인기업으로 살다 보니 이런 비슷한 광경을 가끔은 다시 보게 됩니다.
 사람의 생각이 거기서 거기이고, 1인기업 혹은 프리랜서가 할 수 있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다 같은 동질감과 동업자 유대감 비슷하게 만난 사람들이 돈 몇 푼에 다투고 비난하고 송사를 논하는 모습을 가끔 봅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시장은 제한적이고 일하려는 자들은 넘쳐나고 결국, 주먹다짐은 아닐지라도 비난하고 편가르는 모습에 옛 기억이 생각나 몇 자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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