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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Jul 30. 2021

새로운 하루에 대한 고찰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


나는 어제와 동일한 장소에 있지만, 어쩌면 이 장소도 어제와 같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하루만큼 더 노화했듯이 이 집도 하루 더 낡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 운동으로 체력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다고 본다.


사놓은 우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남편과 장을 보러 가서 우유를 사야지.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니 요즘 우리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유를 많이 마시고 있다. 이게 진정한 오곡 라테, 아니 14곡 라테가 아니냐며 어머님이 주셨던 물통으로 오늘도 세차게 흔들어 마셨다. 아직까진, 미숫가루를 매일 타 마셔도 늘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다.


나는 오늘도 어제와 동일한 루틴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어제와 다른 주제의 글을 쓰고 있고, 오늘은 어제 읽지 못했던 책의 다음 장을 읽을 예정이다. 오늘 점심에는 다른 걸 먹어보려고 어제 먹었던 소고기 배춧국은 따로 통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어놨다. 뭘 먹으면 좋을까. 오늘 저녁 메뉴는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로 하자.





이번 생일에 방울토마토 모종 키트를 선물로 받았다. 올 때부터 튼실한 모종과 시들하고 작은 모종이 있었는데, 남편과 나는 이들을 구분하여 함께 온 두 화분에 심었다. 나는 아침마다 마토(내가 이 어린 식물을 부르는 애칭이다.)의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물도 주고 잎도 정리해준다.


연약한 보라 마토와 튼실한 민트 마토


오늘 아침도 커튼을 젖히며 베란다에 놓인 마토들에게 안부인사를 했다. 요즘따라 조금 시들해 보이는 보라 마토가 밤을 넘기며 무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내게 생명이 주어져야만 했던 당연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압도적인 은혜가 죽음을 몰아냈을 뿐이었다. 오늘도 어둠을 밀어내고 기어이 해가 떴다. 그래서 오늘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만약 내게 내일이 없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하루다. 어제에는 없었고 내일이면 기억하지 못할 지금 이 순간을 글에 담아 저장해 본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이 오늘처럼 늘 감사하고 기뻤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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