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몸무게가 바뀌어. 행복해도 불행해도 말이지

by 이부

언제부턴가 바디 프로필이라는 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잡지 표지에서나 볼법한 헐벗은 근육질 몸매들이 인스타에 심심치 않게 보였다.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얼굴보다 먼저 빵빵한 흉통과 빨래판 복근부터 똭하고 뜨는 일이 많아졌다. 사진 속 사람들은 360도로 보아도 내 몸엔 가릴 곳 없이 완벽하단 자신감을 뿜 뿜 내뿜고 있었다. 하나의 목표 달성이 아닌 인생 자체가 성공한 사람의 모습 같았달까. 문제라면 그 멋진 모습들이 나의 마음을 부담스럽게 만든다는데 있었다. 지금 갖고 있는 사적인 이상향도 따라가기 벅차고 숨차는데 유행하는 이상향마저 생겨있었다.


요새 느끼게 된 건데 역시 혼자가 되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오롯이 혼자가 되어야 내가 나를 사랑할 시간이 충분해지는 기분이다.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인만큼 다른 누구보다 연인의 ‘몸’을 눈에 많이 담게 된다. 사실 내 몸은 그렇게 눈에 담을 일이 없다.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바라볼 수 없고 보게 되더라도 전체적인 실루엣을 보지, 들여다보진 않는다. 얼굴은 자주 들여다볼지 몰라도. 나의 경우 가장 비교하게 되는 몸은 연인의 몸이었다. 사랑을 담아 바라보게 되는 연인의 몸엔 관대하면서 나 자신의 몸엔 관대하기 힘들다. 연인의 얼굴이 동그래지면 그건 그거대로 귀여우면서 내 얼굴의 살은 떼어버리고 싶다.


학과, 동아리, 관심사까지 비슷했던 해와 나는 5년간 거의 매일같이 붙어지내다 군입대를 계기로 최장기간의 이별을 했다. 우리는 군인이란 신분과 코로나 상황이 맞물리면서 세 달, 네 달 만에 견우와 직녀처럼 만남을 가졌고, 만날 때마다 다른 실루엣의 조금 낯설어진 연인을 마주했다. 마음에 드는 실루엣 정도야 패션으로 만들 수 있지만, 연인이란 존재는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서로의 몸을 만지고 접촉하기에. 혼자일 땐 위생만 챙기면 그만이었지만 피부의 결도 신경 쓰이고, 입술 각질도 부각되어 보이고, 샤프심 같은 짧은 털마저 거슬린다. 뱃살이 나온 모양새마저 볼록한지, 쳐졌는지 가늠하게 됐다.


이전에는 항상 함께하다 보니 섭취하는 게 같아져서 체질로 인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찌고 빠지는 게 비슷했다. 특히 자취를 하고 밤샘 과제를 함께 할 땐 둘 다 최악의 식습관으로 기하급수적인 체중 증가를 보였다. 점심엔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밥버거와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은 지쳐서 대부분 배달음식이었다. 그리고 새벽까지 논문을 쓰느라 배고파지면 또 야간 배달을 시켜 허기를 채웠다. 둘이니 돈도 반반이라 부담도 덜했고 옆에 있는 애도 똑같은 걸 먹네?라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죄책감도 덜했다. 당시엔 건강한 식단에 관심도 없고 무지해서 밥버거도 밥이요, 편의점 도시락도 한식이자 정식이요, 야식 배달도 김치찌개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인과 함께 했던 대학생활 동안 8킬로가 쪘다. 당연히 운동은 없었다. 그나마 대학 교양강의로 요가 수업을 들은 게 유일한 운동이었다. 그나마도 거의 죽어가면서 했지만..


하지만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없이 홀로 밥을 먹게 되었을 때 나는 의외로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 앞서 말한 패턴은 아주 바쁠 때의 얘기고 그렇지 않을 땐 역시 외식보단 요리다. 아무래도 직접 요리하며 나를 먹이면 비교적 건강한 식생활을 하게 된다. 어떤 요리에 설탕과 소금이 우수수 들어가는지 알게 되니까. 제일 예쁘게 생긴 과일도 내 것, 오동통한 새우도 모두 내 것이요, 주방장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팅이 된 접시도 내 것이다. 먹는 양을 눈치 볼 이도, 입맛을 맞춰야 하는 사람도 없는 나만의 식단이 있는 식당. 나를 건강히 챙기는 일은 내 것인 거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지금껏 방치하며 근육 없이 둔해진 내 모습을 감당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살과 상관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과는 별개다. 상대와 행복하게 맛있는 것을 즐긴 것이 쌓이고 쌓인 증거로서 뱃살마저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나는 다시 건강하고 싶어 졌다. 식탐이 제법 있는 나는 ‘옆에 있는 애가 먹는 기름지고 지방질의 무엇’을 참아낼 자제력이 없다. 그렇기에 혼자라서 야밤에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켜 먹기 애매해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게 내 몸뚱이를 건강히 책임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역병으로 본의 아니게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져 에너지가 남는 날엔 운동을 했다. 언젠가 데이트가 아니라 싫어도 항상 함께 있게 되는 동거나 결혼을 하게 됐을 때도 유혹을 이겨내고 나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습관으로 만들어두는 것이 목표다. 그때까진 나만 바라보는 시간들을 더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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