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생각할 때와 내가 널 생각할 땐 다른 거야

서운함에 대하여

by 이부

친구도, 선생님도, 지인도 연애를 하고 있지만 참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학을 다닐 때 특히 다양한 커플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쏟아져 나오는 커플 수만큼이나 연애의 모습도 다 달랐지만 부딪히는 이유는 닮아 있는 게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넘치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교집합이 되지 못한 채 서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모습을 마주했을 때, 이해하느냐 포기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반대 성향의 해와 나의 연애를 봐온 주변인들은 “누구 한 명이 맞춰주고 있는 거다.”라고 평하다가 “어떻게 그렇게 연애를 해?”로 바뀌었다. 우린 방목과 같은 방식으로 연애해왔는데 재미나게도 연식에 따라 평이 변했다. 아마 연애를 하면 무리해서 서로와 닮으려고 노력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선 좋아하는 상대의 흥미와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기대와 다르면 애정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우리도 많이 변했다. 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하다 보니 서로 많이 닮고 비슷해졌다. 그럼에도 교집합이 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서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어서 많은 싸움과 대화가 필요했다.


나의 경우, 서운함이 문제였다. 우리는 외견의 스타일만 보아도 좋아하는 게 많이 다르다. 나는 화려한 걸 좋아하고 츄리닝을 입어도 장신구는 빼놓지 않는다. 머리를 염색하고 자르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밖에 나가야 속이 뚫린다. 반대로 해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서 특별히 아름답지 않다면 불필요하다 여기고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나와 달리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흰머리가 많이 나도 그건 그것대로의 멋이 있다며 흰머리를 아꼈다. 연애 초반에 재미로 같이 셀프 염색을 해본 것 외에는 자발적으로 흰머리를 가리는 목적으로 염색을 해본 적이 없다. 액세서리도 커플링을 제외하곤 하지 않는다. 옷도 튀지 않는 걸 선호하고 편한 게 제일이다. 가꾸고 장식적으로 꾸미는 걸 즐기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나는 서로가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서운하게 느껴졌다.


몇 년 전의 해는 정말로 패션에 관심이 없어서 원색의 옷을 입고 다녔다. 해가 좋아하는 흰머리도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 자주 입방아에 올랐고 놀림을 받았다. 해는 별로 개의치 않아했지만 나는 내가 귀히 여기는 사람이 고작 겉모습으로 괄시당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놀림거리가 되는 것들을 없앴으면 했다. 연애초에 나는 염색을 권하기도 하고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걸 해에게 자주 선물했다. 그런데 대학 동기가 “아- 남친이 마음에 안 들면 내가 개조하면 되는 거구나!”라고 조롱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남들에겐 그렇게 보인다고? 다행히도 해는 나의 진심을 알아줘서 선물한걸 기쁘게 받을 뿐이었지만 내겐 충격이었다. 그 이후론 해가 자발적으로 원하지 않으면 염색도 권하지 않게 됐다. 옷과 잡화 같은 경우엔 보면 볼수록, 사면 살수록 안목이 생기는 분야이다 보니 해가 도움을 청하면 함께 쇼핑하러 가는 걸로 굳혀졌다.


해의 경우, 항상 날 걱정한다. 내가 고민과 역경을 맞닥트릴 때 직접 방도를 생각하고 도와주려 조언한다. 하지만 난 자존심도, 고집도 세서 내 일은 내가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남들을 많이 의식하는 나는 일단 조언을 받아버리면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행동하는 데 있어 조언이 방해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많이 조사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나 자신의 판단을 더 믿는 편이다. 그래서 걱정받기를 싫어한다. 단지 응원해줬으면 한다. 해와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부딪혔다. 하지만 이제 해도 이런 날 존중한다. 먼저 조언을 구하기 전까지 ‘알아서 잘하겠거니-‘하고 내버려두려 노력한다.


사고관도 서로 닮아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해는 이상을 보고, 나는 현실을 본다. 그래서 해와 대화할 때면 말문이 막힐 때가 많았다. 처음엔 터무니없는 이야기여서, 두 번째는 그 이상을 부정하고 있는 내 모습이 당신의 눈에 비치는 것이 몹시 이질적이어서. 해의 이상적인 이야기는 모두 틀리지 않았다. 현실을 말하는 내가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보아온, 그리고 느껴온 세상과 너무 달랐다. 그렇지만 당신의 생각에 나마저 콧방귀를 뀐 것은 사과한다. 당신은 날 자주 부끄럽게 하지만 그 눈에 날 담아줌에 고맙다. 네가 날 생각할 때와 내가 널 생각할 때는 다르다. 네가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도 다르다. 당신의 이상과 나의 현실이 만나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되길 기다리며 함께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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