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과거의 나는 주저 없이 새벽 두 시를 이야기했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잠들어있는 그 적막함이 좋았고, 나만의 감성에 젖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어떤 노래를 틀어도 낭만적이었다. 감성에 취해서 글을 쓰면 그 순간만큼은 왠지 내가 유명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좋아하는 시간이 바뀌었다.
나는 직업의 특성상 출근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늦은 편이다. 사람이 많은 출근 시간이 지나 출근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출근길을 즐길 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이 시간이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 버스에 오르면 왠지 모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기사님의 표정은 물론이고 버스 안에 있는 승객의 표정에서도 같은 것을 느낀다.
버스에 올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본다. 창문을 활짝 열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얼굴에 불어온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꽂는다. 음악을 들으며 바람을 맞아본다.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든다. 하루의 기분을 정돈해본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장소를 지나간다. 버스는 좁은 시장길, 학교 앞, 지하차도 등을 돌아 내가가려는 곳을 향해 달려간다. 버스가 가는 길에는 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그곳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지턱이 여러 개 있다. 느리게 가는 버스가 방지턱을 하나 넘는다.
덜컹!
한 개를 넘으면 내 몸도 같이 출렁인다. 의자에 붙어있던 엉덩이가 들썩하고 떠오른다. 덜컹! 하고 또 하나를 넘는다. 방지턱을 미처 대비하지 못한 내 몸이 뒤로 꺾이면서 윽! 하는 소리를 낸다. 그다음부터는 이쯤이면 방지턱을 넘겠지라고 생각하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창밖의 여유를 즐긴다. 공원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들, 운동하는 청년, 어딘가 급히 가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해본다. 달리던 차가 멈추면 승객들이 버스에 오른다. 출근 시간이 아닌데 어딜 그리 가는 건지 유심히 바라본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음에 괜스레 안심이 된다.
나의 하루는 버스로 시작하여 버스로 끝이 난다. 낮의 여유로움을 만나기도 하고 퇴근길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기도 한다. 버스는 잠시나마 내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안식처이다.