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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Jun 03. 2024

어린이집 갈 때까지 기다릴 거야?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면


조이가 태어난 지 70여 일이 지나자, 남편은 이수해야 할 교육을 받기 위해 집을 떠났다. 우리는 3개월간 주말부부였다. 분명 집에 나와 조이, 둘이 함께 있었지만 언제나 난 혼자만 남겨진 것 같았다. 조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떠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상황에 휘둘리기를 밥 먹듯이 하다 보니 나의 마음의 정원이 아주 황폐해졌더랬다. 내 마음속에 장작으로 쓸만한 나무가 한그루도 남아있지 않으니 때론 예민해지거나 아니면 아주 울적해지거나.


조이의 월령 5개월, 그때의 나에겐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바로 '미라클모닝'이었다.


이른 새벽이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도통 가지기 어려운 엄마들을 포함하여,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효과적인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한 이들의 결연한 선택이 '미라클모닝'이 아니었을까. 아마 일찍 하루를 깨우는 이들은 각자의 목표와 목적에 따라 아침 시간을 무언가로 채울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얻은 힘으로 각자의 하루를 그려갈 것이고 말이다.


나는 조이의 엄마로 잘 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온전한 나로 서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껍데기 엄마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상시간을 앞당겨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일명, Quiet Time. 이 시간에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나와 조이를 만든 신 앞에 홀로 섰다. 그렇게 내가 온전히 내가 되는 시간 속에서 내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내가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분별하고 실행하기를 계획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조이가 16개월이 되었다. 그간 나의 모닝루틴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에 따라 내면세계의 질서 또한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육아라는 이름의 기차는 수시로 험한 산지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여물어가는 마음은 나의 몸이 일상을 감당하게 했고, 또 다른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육퇴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마음이 이렇게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글은 언제 쓸 거야?'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내가 글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이 위기의 절정(?)에 다다랐던 그날, 글을 써야겠다고 결단하며 남편 앞에서 선포했을지도 모르고. 조이가 조금만 더 크면, 어린이집에 가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때에 하자고 미루고 미뤘던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매주 한편씩 글을 연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만, 내가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오늘도 육퇴 글을 쓴다. 졸린 눈으로 말이다.


나는 작년 6월의 결단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고, 올해 5월의 결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또 다른 결단이 나의 삶을 어떤 색으로 물들일지 기대되는 밤이다.




2024년 5월 12일, 오후 2시 즈음이었을까. 조이가 낮잠 잘 시간이 되어 조이 방에 들어가 인사를 해주고 나왔다. 그리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누워 본격적인 휴식시간을 가져보겠다 했던 남편이 놀란 눈으로 날 보고 말했다.


"운동할 거야?"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남편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 옆에서 맨몸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 공간에서 각자 알아서 운동을 했다. 아주 오랜만에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났을 때의 그 개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편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운동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거야?"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지. "조이가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기다릴 거야?"라고. 그런데 아니, 난 기다리지 않기로 했어."


시간적 여유를 운운하며 미루기를 습관처럼 하다 보면, 정말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과연 그 일을 하게 될까? 그렇다면 그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맞는 걸까? 내가 나를 속이는 일이 없도록, 오늘 나의 마음에 내가 귀를 기울여주기로 다짐하며.




▼생각많은얼룩말 작가의 다시 글을 쓰기로 한 날의 이야기

https://brunch.co.kr/@thinking-zebr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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